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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위기의 韓 e스포츠…LCK 프랜차이즈가 대안될까


전문가들 "프랜차이즈 토대로 韓 e스포츠 변화 가능"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한국 e스포츠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의 위상 하락세가 가파르다.

실제로 한국(LCK)이 줄곧 차지해왔던 왕좌는 이미 중국(LPL)이 가져간 형국이다. LoL 세계 최고 대회인 '롤드컵'에서 5년 연속 우승해 온 한국은 지난 2018년부터 이 대회의 결승조차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같은 해부터 롤드컵에서 연달아 우승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최근 열린 '미드시즌컵(MSC)'에서도 확인됐다. 한국, 중국 상위 팀들간 대결로 펼쳐진 이번 MSC에서 한국 팀은 모조리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MSC 1위, 2위는 모두 중국팀이 가져갔다.

이처럼 양국 간 격차를 벌린 것은 리그에 투입된 막대한 자본력의 차이로 지적된다. 실제 e스포츠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내 리그에 프로야구와 같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해 판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프랜차이즈란 리그와 팀이 파트너가 돼 하나의 공동체로서 리그 관련 의사결정을 내리고 운영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프랜차이즈 팀으로 선발돼 가입비를 내면 강등 없이 계속 리그에 참가할 수 있어 팀에 대한 안정적 투자 등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팀들은 수익 증대 등을 이룰 수 있으며, 이는 리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력 강화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 LoL e스포츠 주요 4대 지역 리그 중에서는 한국만 유일하게 프랜차이즈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로, 라이엇게임즈는 내년부터 LCK에도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LCK의 경우 프랜차이즈 가입비로만 1천억원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거대 자본 등을 기반 삼아 LCK 자체 발전은 물론 이를 중심으로 한국 e스포츠 전반이 함께 개선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에 서울 젠지 사옥에서 전문가들을 만나 이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 자리에는 ▲e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도경 국회 이상헌 의원실 비서관 ▲LoL 프로게임단 등을 운영하는 젠지 e스포츠 이종엽 마케팅 총괄 디렉터 ▲리그 초기부터 LCK를 중계해 온 전용준 캐스터(이상 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전용준 캐스터(왼쪽부터), 이종엽 젠지 마케팅 총괄 디렉터, 이도경 e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
전용준 캐스터(왼쪽부터), 이종엽 젠지 마케팅 총괄 디렉터, 이도경 e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

LCK가 올해부터 프랜차이즈를 추진, 내년 도입하기로 했다. 적절한 시점인가.

(이종엽) "언젠가는 했어야 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이 적기이고, 또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 본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e스포츠가 꼭 정통 프로 스포츠의 길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사실 그동안 e스포츠는 기존 정통 프로 스포츠를 모방하는 형태로만 가려고 했다. 글로벌 최초로 프랜차이즈를 시도했던 오버워치 리그 역시 그랬다. 프로 스포츠는 만나서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경기를 할 때는 꼭 스튜디오에 모여 하려고 했다. 게임과 e스포츠가 가진 비대면 특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한계점들이 노출됐고, 이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제는 스포츠가 e스포츠의 비대면적인 접근 방식을 주목하고 있다. e스포츠가 스포츠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통 스포츠가 e스포츠를 표준으로 삼고 배우려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통 스포츠 업계는 사실 이러한 고민을 기존에도 해오긴 했다. 실행에 옮긴 곳들도 일부 있다. 미국 프로농구 NBA가 그 예다. NBA는 실제 e스포츠 리그인 NBA 2K 리그를 출범하고, 구단들이 똑같은 e스포츠 팀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선수 드래프트 역시 본인 캐릭터로만 할 수 있게 해놨을 정도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이 같은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였다. 최근 세계적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원(F1)만 해도 실제 선수들이 온라인 게임으로 시뮬레이터에 접속해 경기를 펼치도록 하고 그 모습을 중계했다. 비록 이벤트 매치였지만 이런 시도들이 앞으로 스포츠 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물론 이는 e스포츠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라이엇이 시도한 MSC와 같은 국제적인 비대면 온라인 경기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획기적인 접근 방식이었다고 판단한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프랜차이즈 리그 등에서도 계속 참고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온라인 대회 MSC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던 국내 롤파크 현장 상황 [사진=라이엇게임즈]
온라인 대회 MSC가 무관중으로 진행되던 국내 롤파크 현장 상황 [사진=라이엇게임즈]

