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무등산 타잔' 박흥숙의 마지막 유언장이 공개됐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정의를 실현하는 검사를 꿈꿨던 사시준비생이 희대의 살인마 '무등산 타잔'이 된 과정을 다뤘다.
1977년 4월 20일, 광주 무등산 덕산골, 23살의 청년 박흥숙은 망치를 휘둘러 장정 넷을 살해하는 참극을 벌였다. 사건 직후 언론을 통해 속속 밝혀지는, 무시무시한 살인범의 정체는 광주 무등산 중턱 무당촌을 근거지로 삼아 수련 중인 뒤틀린 영웅심의 소유자라는 것이었다. 무등산 타잔, 무등산 이소룡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괴력의 살인마' 박흥숙의 이야기다.
사실 그는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았고, 중학교도 수석으로 입학해 검사가 되길 꿈꾸던 사법고시 준비생이었다. '꼬꼬무' 이야기꾼들은 산중에 땅굴을 파고 있었다는 박흥숙이 망치를 든 이유와 그가 망치를 휘두르기 전에 외친 처절한 절규에 담긴 의미를 전하며 '박흥숙 사건'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꼬꼬무'에서는 박흥숙이 사형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공개되기도 했다.
박흥숙은 최후 진술서를 통해 "저의 지난날을 뼈져리게 뉘우치고 저의 울분 때문에 아깝게 희생되버린 그분들의 영령을 위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죄는 죽어 마땅하리다. 미친 정신병자의 개소리라 해도 좋고 빗나간 영웅심의 궤변이라 해도 좋다"라며 "하오나 다음에는 이 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면 죽어가는 몸으로서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라고 썼다.
그러면서 "방 한 칸 의지할 데가 없어서 남의 집 변소를 들여다보지 않고 남의 집 처마 밑을 들여다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지금 말씀드리는 나의 고충 조금이라도 이해하시기 어려우시리라"라고 했다.
박흥숙은 "나는 돼지 움막보다도 못한 보잘 것 없는 집이지만 짓지 않으면 안 되었다"라며 "세상에 돈 많고 부유한 사람만이 이 나라 국민이고 죄 없이 가난에 떨어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허물어진 담장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그들을 타오르는 불길 속에 발을 동동 구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타까이 허둥대는 그들을 보라"며 "불쌍하지도 가엾지도 않단 말인가?"라고 적었다.
끝으로 박흥숙은 "움막에 있던 무등산에 묻히고 싶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박흥숙의 마지막 유언은 허가받지 못했다고 한다.
'꼬꼬무' 제작진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이 태어나서 누구나 한번 피 마르게 아파서 소리치는 때가 있다. 그 진실한 절규를 모은 게 바로 '역사'다"라는 글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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