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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주] 증발해버린 온라인 게임회사


 

1만명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공개 시범서비스를 해온 무협 역할 분담게임(RPG) '운 온라인'이 하루아침에 '이용불가' 상태가 됐다. 이 게임을 서비스했던 SR코리아라는 회사는 종적을 감춰버렸다.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까지 이용해준 유저들에게 감사드린다'는 글을 띄워놓긴 했지만, 게임 이용자들이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들을 일순간에 날려버린 기업치곤 영 성의가 없다.

지금까지 여러 온라인 게임들이 서비스 완전중단 내지는 일시중단, 업데이트 중단 등의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엔씨소프트의 '샤이닝로어', 넥슨의 '엑사인', 이야기의 '판타지포유', 엔에이씨정보시스템의 '이클립스' 등 대략 수십종에 달한다.

이용자들의 외면과 열악한 시장환경, 회사의 경영악화 등이 온라인 게임 서비스 중지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회사 사정이다.

게임을 열심히 해온 이용자들은 오랜 기간 축적한 것들을 한순간에 날려버려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게임 아이템 한 개가 1천만원에 달하기까지 하는 요즘, 사라진 캐릭터와 아이템들을 현금으로 환산해본다면 회사측은 이용자에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끼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게임을 중지시킨 회사들은 이용자들에게 그야말로 '싹싹 빌었다'. 게임 서비스 중지로 회사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재건을 위해 게임 이용자들의 이탈을 최대한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일례로 이매직의 온라인 게임 '세피로스'는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 이용자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과 게임머니, 레벨 등은 그대로 존속되도록 배려했다. 사용자들에게 최대한 양해를 구하고 사과했음은 물론이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세피로스'는 다시 서비스를 시작해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엔틱스소프트의 '루시아드'(현 '요구르팅'), 한빛소프트의 '탄트라'(현 '탄트라V2')도 마찬가지로 시련기를 거쳤지만, 다시 발돋움할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SR코리아의 경우는 도가 지나치다.

지난해 SR코리아는 투자유치를 위해 시노조익이라는 PC게임 개발사를 설립한 바 있다. 그리고 논현동에서 사무실을 함께 쓰면서 '운 온라인'을 서비스해 왔다.

현재 SR코리아는 사장과 이사진, 실무 담당자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1일 사무실을 찾아봤지만, 시노조익 측에선 SR코리아란 회사와 함께 사무실을 쓴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50여명이 근무하던 회사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운 온라인'을 아껴온 이용자들에게 납득할만한 해명조차 않고 있는 경영진의 태도가 가관이다.

SR코리아 사장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운전하는 사람인데, 핸드폰 놓고 출장가셨다"(6월30일 17시), "이 핸드폰을 주웠는데, 곧 찾아주기로 했다"(7월1일 11시), "1년 전부터 이 핸드폰을 썼는데 무슨 소리냐"(7월1일 17시)라며 실소를 금치못할 대답들이 들려온다.

1일 이 회사의 한 이사는 이메일을 통해 "오랜 기간 성원해준 유저들에게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부 언론보도에서 공개된 SR코리아의 '운 온라인'과 다른 업체에 관련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뭐가 사실과 다르다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사태를 해결해 갈건지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사는 연락처도 명시하지 않았을 뿐더러, 기존 전화번호로는 이틀째 연결이 안되고 있다.

현재 '운 온라인'은 대만에 수출돼있는 상태고, 중국 서비스를 위한 업데이트 작업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운 온라인' 대신 '운무2'(가칭)라는 새로운 게임도 선보이겠다고 했다.

회사는 '증발'해 버렸는데 이런 일들이 어찌 가능하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이용자들에게 사정을 고백하고, 떳떳하게 다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다른 게임 개발사들까지 이용자에 대한 배려없이 수익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욕을 먹게 된다. SR코리아라는 회사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영영 버림받게 될 것은 물론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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