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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최악의 전세난, 임대차법 때문이 아니다?


정부·여당, 임대차법 시행 이전부터 부작용 인지…법 시행 후 물량부족 '심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조성우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조성우기자]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재의 전세난은 임대차 3법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까지 최악의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장관은 최근 임대차보호법이 전세난의 주범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정부여당도 이미 임대차법을 시행할 경우 전세난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세난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유동성 조달 비용이 낮아진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임대차법 시행(2020년7월31일) 이후부터 전세난이 가속화됐다는 점에서 해당 법 역시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與, 법 시행 전 부작용 정확히 예상…30년 전 교훈 잊었나

11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주연구원은 지난 6월 30일 '민생공정경제 연속세미나(5회) 주거분야-세계 대도시 임대차 안정화 정책 어떻게 도입할 수 있나' 세미나를 열고 임대차법 도입 이후에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이 세미나에는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을 비롯한 많은 민주당 의원들과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 교수,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여당 의원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난과 부작용을 정책 시행 전에 정확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여당 의원들과 전문가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면접 등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민주정책연구원]
여당 의원들과 전문가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면접 등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민주정책연구원]

이 자리에서 임대차법이 시행될 경우 ▲전세가격 급등 ▲장기적 임대주택 공급 위축 ▲임대주택 관리소홀과 품질 저하 ▲임대인과 임차인 갈등 ▲전세면접과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사례비 지급 ▲감시·처벌 등 행정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1989년 임대차법 개정의 교훈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앞서 정부는 1989년 임대차법 개정을 통해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이후 전세난이 심각해졌고 집주인은 2년치 보증금을 한번에 받으려는 과정에서 수많은 전세난민들이 발생했다.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1989년 서울 전셋값은 29.6%상승, 1990년 23.7% 상승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저금리와 저유가, 저달러 등 3저 호황으로 시중에 자금이 넘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상태였다.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 종국에는 서민을 죽일 수 있다는 30년 전의 교훈을 정부가 잊었을 리 만무하다.

◆법 시행 이후 급증한 전셋값…세입자도 외면한 임대차법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전세매물이 부족해졌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천677만원으로 집계됐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 7월(4억9천922만원)과 비교하면 3달 사이에 무려 7.5%(3천755만원) 급등한 것이다.

[표=KB부동산]
[표=KB부동산]

이는 지난해 한해 동안 평균 전셋값 상승폭(718만원)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전세가격 증감률로 따졌을 때도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포함) 주택 전세가격 증감률은 지난 7월(0.63%)→8월(0.76%)→9월(1.23%)→10월(1.11%)로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격하게 뛰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전세물량 역시 임대차법이 시행된 8~9월부터 급격히 부족해졌다. 지난달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91.1로 전달(187.0) 대비 4.1포인트 증가했다.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9년10월(148.7), 2018년10월(124.3)과 비교하면 극심한 전세수급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세입자들도 임대차 3법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직방이 자사 어플리케이션 이용자 1천1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4.3%가 임대차법이 전월세 거래에 '도움 안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세 임차인 중 67.9%가, 월세 임차인 54.0%가 도움이 안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전세난으로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전문가들이 예측한대로 전세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면접을 요구하는가 하면 제비뽑기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세난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와 월세 급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고, 그래도 잘했다고 우기는 이들은 누구를 위한 공무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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