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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고나라, 고객·취준생 울린 대규모 사기 발생…늑장대응 논란


現 60명·2천만원 이상 피해 발생…중고나라·경찰·금융기관 나몰라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1천80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나흘 간 수십명이 사기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건을 받기로 하고 돈을 송금한 개인당 피해 액수는 최소 수만원에서 많게는 백만원이 넘는다.

개인 간 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례는 있었지만, 조직화된 집단 형태를 꾸려 사기를 당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실제 피해 사례를 보면 일개 개인이 아닌 '점조직' 형태의 대규모 사기 조직으로 추정될 만큼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취업준비생(취준생)도 피해를 봤다. 취업을 미끼로 제출된 통장이 사기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30일 중고나라 이용자들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중고나라에서는 다수의 대포통장을 동원한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60여 명이며, 피해 금액은 2천만원을 웃돌고 있다. 물품은 간단한 무선충전기에서부터 명품 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구성됐다.

◆'보이스피싱' 연상케 하는 점조직 사기 행각…취준생 노린 근로계약서까지 작성

이번 사건을 처음 제보한 A(27·대학생) 씨는 중고나라에서 60만 원 상당의 아이패드 구매 과정에서 피해를 당했다.

이에 A 씨는 사기 거래에 활용된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사기 조회 사이트 '더치트'에 입력한 후, 시중 은행과 개별 접촉해 일부 통장 명의자와 연락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통장 명의자도 사기 조직에 이용 당한 사실을 파악했다. 취준생인 이들은 해외 구매대행기업으로 알고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A 씨에 따르면 이들 대포통장 제공자들은 지난 20일 구인구직 사이트의 채용 공고를 보고 카카오톡으로 해외 구매대행 기업(사기 조직)에 응시했다. 이후 23일 메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며, 27일 조직의 연락을 받은 후 '업무'를 진행했다.

이들은 제공자들에게 "수습 기간에는 직접 구매대행을 하지 않고, 송금 업무만 하게 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조직적 사기 범죄가 일어났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조직적 사기 범죄가 일어났다.

A 씨는 대포통장 제공자들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점조직에 의한 계획적 사기인 것을 의심하게 됐다고 했다. 첫 번째 대포통장 보유자가 다음 날 사기에 활용된 두 번째 대포통장 보유자의 계좌로 첫날 받은 금액을 이체했으며, 같은 대포통장을 이틀 연속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정황에서다.

A 씨는 "이들은 같은 대포통장을 이틀 연속 사용하지 않았고, 첫 번째 대포통장에서 다음날 다른 대포통장으로 금액을 이체했고, 이를 또 다른 대포통장으로 연속 이체하며 송금 금액을 키워나갔다"며 "이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파악된 대포통장 제공자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 연령의 취업준비생 및 학생이었으며, 사기 조직은 구인 공고문에 '학력 무관, 편한 일' 등의 조건을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사회 경력이 짧아 '속이기 쉬운' 이들의 통장을 범죄에 활용하려 했다는 의도가 감지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 B(32·직장인) 씨는 "연락이 닿은 대포통장 제공자들이 하나같이 특정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며 "이번 사건은 여러 명에 의한 연쇄 사기 사건이 아닌 취업에 절박함을 느끼고 있는 취업준비생을 사기 조직이 의도적으로 노린 중범죄"라고 비판했다.

◆운영자·금융기관·경찰 늑장대응 피해 키워…"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야 하나"

피해자들은 적게는 4만 원에서 많게는 140만 원에 이르는 다양한 물품들을 사기당했다. 또 피해 실체가 드러난 지난 27일 이후 중고나라 운영자 측에 이를 알리고, 사기 방지를 위해 공지 및 ID차단 등의 조치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서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사기를 당한 C(41·직장인) 씨는 "피해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도 중고나라측과 경찰에서는 아무 조치가 없다"며 "나 하나야 돈버렸다 생각할 수 있지만, 직거래 장소도 대구·경북으로 일괄되게 이야기하며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우롱하고 있는 상황은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고나라는 단순한 네이버 카페가 아니라 한 회사의 쇼핑몰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법인"이라며 "중고나라 측에서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었다면 이번 사건은 초기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A씨가 대포통장 제공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한 사건 타임라인. [사진=독자제공]
A씨가 대포통장 제공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한 사건 타임라인. [사진=독자제공]

피해자들은 중고나라 운영진에 제보한 후 접촉한 시중은행에게서도 적극적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도움으로 대포통장 제공자 2명과 연락이 닿았지만, 다른 시중은행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또 이 은행 관계자는 은행 차원에서 대포통장 제공자에게 별도로 연락해 달라는 요청도 회의 후 거절했다.

경찰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례로 A 씨는 사건 발생 후 경찰에게 사기당한 건을 즉시 신고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피해를 본 '아이패드'보다 비싼 '아이패드 프로' 제품의 가격을 근거로 "정가보다 수십만 원 싼 미개봉 제품을 의심해보지도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는 식으로 힐난만 당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피해자들이 사건 직후 카페에 사기 사건을 알리는 글을 올리고, 금융기관과 경찰에도 연락을 돌렸지만 이들이 제때 대응해 주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커졌다"며 "피해자들과 협력해 당국 관련자들에 대한 민원을 넣는 등 후속 조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고나라 측은 회사가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일방적으로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사기 사건이 제보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에 대한 공격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 신고도 이어지고 있어 제보 즉시 대응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별도의 게시판 및 제보 양식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보가 접수될 경우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사기 사건의 경우 선량한 거래자 보호를 위해서는 별도 운영 기준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제보를 받은 즉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악의적 인신공격을 목적으로 한 제보도 자주 있어 사기 사건의 경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 사건 발생 시 전용 게시판에 양식에 맞춰 제보할 경우 담당 직원이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며 "경찰과 협조하고, 피해방지 교육을 실시하는 등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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