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의 온라인 쇼핑을 샅샅이 살피고 있다면? 신용카드 번호부터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까지 빠뜨리지 않고 수집해 두고 있다면?
생각할수록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선 실제로 이
런 종류의 고객정보 수집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이버소스, 2천여 쇼핑몰서 정보 수집
화제의 주인공은 사이버소스(Cybersource). 신용카드 인증 전문 사이트
인 사이버소스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온라인 거래를 할 때 불량 고객들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회원에 가입한 온라인 소매상들에게만 이 정
보를 제공해 준다.
이를 위해 사이버소스는 2천 여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객 정보를 수집, 전
자상거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있다. 여기엔 아마존, 마카다, 바이
닷컴 등 유명 사이트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MSNBC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만 3천400만 건의 거래 정보가 사이버소스의 데이터베이스에 새롭게 저장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보엔 이름, 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제품 배달 주소 뿐 아니라 주문
한 제품 형태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기록되어 있다. 한 마디로 모든 쇼
핑 정보를 총망라한 셈이다. 이 정보는 6개월 동안 보관된다고 사이버소
스 측은 밝혔다.
온라인 주문을 받은 쇼핑몰이 불량고객 여부를 조회하면 사이버소스에서 즉
시 고객 정보를 제공해 주게 된다.
사이버소스 측은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에 대해선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등록 고객 외엔 절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해킹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를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
장이다. 자사 직원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보안 유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
다.
쇼핑몰 “사기 구매 방지위해선 필수적”
쇼핑몰들이 사이버소스의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사기 구매 때문. 오프라인
에선 일단 구매자가 신용카드에 사인을 하면 사기 구매에 대한 책임은 은
행 측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구매자의 사인을 받는 것이 사실
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부담은 온전히 쇼핑몰들의 몫이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런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개들의 쇼핑 데이터베이
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가트너 그룹 조사결과도 일반 거래보다 온라
인 상거래가 신용카드 지불 사기 빈도가 1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크리스 휴란 사람이 10개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페이팔로
부터 거래를 거절 당했다. 물론 휴는 페이팔의 조치에 대해 거세게 항의
를 했다. 하지만 쇼핑몰 측은 사기 구매 방지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주
장이다.
대부분의 카드 사기는 분실직후 발생한다는 것. 특히 남의 카드를 이용하
는 사람은 구매행태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그 동안의 구매행태를 알고 있으
면 사기사건을 쉽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쇼핑몰 측의 주장이다.
고객들 “내 정보를 빼내지 말라”
하지만 고객들 입장에선 이런 사실이 유쾌할 리가 없다. 이는 시장 조사기
관의 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NFO 인터랙티브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자들은 ‘사이트가 개인 정보
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또 온라인 구매를 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프라이버시가 보호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온라인 구매를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자신들의 신용카드 거래 내역은 은행 측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
각하고 있는 고객 입장에선 사설 기관이 자신들의 거래 내역을 샅샅이 꿰뚫
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고객 정보를 사설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는 사
실을 고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마존, 바이닷컴, 에그헤드닷컴 등 대표
적인 상거래 사이트 들도 예외가 아니다.
고객 정보 수집, 과연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사이버소스의 고객 정보 수집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
는 결국 앞으로 전자상거래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선결해야 할 조건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고객
과 쇼핑몰 입장에선 ‘정보보호’와 ‘원활한 과금’이 가장 중요한 문제
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사이트들이 고객 보호에 남다른 신경을 쓰는 가운데 불거져 나온 고객
정보 수집은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온라인 구매
를 할 때마다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데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고
객 입장에선 사이버소스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고객들 입장에선 신용카드 번호보다는 회원 등록 번호로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정책을 바꾼 온세일(onsale.com)같은 사이트가 한
없이 고마울 것 같다.
/김익현기자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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