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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리미노이드(250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51)


 

“취미니까.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 주인의 취미다.”

“바이스톤의 취미?”

“그래. 위대한 바이스톤 각하의 취미.”

“죽인다? 무카이를 죽인다?”

“그래. 그분은 너의 초능력을 전해듣고 너와 진정한 친구가 되고자했어. 그래서 자기가 가장 아끼는 여자 무카이를 너에게 하룻밤 선물로 주었던 거야. 아니, 영원히 너의 여자로 선물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넌 단호히 무카이를 거부했고, 그래서 심히 불쾌해 하고 있지.”

“아팠다. 머리가 아팠다. 무카이를 거부한 것 아니다. 무카이에겐 죄가 없다.”

아미타는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 나이튼이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이어 나갔다.

“머리가 아팠군.”

“그렇다. 그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 분은 인내심이 없어. 동정심도 없어.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인정사정이 없는 분이지. 나도 그 분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아. 그러나 그 분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지. 앞으로 무카이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

“무슨 소리냐.”

“말했잖아. 자비심이 없다고. 그러나 다시 한 번 부탁해 보지.”

나이튼은 냉정하게 말하고 약을 올리듯 영상에서 사라졌다. 아미타는 악을 쓰며 나이튼을 불렀다. 그래도 나이튼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아미타는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나이튼이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아미타는 스스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일종의 환상이었다. 눈을 감고 무카이가 어디에 있을까 상상하는 동안 이상한 이미지가 연출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미타의 환상 속에서 무카이는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두 명의 여자로부터 몸치장을 받고 있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꽤 넓고 화려한 방이었다. 두 명의 여자는 무카이의 머리칼을 빗겨주고 그녀의 몸에 향수를 바르며 팔과 다리를 마사지하듯 주무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들어섰다. 무카이는 그 남자가 나타나자 쓰러질 듯 달려가서 그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무카이를 치장하던 두 여자는 머리를 허리 아래까지 떨어뜨리고 뒷걸음질로 방을 빠져나갔다.

아미타가 저것이 바이스톤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그 낯선 남자에게 더 집중하려는데, 갑자기 윙- 하며 나이튼의 영상이 나타났다.

아미타는 반가운 심정으로 침대에서 벌떡 뛰어내려와 나이튼의 영상 앞에 다가섰다. 그런데 나이튼은 아미타의 시선을 피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미타가 보기에 나이튼은 몹시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것이 나이튼의 고도의 연기력이라는 것을 알 리 없는 아미타가 참을 성 없이 물었다.

“죽었나?”

나이튼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이다. 살아 있다.”

아미타는 즉각 반발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카이는 살아 있다. 내가 그걸 느낀다. 내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무카이는 지금 어느 남자와 함께 있다. 그가 바이스톤인가? 대답해. 바이스톤인가?”

아미타의 집요한 추궁에 나이튼이 지금까지의 표정을 싹 거두고 오히려 놀란 눈으로 아미타를 바라보았다. 바이스톤이 방문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카이가 지금 자기 방에서 그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훤하게 내다보고 있지 않은가. 나이튼은 아미타의 초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즉각 다시 음울한 표정을 지었다.

“무카이 대신 다른 사람이 죽었네.”

나이튼이 손짓하자, 다른 영상 기둥이 하나 쏟아져 내려왔다.

“악-!”

아미타는 비명을 질렀다. 뒷걸음질 쳤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호치의 머리통은 몸에서 떨어져 대롱거리고 있었고, 사지가 다 찢어져 있었다. 그것을 짜깁기하듯 얼기설기 기워놓은 육신이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만큼 처절하게 살해당한 모습이었다.

“아버지…”

아미타의 눈에서 시뻘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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