LCK 프랜차이즈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종엽) "프랜차이즈의 근본 바탕은 결국 팬이다. 모든 프로 스포츠는 관객과 팬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팬들은 구단이 자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e스포츠 리그는 게임사에서 계속 투자해줘야만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프랜차이즈는 팬을 기반으로 구단들이 자생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또 프랜차이즈는 페이커와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워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재 LCK는 냉정하게 페이커가 은퇴하면 리그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고 승강전이 없어져 강등 위험이 없는 안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면 제2의 페이커와 같은 LCK의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 발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프랜차이즈는 e스포츠 업계 구성원들이 진정한 프로라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프랜차이즈 리그에서는 단순히 게임만 잘하면 된다, 이기면 된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즉, 프랜차이즈가 업계 전반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e스포츠에 종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은 e스포츠 분야를 단순한 직장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LCK 및 대한민국의 e스포츠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도경) "기업들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에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을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프랜차이즈화에 무조건 장점만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현재 법과 정책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국내 e스포츠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프랜차이즈라는 점에서 종합적으로는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e스포츠 진흥법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 포스(TF)를 구성, 관련 전문가들을 섭외해 활동했다. 그때 e스포츠가 고쳐야 할 문제는 많은 데 비해 고쳐야 할 법이 너무 여러 가지라는 점을 느꼈다. 법 조항 하나를 바꾸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탓에 정말 문제 하나를 개선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프랜차이즈는 정부가 이처럼 법과 제도로 규제해야 하는 영역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구단과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지는 데다 프랜차이즈가 스스로 리그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령, 법적으로 영세 구단의 수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할 테지만, 프랜차이즈화가 되고 자본이 많이 들어온다면 영세 구단의 부담이 법 없이도 덜어질 수 있게 된다. 또 프랜차이즈가 되면 선수 연봉이 인상되면서 선수들의 복지도 기존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보장할 수 있게 된다.

승부 조작 문제에서부터 어뷰징 문제, 계약 템퍼링 문제, 팀의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 파생되는 선수들의 숙소 환경 및 불공정한 계약 관행 등의 문제, 폭력 문제 등 현재 법과 규제가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가장 인기있는 리그인 LCK가 프랜차이즈를 도입하면서 선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전용준) "LCK에 프랜차이즈가 필요한 이유는 팬에서부터 팀, e스포츠계, 라이엇에 이르기까지 대상에 따라 다를 수도, 같을 수도 있다. 그에 따라 모든 필요가 다 중요하겠으나, 라이엇이 종목사인 만큼 라이엇이 왜 프랜차이즈를 필요로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프랜차이즈에 참여하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섣불리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일단 라이엇이 LCK 프랜차이즈를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히 1천억원이 넘는 가입비가 필요해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가입비는 라이엇 자체 예산이 아니라, 향후 LCK 프랜차이즈의 운영을 위해 사용될 공동사업 예산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라이엇이 프랜차이즈를 필요로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라이엇은 종목사로서 리그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메인 스폰서 유치 여부와 상관 없는 안정적인 대회 개최, 기존 후원 협찬 규모로는 상상할 수 없는 연간 단위의 글로벌 대회 운영은 e스포츠에 대한 종목사의 직접적인 투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종목사 중심의 이런 구도에는 한계가 오기 마련이며, 사실상 라이엇도 LCK 단독 운영의 한계를 인지했다고 본다. 따라서 회사 측도 더 큰 발전을 위해 프랜차이즈라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미 프랜차이즈를 시행한 타지역의 결과까지 고려해 파트너십을 통한 공동 운영으로의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LCK 프랜차이즈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장기적인 파트너십 모델을 구현하고 참가자들 사이에 새로 형성된 관계를 통해 LCK를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리그로 만들 계획'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즉, 라이엇은 프랜차이즈를 통해 LCK를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함께 실현해나갈 능력과 책임을 갖춘 파트너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LCK의 지난 10년은 스스로에게 과제를 던져온 이른바 '셀프 도전'의 역사였고, 지금까지 LCK는 잘 해왔다. 라이엇은 그동안 방송국과 협업하며 큰 성과를 이뤄냈고, 자체 제작까지 시도하며 종목사로서의 역할을 확대한데 이어 이제는 더 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다만 이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고, 문제는 지금부터다. 라이엇이 제시하고 있는 리그 참여보장, 수익공유 등의 제안은 현 상황에서 종목사가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을 밝힌 것일 뿐, LCK의 미래 청사진의 일부이지 절대 전체가 될 수 없다. 전체 그림은 프랜차이즈 파트너들의 비전이 합쳐지며 완성될 테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는 출범 그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다음 도전은 라이엇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파트너들이 함께 해나가는 것이며, 그 미래는 이제 프랜차이즈 파트너들의 의사결정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책임 역시 결정한 주체들이 함께 져야 할 것이다."

