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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꿈?"…코오롱에서 신라젠까지, 바이오업계 '신음'


도덕적 해이·헛된 투자심리 자극 원인…"실력 키우는 계기 될 것"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한때 한국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던 바이오산업이 연이은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인보사 사태'에 이어 신라젠 등 업계를 이끌던 주요 기업들의 임상시험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미래의 투자가치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 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약 '펙사벡'의 임상 시험 전면 중단과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가 펙사벡이 신약으로서의 가치가 부족하다며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한 지 2일 만이다.

지난 4일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펙사벡'의 임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에이치엘비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이어 펙사벡의 임상시험까지 중단되면서 올해 주목받았던 3대 신약 중 2가지의 임상시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는 10월 발표를 앞둔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임상 3상 결과뿐이다. 업계는 만일 이 결과마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한국 바이오산업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최근 10년 동안 전체 제조업 평균을 웃도는 고용증가율을 보이며 10만 명이 종사하는 우량 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바이오의약 산업은 3조8천501억 원의 생산 규모를 보이며 바이오산업 내에서도 생산 규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4조 원가량의 기술수출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해외 진출 등 긍정적 성과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에 힘입어 개발 기간을 4년 단축할 수 있도록 한 '첨단바이오법'을 제정하고, 혁신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를 4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적극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그리는 밝은 미래와는 달리 코스닥 시장의 제약지수는 올해 들어 2분기만에 17% 급락했다. 코스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11%의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는 이런 바이오 산업의 위기를 제약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와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이용한 투자심리 자극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에만 집중해 온 경영행태가 불러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도덕성이 필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허가를 취소했다. 인보사의 주성분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신장세포에는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보사 투약자 3천700여 명은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또 삼성그룹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알려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분식회계 의혹을 받으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7월 '인보사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전문가들은 이런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국제 시장에서 한국제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의약품 업체가 반드시 갖춰야 할 도덕성과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학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제약업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돼 있어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의약품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먼저 제조사들의 도덕성이 높은 수준으로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덩치 키우기'에 '올인'하는 경영방식 지양해야"

또 이들은 제약업체들이 기술수출 절차나 임상시험이 시작된 것만으로도 마치 임상시험을 통과한 것처럼 주주들에게 홍보하고, '보이지 않는 희망적 미래’를 이용한 덩치 키우기에만 집중하는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바이오 산업의 위기를 불러온 한 가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은 한미약품의 비만·당뇨치료제에 대해 임상 1상 단계에서 체결한 9억1천500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취소했다. 얀센이 진행한 임상 2상 시험에서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달하는 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앞서 지난 2015년 독일 제약사 베링거잉겔하임과의 8천600억 원 규모 계약이 무산된 바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 릴리에 수출된 8천억 원 규모의 면역질환치료제 기술수출 계약도 파기됐다.

한미약품은 당시 "비만 환자의 체중감량에 대한 효과는 입증됐다"며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에게 혈당조절이 더 필요한 점을 확인한 만큼 이를 반영해 향후 개발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는 이런 한미약품의 행태가 자사 가치 키우기를 위해 '보이지 않는 미래'를 파는 제약업계의 경영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취소와 신라젠의 임상 3상 중단 등의 사건은 결국 제약회사의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결이 같은 사건"이라며 "제약업계 전반적으로 확실히 개발이 완료된 제품이 아닌 제품 개발 계획을 바탕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경영 방식이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보사 사태'는 물론 연이은 기술수출 계약 파기와 임상 실패 등이 이어지면서, 제약업계에 대한 기대가 '버블'이 아니냐는 의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제약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가져와 산업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은 지난 7월 한미약품과의 기술수출 계약을 취소했다. [사진=한미약품 본사]

일각에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바이오 산업의 진짜 실력을 키울 기회라며, 가능성이 낮은 신약 개발에 쏠리고 있는 투자가 견실한 R&D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런 과정을 거쳐 제약 산업 내의 '옥석 가리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의 R&D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 대비 미미한 수준인 만큼, 가뜩이나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더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어지고 있는 임상 실패가 R&D에 대한 견실한 투자를 이어가는 회사들로 투자 심리를 옮겨가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격한 성장 속 성장통은 있기 마련"이라며 "연이은 악재가 제약업계의 옥석을 가려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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