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소장으로부터 시작한 릴레이인터뷰가 오늘로 20회를 맞았습니다.
릴레이인터뷰는 파워풀한 사업비전과 폭발적인 수익모델을 갖춘 IT벤처업계의 숨은 진주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음을 다시한번 일깨워 줬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더욱더 재미있고,알찬 정보를 제공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오늘 20회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은 아이소프트 이철호사장입니다. 그의 창업스토리는 국내 벤처산업계의 역사라고 할만치 파란만장합니다. 인디시스템 김창곤 사장과 이 사장은 오라클 비즈니스로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아이소프트 이철호 사장의 14년여의 벤처스토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이소프트 이철호(39)사장은 국내 벤처역사의 산증인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87년 벤처창업에 뛰어들어 14년여간 IT벤처업계에 몸담고 있는 엔지니어출신 CEO다.
그는 87년 김광태씨(현 퓨처시스템 사장)와 함께 퓨처시스템을 설립한 공동창업자. 김광태 사장과는 KAIST 전자계산학과 동기다.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 사장은 오랜 벤처생활 탓인 지, 노련함이 한껏 묻어났다. 이 사장의 첫 인상은 짙은 쌍거풀과 수려한 외모탓에 학구파의 엔지니어 분위기보다는 마케팅 전문가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
아이소프트는 웹SI,무선인터넷 솔루션으로 올 상반기에만 26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망 벤처기업이다. 척박했던 80년대에 벤처창업에 나섰던 이철호, 그는 숱한 우여곡절과 부침끝에 아이소프트를 중견 벤처기업으로 일궈냈다.
◆ 운명의 만남
이 사장은 경북대 전자공학과(81학번),KAIST 전자계산학과 석사를 거친 이른 바 ‘카이스트파(派)’ 그는 국내 인터넷산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KAIST 전길남교수 밑에서 공부한 전길남 수제자중의 한 명이다.
그는 87년 KAIST석사후 곧바로 창업을 결정했다. “그 때는 KAIST를 졸업한 이상, 뭔가 이바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죠”
그는 당시 경기 안산에 있던 전길남교수 아파트에서 김광태(현 퓨처시스템사장)씨를 운명처럼 만났다. “김 사장은 당시 지도교수의 개인적인 일 때문에 전길남교수에게 잠깐 논문작성 지도를 받았죠. 그런 연유로 전교수 아파트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곧바로 의기투합, 87년 11월 퓨처시스템을 만들었다. 학생신분을 갓 벗어난 이철호에게 사업을 할만한 목 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는 실리콘밸리 성공벤처기업가로 꼽히는 텔레비디오 황규빈회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투자받는 행운을 얻는다.
“전길남교수가 평소 황회장과 친분이 있었거든요. 지분 40%를 내주고 초기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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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고행
김광태씨가 사장을 맡고, 이철호씨는 개발팀장을 맡기로 결정했다.이사장은 이후 줄곧 개발실에 파묻혀 근 6년간을 개발에 매달렸다.
“뭔가 독자 개발한 제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아이템은 X터미널로 잡았다.89년 유닉스용 그래픽 터미널을 선보였다.
L사에 5억원을 받고 납품하기도 했다. 윈도가 나오면서 곧바로 사라졌지만 X터미널의 핵심기술인 TCP/IP노하우를 습득한 것은 커다란 성과였다.
그는 이어 PC용 TCP/IP를 개발했다. PC용 한글 X윈도 시스템개발에 이어, PC용 한글유닉스 등을 잇따라 내놨다.
“그 때는 정말 닥치는 대로 개발했습니다. IBM과 MS제품에 붙일 수 있는 것은 죄다 건드렸죠”92년 3월, 두 명의 창업동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아무리 제품을 개발해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철호는 영업부장으로 변신한다. “엔지니어가 마케팅에 나선다는 게 당시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육지책이었다. 박스를 들고 연구소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제품들을 공짜로 뿌리는 일을 근 1년간 했다.
쥐구멍에도 볕들날 있다고 했던 가. 퓨처의 TCP/IP는 당시 데이터베이스와 클라이언트서버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황금알 낳는 암닭으로 돌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인프레임 중심에서 개별 단말기가 서버에 접속,정보를 공유하는 클라이언트서버에는 TCP/IP제품이 핵심적으로 사용되기 때문.
하지만 DB서버를 제공하는 오라클,사이베이스,인포믹스등 외국회사들은 제품판매시 TCP/IP를 선택사양으로 제공했다. 당연히 MS,FTP,쓰리콤 등 외산 제품만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오라클이 문제였다. “시장점유율이 절대적인 오라클을 뚫지 않고서는 얘기가 안됐습니다. 오라클과 연동(인터페이스)이 안되면 팔수가 없었죠”
여기서 이철호의 두둑한 베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다짜고짜 한국오라클의 강병제사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협박반 사정반으로 하소연했다.
“삼성물산이 메인프레임을 도입하는 데 퓨처의 TCP/IP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오라클DB는 퓨처 TCP/IP와 연동이 안돼 DB를 사이베이스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런 협박과 함께 소스파일 1개만 오픈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강병제 사장은 그자리에서 미국 본사에 전화를 건 후 “소스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소스코드를 넘겨받은 이 사장은 삼성물산으로부터 무려 1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따냈다. 오라클을 뚫은 데 힙입어 퓨처는 94년부터 3년간 국내 TCP/IP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매출은 조금씩 늘어 94년 13억원,95년에는 30억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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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의 선택

퓨처시스템에게 95년에 발표된 MS의 ‘윈도95’는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다. 윈도95내에 TCP/IP기능이 내장됐던 것.
즉 주력 제품이 한 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고심하던 김사장과 이사장은 95년 보안쪽을 택했다. 지금의 퓨처가 보안전문업체로 자리잡은 것도 이런 연유때문이다.
