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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다"…숙대 합격한 트랜스젠더 20대, 결국 입학 포기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2020년도 숙명여대 입학 전형에 최종 합격한 트랜스젠더 A씨(22)가 결국 입학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7일 오후 2시 56분께 트랜스젠더를 위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숙명여대 입학 등록을 포기한 사실을 알렸다.

[숙명여자대학교 제공]

A씨는 이 글에서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며 "그렇게 나는 일상을 영위할 당연함마저 빼앗겼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얼마 전 서점을 다녀왔다. 내가 다시금 수험서를 사러 와야만 했던 이유는 올해 수능 점수에 불만족 해서도 아니고, 법전원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법전원이 설치된 대학 학부로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던 말을 들었기 때문도 아니다"라며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각축장을 통해 보다 나은 의견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은 어떠한 근거를 갖는지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방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성숙한 사람에게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돼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이러한 무지를 멈췄을 때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또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제 바람에 공감해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신 여러 개인, 단체에 감사를 표한다"며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또 감사한다"고 자신을 응원해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A씨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약 한달 앞둔 10월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이 허가돼 주민등록번호 앞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었다.

A씨는 인터뷰를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고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를 보면서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A씨가 법대에 지원하는 데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한 사람은 국내 첫 트렌스젠더(남→여)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포항공대(포스텍)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건설회사를 다니다 2013년 3월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14년 봄 커밍아웃을 한 뒤 성 소수자 이슈를 전담하는 변호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A씨는 "박한희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트랜스젠더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법에 관심이 생겨 책을 많이 읽으면서 공부해 보니 인권 관련 등 재미있는 주제들도 많아 이 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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