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하나투어 자회사 중 여행용품을 판매하는 '하나샵'이 '코로나19'로 살아남지 못하고 폐업하게 돼 남은 재고를 엄청 싸게 팔고 있습니다. 캐리어는 3만 원, 방수팩은 단돈 2천 원이네요. 한 번 들어가서 구경해보세요!"
직장인 김준호 씨는 최근 여러 친구들과 모여있는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접하고 부리나케 '하나샵'에 접속했다. 마침 20인치 캐리어를 구입하려 했던 김 씨는 이곳에서 20만9천 원이던 '투팩' 캐리어를 3만1천 원에 구입했고, 가격이 저렴해 다른 것도 사려고 했지만 인기 제품들은 대부분 품절돼 추가 구입에 실패했다. 김 씨는 "폐업한다는 소식 때문인지 상품이 다양하지 않아 아쉬웠다"면서도 "캐리어를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득템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여행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면세업계가 울며 겨자먹기로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출국객 수 급감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되자 임시방편으로 재고 소진을 통해 수익 보전에 나선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그 동안 운영해왔던 온라인몰 '하나샵'을 통해 최근 '핵폭탄 세일' 행사를 펼치고 있다. 30개에 달하는 해외법인과 일부 국내 자회사를 정리키로 한 과정에서 '하나샵'도 이달 말에 문을 닫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투어는 자체 제작했던 캐리어와 여행소품 재고를 모두 소진시키기 위해 최대 85%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 2011년 여행용품 브랜드 '투팩'을 론칭해 독특한 디자인의 캐리어와 여행 용품들을 판매했지만 이번 일로 사업을 모두 정리하게 됐다.
이에 기존 가격이 20만9천 원이던 '캔버스 캐리어 처마 20인치'는 3만1천 원에, 13만 원이던 '마스캐리어 21인치'는 1만5천 원에 판매되고 있다. 또 '게르마늄 파스', '마유 스킨 크림' 등 '하나샵'에서만 판매했던 해외 상품들의 가격도 모두 대폭 낮아졌다. 이 같은 소식이 카카오톡, 블로그 등을 통해 알려지자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일부 제품들의 경우 배송 지연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하나샵을 포함한 하나티앤미디어, 하나여행대부, 에이치엔티마케팅 등 비여행 관련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며 "하나샵에서 캐리어, 여행용품을 중심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나투어가 이 같이 나선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고객 수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2분기 역시 매출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3% 줄어든 1천108억 원, 영업손실은 27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여기에 증권가에선 2분기에도 200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여행을 가려는 출국자가 급감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하나투어가 무급휴직 실시 등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전체 여행업 환경이 좋지 않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하나투어는 사업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자회사 정리뿐만 아니라 조직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 투어팁스의 자유여행 플랫폼 '모하지' 서비스를 오는 18일 중단키로 했고, 일부 해외법인 정리 작업에도 착수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조직 슬림화 일환으로 일부 해외법인을 정리한 후 사무소를 세워 운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운영 중인 여행 관련 자회사들은 현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국내 여행 상품 개발에 좀 더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면세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출국객 수 급감으로 매출 타격을 입은 각 업체들은 일부 점포 임시 영업 중단, 임직원 유급휴직 등의 조치로 버티기에 나섰지만 나날이 커지는 적자 부담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면세업계 전체 매출은 90% 넘게 빠졌고, 신라·신세계·현대 등 대기업 면세점들은 올 1분기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면세업체들의 어려움을 돕고자 지난 4월 말 면세품의 내수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각 업체들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의 할인 판매를 꺼려하며 비협조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실제로 가장 먼저 면세품 재고 판매에 나선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3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와 'SSG닷컴'에서 일부 상품을 판매했으나 일부 업체들이 브랜드명 노출을 두고 항의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이번에 판매한 면세 재고품들은 일부 명품 브랜드들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증서도 지급되지 않고 A/S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SSG닷컴은 사전 협의도 없이 브랜드명을 노출시킨 것 때문에 해당 브랜드들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가 인천공항 1, 2 터미널에서 패션 잡화를 판매하며 재고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어 다급한 나머지 브랜드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행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측면이 있는 듯 하다"며 "다른 업체들도 협의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재고품 판매를 앞두고 있는 롯데, 신라, 현대백화점 등 경쟁사들은 명품 브랜드와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고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또 신세계와 달리 A/S와 반품·교환이 가능할 수 있도록 브랜드들과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동행세일'이 시작되는 26일부터 롯데백화점과 아웃렛에서 면세 재고품들이 판매될 예정으로, 소비자들이 A/S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브랜드들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판매처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면세업체들이 재고품 할인 판매에 나서자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에스아이빌리지'의 경우 지난 3일 면세 재고품을 판매하자 하루 만에 90% 이상 품절됐다. 또 판매 시작과 동시에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재고품 판매가 전체의 10%도 채 안돼 사실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매달 나가는 고정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이번 일로 현금 유동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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