이도경 위원(왼쪽부터), 전용준 캐스터, 이종엽 디렉터
이도경 위원(왼쪽부터), 전용준 캐스터, 이종엽 디렉터

가입비가 100억원대다.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비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종엽) "가입비를 '단기적 투자금'으로 여기고 빨리 이익을 만들어 회수하려는 게 주목적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라이엇 측이 이번 프랜차이즈에 상당한 수준 가입비를 책정한 것은 이 정도 돈을 내더라도 버틸 수 있는 팀들, 리그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서라면 일단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곳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라고 본다.

프랜차이즈 이후 리그 입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 가입비가 저렴할 때 들어와서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아버리고 리그를 나가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리그에도 결국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또 사실 가입비를 내더라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수 연봉과 팀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팀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큰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금을 100% 회수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팀들만 들어올 수 있도록 처음부터 가입비 허들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거대 자본만이 프랜차이즈에 뛰어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프랜차이즈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 LCK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정 금액을 모아서 들어오는 '시민 구단'도 말이 된다고 본다. 이런 것들이 결국 프랜차이즈의 매력 아니겠나. 이번 프랜차이즈 시작이 잘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현재 프랜차이즈 가입비가 저렴하진 않다는 것은 결국 종목사인 라이엇이 그만큼 큰 권한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프랜차이즈를 진행한 오버워치의 경우만 살펴봐도 모든 팀과 구단들이 종목사와 매해 의견을 함께 논의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리그의 주인이 참여자 모두인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이후 앞으로 라이엇의 위치가 어떻게 바뀔지 흥미롭기도 하다."

(전용준) "기존 LCK 팀에 챌린저스 팀, 해외 자본까지 포함해 25개팀이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입비에 투자사들의 판단은 이미 어느정도 끝난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높은 액수 역시 나름 리그에 참여할 자격 기준을 제시한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라이엇은 그만큼 심사 과정에서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에 비해 단기간 급성장한 만큼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참가 신청한 팀들의 자금 출처를 투명하게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인, 도박 관련 자금 등이 들어올 경우 그동안의 노력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타지역 심사의 노하우도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고려해 LCK의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팀을 선정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도경) "비싸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금액을 라이엇이 추후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다. 가입비가 비싼 만큼, 라이엇은 참가하려는 기업들에 무조건 장밋빛 미래만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가입비 활용 계획과 리그의 현실적인 상황, 우려 점 등도 정확하게 알려줌으로써 기업들이 신중하게 검토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프랜차이즈로 인해 승강전이 사라지면서 승격팀의 성공 신화 스토리가 없어지는 등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용준)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소년만화 같은 스토리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 아쉽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더 안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는 점과 상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프랜차이즈 이후 2부 팀은 LoL 챌린저스 코리아와 달리 LCK 1부 팀들과 직결된 팀들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많은 기회와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일단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중계진부터도 2부 리그를 지금보다 훨씬 더 관심 있게 보게 될 거다. 논의 중이라는 로스터 교환 방식 등을 통해 1부와 2부가 밀접하게 연관 운영될 수 있으며, 부진한 1부 리그 스타 플레이어의 2부 출전과 화려한 부활, 2부 리그를 평정한 기대주의 전격적인 1부 입성 등 승강전의 아쉬움을 달랠 그 이상의 다양한 스토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도경) "과거의 그리핀, 일본 아마추어 리그에서 잘나가게 된 '데토네이션 포커스미' 같은 팀의 스토리가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힘든 상황에서 정상에 올라간 팀들이 처음부터 안정적인 상황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인데, 사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이게 훨씬 좋은 것이 아닌가. 보는 입장에서야 물론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스토리가 재밌겠지만, 당사자들은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를 성공 스토리를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것보다 프랜차이즈를 통해 안정적으로 출발하는 것을 더 원할 것이다."

