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삼성이 연초부터 꾸준한 벤처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AI(인공지능)·5G(5세대 이동통신) 등 핵심 성장사업 관련 업체는 물론 O2O, OTT(온라인 영상 서비스) 업체까지 투자 영역도 다양하다. 삼성이 내년까지 미래 성장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여러 업체에 다각도로 투자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1~2월에 걸쳐 총 13곳의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혹은 기업을 인수했다. 삼성벤처투자와 삼성넥스트를 통해 10개 업체에 투자했고 삼성전자(다이렉틀리)와 삼성SDS(이구아지오)가 직접 나서 1곳씩 투자했다. 지난 1월 14일에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5G·4G 통신망 설계 전문기업인 텔레월드 솔루션즈를 인수했다.
삼성이 투자한 벤처기업들을 보면, 특정 분야의 업체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가능성 있는 사업에 다방면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경향이 보인다.

우선 미국 스페이셜(Spatial)은 AR(증강현실) 협업 플랫폼 업체이며, 다이렉틀리(Directly)는 AI 기반 가상 고객 대응 플랫폼 업체다. '인튜이션(Intuition) 로보틱스'라는 이스라엘의 AI 로봇 스타트업과 '디지털에셋(Digital Asset)'이라는 이스라엘의 기업용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업체에도 삼성이 투자를 집행했다.
이스라엘 인티저(Intezer)·이과지오(Iguazio)와 미국 센티넬원(SentinelOne)은 나란히 보안 관련 솔루션 업체들이다. 다만 이 중 이구아지오는 차세대 클라우드 기술인 '서버리스 컴퓨팅' 업체이며 센티넬원은 각 단말에서 보안 위협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솔루션인 'EDR' 솔루션 업체, 인터저는 악성코드 분석 및 대응 솔루션 업체로 조금씩 성격이 다르다.
이와 함께 숙박시설 관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국 스타트업인 H2O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인도 주요 도시의 실시간 기차 운행·좌석 정보를 제공하는 레일야트리(Railyatri), 인도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디오 콘텐츠 플랫폼 업체 '플릭스트리(Flickstree)' 등에도 투자했다.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반도체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개발 업체인 인프리아(Inpria), 덴마크의 공기정화장치 업체인 '인퓨저(Infuser)'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삼성이 단독 투자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주요 벤처캐피털이나 IT업체들과 공동 투자했다. 인텔·퀄컴·TSMC·도요타·바이두 등 글로벌 유명 업체들이 삼성과 공동으로 투자에 나섰다. 초기 투자인 시리즈A부터 성장성 높은 기업이 받는 대규모 투자인 시리즈E까지 투자 집행 단계도 다양했다. 또 올해 처음 투자를 집행한 업체도 있지만, 이전에 지속 투자를 해 왔던 업체에 대해 추가 투자에 나선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삼성의 벤처기업 투자는 최근 3년 중 가장 활발하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같은 기간 삼성이 투자 혹은 인수한 업체 수는 각각 6개와 12개였다. 첫 두 달로만 보면 가장 많은 업체에 투자를 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삼성은 향후 3년간 18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특히 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들 핵심 성장사업 관련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꼭 이들 사업과 직접 연관된 업체가 아니더라도 장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다각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또 해가 갈수록 더욱 많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며 신사업 발굴과 동시에 유망 중소기업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삼성전자 산하 벤처투자 조직인 삼성넥스트,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산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의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 삼성의 벤처캐피털 회사인 삼성벤처투자 등이 주로 벤처기업 투자의 주체로 나선다. 삼성넥스트는 주로 세트(완제품) 분야의 성장동력을 찾고,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는 AI·자율주행차 분야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조직별로 명확하게 투자 분야를 구분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IT 관련 스타트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유망한 업체라면 분야에 상관없이 투자를 집행한다"며 "삼성벤처투자와 삼성넥스트,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 등 벤처투자 관련 여러 조직을 구성했지만 각 조직별로 투자 업체가 무 자르듯이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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