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손을 자주 씻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이 고체 비누, 정말 괜찮은 것일까요? 여러 손을 거쳐서 세균이 득시글거리지 않을까요?"
보통 회사나 공중화장실이나 관공서 등에 비치된 고체 비누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한다. 액체 비누를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비용이나 청결 등의 문제로 대부분 고체 비누를 사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확산하면서 '손 씻기'가 감염 예방수칙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그다지 깨끗하거나 위생적으로 보이지 않는 공중화장실에 비치돼 수많은 사람이 만지는 고체 비누는 바이러스 매개체일까.

수도권에서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역 조치 후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면서 온라인 등에서는 코로나19과 관련한 근거 없는 낭설이 떠돌면서 불안감마저 조장하고 있다.
공중화장실의 고체 비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매개체란 낭설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중화장실에 비치된 비누라도 세균을 없애주는 기능은 물로만 씻는 경우보다 현저히 높다고 말한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측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외피가 지질로 이루어져 있어 외피 바이러스 지질이 깨지면 죽게 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묻은 고체 비누라도 거품을 내서 30초 이상 꼼꼼히 씻으면 바이러스가 사라져 고체 비누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 우려는 크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손 위생용품의 종류별 세균 제거 효과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누(고체·액체)를 사용했을 때는 세균의 평균감소율이 96%에 달했다. 흐르는 물로 30초 이상 닦으면 91%, 15초만 닦으면 87%로 나타났다.
손을 씻을 때 손을 문질러주면 마찰열이 발생하면서 세균이나 이물질을 없애게 된다. 방역 당국에서 알려주는 손 씻기 방법에 손을 서로 문지르는 동작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비누만 손에 묻히면 되는 것이 아니라 문질러 마찰열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질병이 있는 사람이 사용한 비누를 쓰면 질병을 옮겨질까. 이 또한 결론은 대체로 아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에 게재된 리처드 클라스코 박사의 칼럼에 따르면 비누는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대장균이나 포도상 구균 등 병원균 50억 마리로 오염시킨 손을 새 비누로 닦은 뒤 다른 사람에게 비누를 건네 씻게 한 결과 병원균은 비누를 통해 전염되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비누로 손을 열심히 닦아도 핸드 드라이어를 사용했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영국 리즈 대학 의과대학의 마크 윌콕스 박사가 '병원감염 저널(Journal of Hospital Infec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공중화장실의 핸드 드라이어는 종이 수건을 사용했을 때보다 세균을 최고 27배나 많이 발생시킨다.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채 핸드 드라이어에 손을 말리면 드라이어 주변에 세균이 퍼져 머문다는 것이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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