독립에 대한 생각을 키워가던 97년말, 이철호 사장에게 뜻밖의 제의가 들어왔다. KAIST후배인 서정현 당시 아이소프트 사장이 인수제안을 해온 것.
아이소프트는 95년 아이네트 자회사로 출범한 회사.실사를 해본 결과 부채만 무려 12억원. 수입도 신통한게 거의 없었다.
"모두 반대했죠.그러나 부채 12억원만 떠안으면 지분 66%를 양도한다는 좋은 조건이었습니다.새로 시작했을 때와 비용을 따져봤죠. 비슷하더라구요”
98년 2월, 부채에 지급보증을 아이네트에서 퓨처시스템으로 바꾸고 아이소프트를 인수했다.
◆ 홀로서기의 세월
“정말 난감했습니다.20여명 남짓한 직원들은 전투의식도 없고,영업조직도 전무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소프트는 적자를 아이네트에서 계속 보전해줬고, 제품 총판을 아이네트가 가지고 있었던 것.
장기 빚내 단기부채 갚는 등 1년간은 생존을 위한 질개선의 세월이었다.매출이 거의 없던 98년중반, 이사장은 당시 LG소프트 백종관 사장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한달안에 LG인터넷 ‘채널아이’의 커뮤니티를 오픈할 수있겠느 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무조건 할 수있다고 대답했죠”
직감적으로 한 달안에 불가능한 사양이었지만 밀어부쳤다. “이게 우리가 살길입니다. 수단을 가리지 말고 한달안에 개발해야 합니다”
이 사장의 저돌적이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한달만에 채널아이 커뮤니티를 시연, 곧바로 3억원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두루넷 멀티미디어 채팅을 개발해줬다. 98년 한해만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끝없는 도전과 변신
이 사장의 저돌적인 성격은 직원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곧바로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빠른 의사결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98년말 직원이 제안한 온라인 영화티켓팅 사업 ‘이벤트맥스’를 발족시킨 게 대표적인 일.
99년초 KTB로부터 인수 제안이 들어왔다. 이 사장은 주저없이 념겼다.KTB, 미래와산업,아이소프트 3사가 공동출자,자본금 10억원짜리 영화포털 맥스무비는 99년 5월 이렇게 탄생했다.
이 사장은 직원제안으로 스스로 벌인 닷컴사업을 지분 30%만 갖고 미련없이 출가시켰다. 그는 요즘 직원이 제안한 또다른 사업인 온라인게임쪽도 한창 신경쓰고 있다. 현재 모바일용 게임개발을 끝내고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사장이 무선인터넷사업에 뛰어든 과정은 벤처기업의 CEO가 얼마나 외부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 사장은 99년 6월 MS로부터 사업제안을 받고 곧바로 아이소프트의 대변신을 결정했다.“MS가 무선인터넷쪽에 진입할려고 하는 데 협력사를 찾고있으니 사업제안을 해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또다시 밤낮없이 개발에 매달린 지 한달만에 아이소프트는 MS 파트너쉽을 움켜쥐었다. 당시 MS가 아이소프트를 끌어들인 것은 단말기에 무선으로 뿌려줘야 하는 기존 컨텐츠들이 모두 데스크톱PC용으로만 개발됐기 때문.
자그마한 휴대폰 단말기로는 볼 수가 없었던 것. 이 사장의 밀어부치기는 또한번 성공했다. 99년 7월,한솔엠닷컴 솔루션 시연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이어 한통프리텔도 통과했다.
작심 한달만에 기존 컨텐츠를 휴대폰 단말기에 척척 뿌려주는 콘텐츠 리포맷솔루션을 개발, MS와 휴대폰 2사의 파트너로 뽑히는 괴력을 과시한 것.
“그 때 개발자들은 거의 초죽음이었습니다. 단말기용 웹브라우저도 없는 상태에서 개발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어쨌든 성공했지요”
아이소프트는 최근 유무선의 어떤 기능도 소화하는 ‘위존(wizone)’을 추가 개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제품은 무선으로 커뮤니티, 게시판, 메일기능은 물론 이를 팩스로 보내고, 단문메시지로 날려 보내거나, 또 무선의 단문메시지를 PC에 메일형태로 보내는 등의 유무선용 솔루션이다.
◆ 해외시장, 흥분한 이철호
이 사장은 요즘 흥분해 있다. 해외로부터 잇따라 호재가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 미국 엠파시스의 인도 자회사와 첫 미팅을 갖고 아직도 흥분을 가라 않히지 못하고 있다.
엠파시스는 조만간 나스닥등록예정인 컨설팅,SI업체로,무선인터넷 솔루션을 해외에서 공동 마케팅하자고 제안했던 것. 바로 MOU를 맺었다.
전투용 테트리스, 퀴즈퀴즈 게임등 무선인터넷용 게임도 조만간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 사장을 흥분시키는 것은 수출뿐만 아니다. 외국계 투자회사와 1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협상이 이달중에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코스닥등록은 시간문제다.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23억원)보다 많은 26억원을 올려,연말까지 50억원은 거뜬히 올릴 것으로 보인다.
14여년간 벤처에서 잔뼈가 굵은 이철호. 그는 이제 국제화에 골몰할 만큼 중견 인터넷솔루션업체를 키워낸 테헤란 벤처 대표주자의 한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사장은 퓨처시절 몇 차례 문닫을 고비가 있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이 사장은 10년이상 벤처를 한탓에 요즘은 주말엔 만사 제쳐두고 두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고 털어놨습니다.지난 세월에 대한 빚을 갚겠다는 뜻이겠지요.그는 다음 인터뷰대상자를 즉석에서 추천했습니다.
/김광일기자 goldpa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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