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저는 고향이라고 하면 스페인도 생각나고 한국도 생각나요. 대한민국은 저희 아버지의 나라이자, 저한테는 제 2의 고향이에요.”
조각 같은 얼굴과 다부진 몸매, 188cm의 훤칠한 키로 이탈리아와 태국, 미국을 거쳐 한국에서 활동 중인 7년차 모델 장민(30세). 이국적인 외모에 국적은 스페인 이지만 알고 보면 그의 몸에도 한국인의 뜨거운 피가 흐른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셨던 한국인 아버지와 스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장민. 잘 생긴 외모에 유쾌한 성격으로 늘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 그도 따돌림과 차별 속에 자라온 아픈 기억이 있다는데.
장민이 살았던 스페인의 작은 고향마을에서 유일한 동양인 혼혈이었던 그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놀림을 받는 등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며 마음 한쪽으로 한국인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생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나아가 두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특별함과 제 2의 고향을 물려준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어려서는 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아버지에 대해 알고 싶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 지구 반대편의 나라인 한국 땅을 밟게 된 장민. ‘성공은 자신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아버지의 좌우명대로 노력한 한국 생활이 어느덧 5년 차에 이른다.
5일 방송되는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포토그래퍼의 셔터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화려한 비주얼로 카리스마 뽐내는 화보촬영 현장, 방송가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친구들과의 모임, 한국어 완벽 마스터를 위해 초빙한 한국어 선생님 방송인 손미나와의 특별한 수업 등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거의 한국인' 장민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 모델 장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은? 그리고 장민의 두 번째 가족
카페에서 아내(강수연)에게 첫눈에 반해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한국어 솜씨로 마음을 전하고 적극적인 구애를 통해 결국 결혼에 골인한 장민.
그런데 알고 보면 아내보다 장인, 장모가 사위인 장민에게 더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는데. 아내와 사귀기로 한 날에는 두 손 가득 선물 보따리를 들고 처가댁에 허락을 받으러 가고, 프러포즈를 한 날에는 곧장 장인어른을 찾아가 맨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릴 만큼 사랑스러운 사윗감으로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장민이 가족이 된 후 집안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처가식구들. 스페인 출신다운 장민의 자연스럽고 잦은 스킨십이 처음에는 퍽이나 부담스러웠다는 장인, 장모. 하지만 이제 사위를 멘토 삼아 부모님까지 스킨십이 늘어나며 가족 분위기가 달라졌다는데.
“남편(장민)과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원래는 되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인데, 항상 저에게 용기를 줘요. 그래서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나도 잘 살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줘요. 그리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그 진심이 많이 느껴졌어요” 아내 강수연의 진심이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결혼식이 미뤄지면서 아내와 혼인신고만 한 채 신혼을 즐기고 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처가식구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흥겨운 가족파티의 현장까지 스페인 남자 장민은 이렇게 한국 결혼생활을 적응하고 있다.
◆ 어린 나이에 짊어져야 했던 가장의 무게
1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기억은 지금도 장민의 마음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심장 수술을 받는 도중 돌아가셨다는 장민의 아버지.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가족들이 걱정할까 “금방 다녀올게”라고 얘기하면서도 혹시 모를 만일을 위해 “민이야, (엄마와 누나를) 잘 책임져 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 그리고 그날 이후 장민은 19세의 나이에 조금은 일찍 가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족과의 시간, 추억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아버지의 강한 책임감을 보고 자란 장민 역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의 가장으로서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가고 싶었던 대학과 소방관이 되고 팠던 꿈도 포기한 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에 전기회사, 옷 가게 판매직, 보험영업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했다고.
그러던 차 우연히 모델 제의를 받게 되었고 태국, 미국,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던 그는 기왕이면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자리 잡고 싶은 마음에 무일푼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아버지의 문화, 마음을 이해하게 된 지금 돌아가신 아버지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자 매일 노력하고, 아버지의 유언대로 가족을 챙기기 위해 스페인을 떠난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어머니와 통화하며 안부를 챙기고 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면 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꼭 어머니를 모시고 와 함께 살고 싶다는 효자 장민의 모습은 5일 밤 10시 5분에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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