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루' IBM의 PC 시장 철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제 '살아남은 자'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IBM 철수' 소식을 특종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PC시장 2위 업체인 휴렛패커드(HP)의 경영진들은 IBM 철수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한 델컴퓨터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IBM의 철수가 PC 시장에 가격 경쟁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가 전략이 몸에 밴 레노보가 적극 공세를 펼칠 경우엔 상당수 업체들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IDC의 애널리스트인 알란 프로미셀(Alan Promisel)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노보가 거래를 성사시킬 경우엔 좀 더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치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HP-델, 반사이익 기대
IBM의 PC사업 부문 인수 업체는 최고의 노트북으로 꼽히고 있는 싱크패드(ThinkPad)와 함께 고객 리스트를 손에 넣게 된다. 또 상당 기간 동안 PC에 IBM이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IBM은 PC사업 부문이 매각된 뒤에도 한동안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HP와 델은 IBM이 퇴장함에 따라 상당한 반사 이익이 예상된다. 저가 업체란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는 레노보가 IBM 사업 부문을 인수할 경우엔 고객들이 적잖게 동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인비저니어링 그룹의 책임자인 리처드 도거티는 "IBM 고객들 사이에선 이미 저가 업체로 넘어간다는 데 대해 상당한 불만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특히 이들에겐 싱크패드 모델이 종전처럼 안전하고 믿을만한 제품이라는 점을 보증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HP와 델이 고객들의 이같은 불만을 파고들 경우엔 상당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IDC에 따르면 델이 18% 점유율로 PC 시장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HP가 16.1%로 2위, IBM이 5.2%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IBM은 대부분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PC를 판매해 왔다. 결국 IBM이 떠나면서 생기게 될 기업용 시장의 빈 자리를 놓고 HP와 델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용 시장은 최근 들어 뚜렷한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이들이 누릴 반사이익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 최대 PC업체인 레노보가 IBM PC사업을 인수할 경우엔 델, HP 등의 아시아 태평양 시장 진출 전략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장기 효과는 불투명
IBM이 데스크톱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은 '기업용 PC 시장은 이제 끝났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테리 가넷 역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기업들이 3천 달러짜리 PC를 구입하던 시절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IBM의 PC사업이 쇠퇴한 것은 대다수 기업들이 '신 클라이언트(thin client)'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신 클라이언트'란 기업의 중앙 서버와 개인들의 PC를 네트워크로 연결, 개인 PC의 사양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전략이 확산될 경우엔 델보다는 HP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델과 달리 HP는 기업용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HP의 PC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는 두안 지트즈너 부사장은 이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HP가 이번 회계연도에 PC 사업을 통해 2억1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면서 IBM의 퇴장이 HP에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함 IBM의 퇴장이 HP, 델 등 '살아남은 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으론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장기 효과 면에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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