(이종엽) "스포츠는 사실 그 자체가 스토리다. 프랜차이즈 안에서도 팬들이 보고싶어하는 성공 스토리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LoL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LCK로 진출하는 스토리는 없어져도, 이름 없는 선수가 입단해서 성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스토리가 생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 프랜차이즈가 이뤄진 야구만 해도 얼마든지 이런 스토리가 많다. 팀 이적부터 시작해서 선수들끼리의 상호작용과 팬들 간의 다툼, 화해 이런 모든 것들이 스토리다. 젠지도 팬들에게 스토리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도경 위원(왼쪽부터), 전용준 캐스터, 이종엽 디렉터가 서울 젠지 사옥에서 LCK 프랜차이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도경 위원(왼쪽부터), 전용준 캐스터, 이종엽 디렉터가 서울 젠지 사옥에서 LCK 프랜차이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 위상을 되찾는 데 LCK 프랜차이즈가 도움을 줄 수도 있을까.

(이종엽)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전 세계 e스포츠 업계의 어떤 틀이든 살펴보면 모두 한국에서 시작된 형태다. 이게 바로 e스포츠 종주국의 힘이다. PC방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탑티어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다. LCK 프랜차이즈는 이러한 선수들의 유출을 막는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 e스포츠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프랜차이즈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대로 가면 답이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 이미 중국 등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부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프랜차이즈를 계기로 스스로 자생할 수 있고 탄탄한 e스포츠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시작점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좋은 선수들이 한국에 남아서 좋은 경기를 펼쳐주면 해외 팬들도 LCK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고 결국 e스포츠 종주국 지위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가령, 프리미어리그는 영국에서 열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관심이 많지 않나. 이는 최고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메이저 리그도 마찬가지다. LCK 역시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선수들을 지키고 전 세계에서 제일 좋은 리그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그렇게 하다 보면 선수들 권익 향상뿐만 아니라 사업, 마케팅, 콘텐츠 제작, 멘탈 트레이너 등 이에 대한 고도화된 파생 직업군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기회가 열리고 산업 자체가 커지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젠지는 제일 돈이 많은 팀은 아니지만, 이 같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제일 노력하는 팀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LCK를 프리미어리그로 만드는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전용준) "개인적으로 e스포츠 종주국이란 표현 대신 '선도국'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표현을 바꿔 말해본다면, 사실 더 이상 우리는 e스포츠 선도국이 아닌 게 맞다. 비즈니스, 법률, 제도적으로 국내 e스포츠 환경과 인프라는 이제 타 메이저 지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따라서 선도국 여부를 논하기 전에 LCK 프랜차이즈의 성공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도달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 프랜차이즈 성공을 통해 선수들과 팬들이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대우를 받게 되는 것만 해도 한 단계 진일보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스포츠의 근본 중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선수의 기본권 보호 및 정당한 권리보장에 큰 허점이 있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프랜차이즈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이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반성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모두가 진일보하는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도경) "우리나라에서는 e스포츠가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보니 양적 팽창은 이뤄졌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했다.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한 불공정한 계약과 폭언, 폭력은 고질병처럼 이어져 왔다. e스포츠가 항아리였다면, 구멍이 나서 물이 새고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라는 땜질을 통해 항아리 속에 물이 차게 되면 종주국으로서의 여건을 다시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에는 물론 한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LCK 프랜차이즈 모델이 잘 안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간에서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프랜차이즈라는 전환점이 생긴 만큼, 공공영역에서도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본다. 사실 e스포츠는 국회에서 마이너한 분야로, 제도와 지원책, 규제도 거의 없다시피 해 20대 국회 당시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프랜차이즈와 동시에 e스포츠가 제도적으로 보완이 되면 프로가 프로다워지고 결국 e스포츠 종주국 지위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프랜차이즈화에 발맞춰 공공영역에서 대비할 부분이 무엇일지에 대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도록 하겠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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