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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대국민 사과 한달] 진정성 담긴 '무노조 경영' 청산


해고노동자 김용희씨 사과 등 구체적 실천 본격화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지난달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는 '무노조 경영'의 중단 선언이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 문제는 시대의 문화에 부응하지 못했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함께였다.

사과 한달 만에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청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했다. 지난달 29일 강남역 인근 철탑에서 1년 가까이 고공농성을 하던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의 합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씨는 지난 1995년 삼성 계열사에 노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했다가 해고됐다. 지난해 6월부터는 철탑 위에서 삼성을 규탄해 왔다. 김씨는 삼성의 사과와 명예복직, 보상 등을 요구했는데 삼성 측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사과 당시 일각에서는 무노조 경영으로 실제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이유로 사과문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용희씨와 전격적인 합의를 이뤄내면서, 이 부회장의 사과 이후 실제로 삼성 내부의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재계는 평가한다. 단순히 사과문 발표가 요식행위만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삼성 측은 "김용희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한 이후 5년 만이다.[사진=조성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한 이후 5년 만이다.[사진=조성우 기자]

'무노조 경영'을 떨치겠다는 삼성의 의지는 지난 1일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의 사장단 20여명이 한데 모여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강연을 청취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간부 출신이자 민주노동당 대표를 역임한 노동 전문가다. 강연 주제도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형성'이었다. 지난달 7일에는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인사팀장들이 문성현 위원장에게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 방안'에 대한 특강을 듣기도 했다.

삼성 사장단은 2017년 2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집결해 외부 강사의 강연을 청취했는데, 당시는 미래전략실 해체 직전이었다. 미전실 체제 하에서는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한 뒤 외부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고는 했다.

미전실 해체 이후 3년 만에 열린 사장단 대상 강연의 주제가 '노사 관계'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자리에서 삼성 사장단은 ▲한국노동운동의 특징과 역사 ▲노사관계의 변화와 전망 ▲건전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방향 ▲삼성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한 제언 등에 대한 문 위원장의 설명을 들었다. 문 위원장은 삼성 경영진들의 노사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삼성은 또 지난 4일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과 관련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구체적인 이행안을 제출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둬 노사 정책을 자문하고, 개선 방안도 제안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국내외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컴플라이언스팀 준법 감시활동 강화 ▲노동·인권 단체 인사 초빙 강연 등을 내세웠다.

삼성 계열사에서도 잇따라 노조 설립 후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과한 지난달 6일 6개 삼성 계열사 노조는 '삼성노조연대'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삼성화재·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웰스토리·삼성애니카손해사정보험 등 한국노총 산하에 속한 노조들이 손을 잡았다. 같은 한국노총 소속이니만큼 노조 간 연대 및 노하우 공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의 모습.
지난 2월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의 모습.

개별 노조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설립된 한국노총 소속의 4노조가 지난 4월 말 사측에 단체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부터 노사 간 단체교섭을 개시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삼성화재 노조 역시 사측과 지속적으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직접 '무노조 경영'의 종식을 선언한 데다가, 이미 삼성 내 상당수 계열사에서 노조가 정식으로 설립되면서 앞으로 삼성 내 노조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창립 이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던 삼성에 중대한 변화가 몰려드는 것이다.

한편 삼성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고용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상반기에 대규모 신입·경력공채를 시행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DS부문에서만 반도체 사업 51개 직무에서 수백명 규모의 경력공채를 단행했고, 신입공채도 4월 초 개시했다. 서류통과자들을 대상으로는 지난 5월 말 사상 최초로 온라인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를 시행하기도 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8년 "3년간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1만여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수준의 채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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