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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증권사 직접대출'…유동성 리스크 잠재울까


최대 10조 꿔주겠다는 한은…"당장 자금조달 수요분산 기대"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한국은행이 증권사에 회사채를 담보로 한 직접대출까지 허용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유동성 리스크가 얼마나 해소될 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로 곤혹을 치른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잇따라 실패하는 등 자금 경색에 허덕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은행 뿐 아니라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에도 신용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최장 6개월 간 대출해 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내달 4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코로나19로 금융기관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진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조성우 기자]

총 한도는 10조원 규모로 향후 금융시장 상황과 한도소진 여부 등에 따라 연장 및 증액 여부를 결정한다. 대출금리는 통안증권 182일물 금리에 0.85%포인트를 가산해 결정된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1.54% 수준이다.

한은이 민간기업인 증권사에 이 같은 직접대출을 허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출에 대한 담보로 일반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받아주는 것 자체가 최초다. 추가 돌발악재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지만 그만큼 현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읽힌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ELS 마진콜을 시작으로 급격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했다. 지난달 세계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자 운용하던 ELS 내 선물과 옵션 매도 포지션에서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한데 이어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PF와 관련된 ABCP 차환까지 어려워지면서다.

ABCP는 증권사가 부동산 개발사에 대출해주고 해당 대출채권에 지급보증을 해서 신용도를 보강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이는 통상 3개월마다 차환이 이뤄지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침체돼 팔리지 못하면 증권사가 직접 사들여야 한다. 실제 지난달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은 차환 발행에 실패한 PF ABCP와 PF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1천300억원 어치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증권사들은 자구책으로 자체 기업어음(CP)을 발행하거나 보유중인 다른 기관의 CP를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최근 CP와 여타 지표금리와의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진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증권사 직접대출이란 카드는 시그널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증권사들의 자금 수급을 개선할 것이란 평가다. 증권사들이 CP를 발행하는 대신 회사채를 담보로 한은에서 돈을 꿔 ABCP 차환이란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이번 대출대상 증권사 15곳은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20조원 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 연구원은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한 회사채 규모는(비금융공기업 발행채권 포함) 약 3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일부를 담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ABCP와 CP 차환 발행 부담이 있던 증권사들이 당장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ELS 마진콜로 이미 심각한 유동성 부족을 경험했고,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여전히 유동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은의 직접대출로 관련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자금조달 수요가 분산될 수 있어 일단 단기자금시장이 안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담보가 가능한 회사채가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국한돼 한계 또한 있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 대출경로가 늘어나 단기 유동성의 안전판이 확보된 것으로는 볼 수 있다"면서도 "대출담보가 우량등급 회사채로 한정된 만큼 대출 정책의 즉각적인 실효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채권분석 연구원은 "담보물로 지정된 회사채가 우량 회사채에 국한되고 이 중에서도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높은 기업은 늘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종목이나 등급 간 차별화가 따를 것이란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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