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째 족쇄 진에어, 코로나19 여파 속 제재 향방은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진에어가 18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항공업계를 지원하고 있는 데다 진에어가 이사회 강화에 나서면서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다음 달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강화와 관련한 안건을 상정한다. 사외이사가 이사 총수의 과반이 되도록 정관 제29조를 변경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사외이사를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규정했으나, 사외이사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국토부가 진에어에 이사회 활성화 등을 주문한 만큼 제재 해제를 위한 노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는 지난 10월 열린 국토부-항공사 CEO 간담회에서 국토부 제재와 관련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잘 판단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2018년 8월부터 정부의 경영 제재조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 노선 취항과 신규 기재 도입 등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당시 진에어 부사장)의 이른바 '물컵 갑질' 논란이 불거진 뒤 조 전무가 미국 국적 보유자임에도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불법 재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재가 가해졌다. 현행 항공법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국적 항공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

진에어는 제재를 받은 뒤 경영정상화를 위해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 지난해 9월 '항공법령 위반 재발 방지와 경영문화 개선 이행'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유보적인 입장을 이어갔다.

다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 수요 감소, 홍콩 시위 등으로 단거리 노선이 부진한 상황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전 노선에 비상이 걸린 만큼 진에어의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다.

국토부도 어느 정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 항공업계 지원 방안을 밝히면서 진에어 제재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 실장은 "진에어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경영문화 개선 방안에 대해 최근 많은 진전된 흐름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 이행 결과를 보고 재제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진에어 제재를 두고 "지나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를 안 받고 있는 항공사들도 힘든데, 진에어의 경우 신규 취항과 신규 기재 도입 등이 막히면서 사업계획을 세우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1년 반 동안 이어질 정도의 위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진에어는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49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2018년(630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로,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매출액은 9천102억 원으로 전년보다 9.9% 감소했다.

이에 따라 당장 진행되고 있는 운수권 배분에 관심이 쏠린다. 진에어는 최근 국토부에 운수권 배분을 신청했다. 국토부는 매년 2~3월 국제항공 운수권을 정기 배분하고 있다.

국토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침체된 만큼 운수권 배분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배분 대상은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집트 카이로, 포르투갈 리스본 등 장거리 노선과 인도 뉴델리·뭄바이, 호주 시드니·멜버른 등 중거리 노선, 필리핀 마닐라, 중국 베이징, 팔라우 등 단거리 노선이 포함됐다.

진에어의 경우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제재로 인해 신규 취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수권을 배분 받는다 할지라도 운항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도 운수권을 받지 못했다.

반면 운수권 배분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신규 운수권을 배분 받는다 해도 운수권 이용 기간 내 운항을 개시하면 되기 때문에 운수권 배분 후 향후 취항을 진행해도 무방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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