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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IBM"…PC시장 '적자생존' 회오리


 

"PC시장에도 적자 생존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

지난 1981년 IBM PC를 선보이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던 IBM이 결국 PC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IBM은 현재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인 레노보(렌샹) 그룹과 PC사업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IBM은 PC산업을 수십억 달러 규모로 키워낸 일등 공신.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서비스업체로 변신을 선언한 IBM 입장에선 성장이 정체된 데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PC사업은 '계륵'으로 통했다.

레노보와의 협상이 타결될 경우엔 한 때 IBM의 상징으로 통했던 '23년 PC 사업'이 종지부를 찍게 된다. C넷은 IBM의 PC사업 철수에 대해 'PC시장 적자생존의 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 주요 업체 PC시장서 잇단 철수

1985년 경부터 서서히 퇴조 기미를 보이던 PC 시장은 2000년말부터 급격하게 악화됐다. 결국 2001년에는 전년에 비해 PC 출하량이 4% 이상 줄어들면서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02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HP와 컴팩 간의 초대형 합병이 성사된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대형 PC업체인 게이트웨이는 세계 시장에서 전격 철수, 미국내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PC 시장에서 퇴장한 업체는 컴팩 뿐만이 아니다. NEC가 소유했던 패커드 벨은 미국 소매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마이크론 일렉트로닉스의 자산은 고레스 테크놀러지 그룹에 매각됐다. 고레스는 나중에 MPC 컴퓨터로 다시 태어났다.

AST 리서치를 비롯해 AT&T, 제니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도 PC 사업 부문을 정리했다.

현재 세계 PC시장은 '통합'이란 화두가 힘을 얻고 있다. 인수, 합병, 전략적 제휴, 조용한 퇴장 등이 잇따르고 있는 것. IDC의 애널리스트인 로저 케이는 최근의 PC 시장 동향에 대해 자동차 산업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이는 C넷과의 인터뷰에서 "PC시장은 새롭게 개척될 여지가 많지 않다"면서 "연 평균 1억5천만~2억대 수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일 것이다"고 평가했다.

현재 PC시장에서는 점유율 선두업체인 델 만이 이같은 외부 상황에 꿋꿋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델 역시 분기 순익 규모는 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동안 침체를 면치 못하던 PC 시장은 지난 해 말부터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PC 시장 규모가 1억8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PC 시장의 회복세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 가트너는 오는 2007년까지 세계 10대 PC업체 중 세 곳 정도가 퇴출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가트너는 당시 IBM 뿐 아니라 HP까지도 PC사업 부문을 분사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단언했다.

◆ 2006~2008년경 한차례 회오리 예상

현재 세계 PC 시장에서는 델, HP가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IBM이 3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서 후지쓰, 후지쓰-지멘스, 도시바, NEC, 애플 컴퓨터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번에 IBM의 PC 사업 부문 매입업체로 거론되고 있는 레노보 그룹과 게이트웨이가 9, 10위를 달리고 있다.

가트너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PC 출하량은 연 평균 11.3%, 매출은 평균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오는 2006년 경에는 PC 시장에 또 한차례 시련이 닥칠 것이라는 게 가트너의 전망이다.

이처럼 '2006년'을 최악의 해로 꼽는 것은 신규 PC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업체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기업들과 개인들이 2005년 말까지 구형 컴퓨터를 교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데스크톱의 교체 주기는 통상 4년, 노트북은 3년이란 점을 감안할 경우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수요가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가트너는 이 기간 동안 출하 대수 증가율은 5.7%, 매출 증가율은 2%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같은 신규 시장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전망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침체 국면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처럼 세계 PC 시장이 2006~2008년 사이에 시련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가트너 뿐 만이 아니다. IDC 역시 2005년 이후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DC는 "2006년에서 2008년 사이에 세계 PC 출하 대수는 연평균 8% 증가에 머물 것이다"고 주장했다.

◆ '적자생존' 본격화될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PC 시장에서도 '적자 생존'이란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시장 선두 업체인 델컴퓨터가 장기간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는 것은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3분기 세계 시장의 18%를 점유한 델은 지난 2000~2002년 사이에도 PC 출하량과 신규 고객이 꾸준히 늘어났다.

매킨토시를 앞세운 애플은 상대적으로 독특한 제품 특성으로 인해 합병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IBM PC와 호환되지 않는 매킨토시는 나름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틈새 시장 공략이 가능했던 것.

하지만 애플은 최근 디지털 음악 시장에 진출하면서 PC업체에서 음악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분기 결산 결과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 판매량이 매킨토시를 앞질렀다.

IBM PC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레노보는 모국인 중국을 뛰어넘어 전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래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열고 스페인에서 QDI란 브랜드로 노트북 컴퓨터를 판매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레노보는 대만,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1984년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연구진들이 설립한 레노보는 처음엔 레전드(Legend)란 이름으로 불렸다. 레전드는 출범 당시만 해도 외국 정보기술(IT) 제품 배포업체였다.

이 회사가 처음 PC 시장에 발을 담근 것은 AST의 PC를 중국 내에서 판매하는 역할을 맡으면서부터. 레노보는 또 에이서와 소비자용 PC 판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레노보는 에이서와의 계약이 만료된 뒤에는 자사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면서 본격적으로 PC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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