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푸르른 바다, 갯벌이 살아숨쉬던 남해군 남쪽 끝. 지난 2004년 아난티(구 에머슨퍼시픽) 수장에 오른 이만규 대표는 "한국에 없는 리조트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첫 삽을 떴다. 남해군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한 이 대표는 당시 남해군 소유였던 '아난티 남해' 부지의 갯벌을 메우고 이곳에 바다를 낀 골프장과 리조트를 하나씩 세워나갔다.
2006년 완공된 '아난티 남해(구 힐튼 남해)'는 당시 국내에 없던 '고급 리조트'라는 개념을 처음 선보이며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남해군에서도 외진 곳이라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던 '아난티 남해' 부지는 당초 군청에서 리조트로 개발하기 위해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곳에 흔한 리조트 건물을 세우는 대신 하나의 '마을'을 콘셉트로 이곳을 개발해 국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스타일의 리조트를 만들었다. 특히 국내 최초의 해안 코스 골프장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으며 해외 골프족들의 발길을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실제로 지난 21일 방문한 '아난티 남해'는 평일임에도 많은 골프족들이 필드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산악 지형에 편중돼 있는 국내 대부분의 골프장과 달리 해안을 중심으로 골프 코스가 형성돼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난티 관계자는 "4번 홀은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온그린 시키는 코스로 이뤄져 있어 많은 골프족들이 경험하고 싶어한다"며 "사계절 내내 찾는 골프족들을 위해 잔디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난티 남해'는 아난티가 2006년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과 손잡고 2017년 말까지 '힐튼 남해'로 운영했던 곳으로, 2018년 1월부터 아난티가 직접 경영에 나서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로비 건물 앞에 주차장으로만 사용됐던 공간에는 아난티가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리조트 단지 내 숲길로 변신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앉아서 즐길 수 있는 자연 공간을 넓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녹지 공간은 기존 대비 3배 이상 커졌다.
아난티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남해로 여행을 오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남해 바다 풍광과 조화를 이루는 조경 공사를 먼저 진행한 후 수영장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8월 아난티 남해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공간인 '이터널저니 남해'를 조성해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총 350평 규모에 두 개층으로 구성된 이곳은 먼저 선보여진 '이터널저니 부산'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문화·예술·미식이 혼합된 콘텐츠들은 더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이터널저니 부산'은 국내 최초로 호텔에 처음 선보여진 서점이다.
아난티 남해 스위트 타워 7동에 마련된 이곳에 들어서니 책방인 듯, 도서관인 듯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탓인지, 빨강·초록 색상을 가진 책들이 벽면 가득 가지런히 놓여져 있어 또 하나의 장식품처럼 느껴졌다. 일반 서점과 달리 책 표지를 앞으로 두고 전시돼 있었고, 흔히 볼 수 있던 '베스트셀러' 구역은 없었다.
아난티 관계자는 "고객들이 다양한 서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베스트셀러 구역을 두지 않고, 북 큐레이터가 시즌에 맞게 고른 주제에 맞춰 다양한 서적들을 소개하고 있다"며 "쉬러 오는 곳인 만큼 경영, 경제와 관련된 서적보다 문학, 예술과 관련된 책들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점 오른편에는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키즈존이 조성돼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주제의 책을 비롯해 애착 인형·소꿉놀이 세트 등 장난감, 소품들을 구입할 수 있었고, 레고 등 장난감들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었다. 또 한 달에 두 번씩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신청한 5~8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 등의 키즈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었다.
서점 왼편에는 다양한 패션 상품과 소품들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존이 마련돼 있었다. 특히 매장 한 켠에는 존 레논-오노 요코 부부의 침실을 그대로 재연한 듯한 공간이 조성돼 있었고, 욕실·거실·부엌 등 각 구역의 콘셉트에 맞는 소품들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아난티 MD들이 직접 상품을 골라 들여오는 만큼, 다른 샵들에선 구매할 수 없는 상품들도 판매되고 있었다.
이터널저니 남해 매니저는 "평일에는 하루 평균 80명, 주말에는 200명 가까이 이곳을 찾고 있다"며 "인근에서 구매할 수 없는 상품들이 많아 방문객 중 절반 가량은 이곳에서 물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서점과 샵들이 있는 2층과 달리 1층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식음료를 구매하는 마트가 갖춰져 있었다. 이곳이 생기기 전까지 고객들은 호텔에서 12분 정도 걸어야 갈 수 있는 편의점을 이용해야 했다.
마트에는 남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해외 각지의 식료품과 방문객들이 간단하게 먹을 만한 간식류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었다. 가격도 인근 편의점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각 객실의 미니바에서도 트렌디한 세계 각국의 수제 맥주와 수입 과자들을 외부와 비슷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레스토랑은 여름에 야외 수영장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돼 있었다. 또 아난티 남해를 찾는 이들 중 호텔을 자주 찾는 아난티 회원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시즌별로 스페인, 이탈리아 등 테마를 달리해 현지 음식을 선보이고 있었다.
아난티 관계자는 "이곳에선 신선한 식재료로 셰프들이 즉석에서 만든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질 좋은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며 "서점에는 소규모 출판사와 예술서적 전문 출판사에서 선별해 온 책들이 다양한 주제별로 분류돼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터널저니 남해에서 나오자 마자 마주한 풍경은 드넓게 펼쳐진 골프장과 바다였다. 골프장은 18 홀 코스로 갖춰져 있었고, 바다와 섬들과 조화롭게 풍경을 이뤄 감탄을 자아냈다.
골프장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15분 정도 걸은 후 마주한 그랜드 빌라는 로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위트 타워 구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똑같이 생긴 22채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각 건물마다 개인 주차장도 갖춰져 있었다. 또 2층 구조에 4개의 침실과 개인 풀장까지 마련돼 있어 여러 가족이 함께 놀러오기에도 좋을 듯 했다. 풍경은 모든 건물이 바다와 마주하고 있어 아름다웠다.
아난티 관계자는 "아난티 남해는 '숲과 바다'를 콘셉트로 150여 객실과 18홀 골프코스, 야외 수영장, 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복합문화공간인 '이터널 저니'가 생긴 후부터는 골프족뿐만 아니라 가족 고객들도 많이 찾으면서 '힐튼' 때보다 방문객 수가 훨씬 더 늘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잘 갖춰진 시설 덕분에 '아난티 남해'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여행업계 시상식 '월드 트래블 어워드'에 12년 연속 한국 최고의 리조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아난티 남해'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이후에도 금강산, 경기 가평, 부산 기장 등으로 리조트 사업을 확장시켰다. 다만 아난티 금강산은 회원 모집까지 끝내고 오픈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남북관계 악화로 문을 닫아야 했다.
현재는 부산 기장 지역에 '빌라쥬 드 아난티(아난티 마을)'와 서울 논현동에 '아난티 강남'을 짓고 있다. 학동역 인근에선 '캐비네 드 이터널 저니'란 이름으로 공유 오피스 사업에도 도전한다.
이 대표는 "아난티 남해는 가족들을 위한 최적의 여행지로, 골퍼들에게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골프 클럽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휴식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해=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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