1999년 12월17일 오렐 허샤이저가 LA 다저스와 1년 계약을 체결했다. 83년 24세의 나이로 다저스에서 데뷔한 뒤 12년을 보낸 친정팀에서 선수경력을 마무리하기 위해 복귀한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혹을 넘긴 41세였다.
허샤이저는 근성으로 똘똘 뭉친 투수였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노려보며 어금니를 꽉 깨문 모습은 송곳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만큼 강인해 보였다.

청소년기 사진만 봐도 성공 여부를 판명할 수 있다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얼굴을 가졌다. 이런 그에게 다저스 감독이던 토미 라소다는 '불독'이란 그럴 듯한 별명을 붙여줬다.
허샤이저의 경력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찬란하진 않다. 23승8패 방어율 2.26을 기록,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88년 유일하게 사이영상을 수상했을 뿐이다. 다승왕 타이틀 1번에 방어율 1위는 전무하다.
다만 승부욕 강한 투수들이 대개 그렇듯 몸을 아끼지 않고 필드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87∼89년 동안 3년 연속 최다이닝 1위를 기록한 점은 이런 허샤이저의 근성을 잘 알려준다.
그가 투수로 활동하며 시즌 200이닝을 넘긴 횟수는 무려 10차례에 달한다. 또한 큰경기에서도 강해 12번의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7승5패 2.59를 기록했다.
허샤이저는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보유하진 못했으나 '피칭'을 아는 투수였다. 적절한 구질을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위치에 던질 줄 아는 투수였다. 바꿔 말하면 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유형이었다.

89년 시즌을 끝낸 뒤 어깨부상에 시달린 그는 6승에 그친 94년을 마지막으로 정든 다저스를 떠났다. 이후 클리블랜드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메츠를 거쳐 2000년 다저스에서 1승5패를 기록한 후 현역생활을 접었다.
허샤이저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항상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세다. 야구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명석한 두뇌를 보유한 그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부와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이런 그의 성실성은 18년 야구경력 동안 통산 204승이라는 성적으로 되돌아 왔다.
/김형태 기자 hors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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