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 관악구 봉천동에 거주하는 20대 박모(여)씨는 월세 원룸 계약만료 두 달을 앞두고 계약연장 의사를 묻는 집주인에게 연장 의사가 없음을 전했다. 후속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임대인이 방을 내놓고 보여주겠다고 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박 씨가 샤워하거나 자는 도중에도 문을 한두 번 두드리고는, 문을 열고 막무가내로 들어와 방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방을 안내했다. 집주인이 개인 프라이버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자, 박 씨는 고민 끝에 주택임대차조정위원회에 조정상담을 신청했다.
1인 가구 증가와 부동산시장 거래절벽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국 전·월세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으로 맺어지는 전·월세 임대차계약은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차이로 유독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
30일 국토교통부가 확정일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전·월세 거래량은 올해 3월에만 17만 7천238건이다. 올해 3월까지 누계 전·월세 거래량(53만 3천159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49만 2천224건)과 5년 평균(45만1천967건) 대비 각각 8.3%, 18.0% 많다.

또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개소 당시 394건의 주택임대차 분쟁이 접수됐고, 이 중 107건이 조정성립, 71건이 화해취하(당사자들끼리의 원만한 화해로 접수취소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809건의 분쟁이 위원회에 접수됐으며, 조정성립 150건, 화해취하 23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이달 29일 기준 331건의 주택임대차 분쟁이 접수, 조정성립이 43건, 화해취하 90건으로 조사됐다.
임대차 분쟁은 1인 가구 청년층 거주 비율이 높고, 계약 기간이 길지 않은 지역 위주로 늘어나는 추세다. 1인가구 거주 비중이 높은 관악구(2015년 기준 시·군·구별로 미혼 1인가구 비중 76.2%) 관할구청 관계자는 "(관악구는) 한 명의 임대인이 다량의 물량을 소유하고 있고,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직장인 위주로 형성된 전·월세 거주 비율이 높다"면서 "관할구청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각종 분쟁으로 인한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씨의 경우처럼 임대차계약 만료를 앞두고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면 박 씨의 사례처럼 임차인은 계약만료 전에 집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을까? 또 임대인이 임차인의 허락없이 예비키나 마스터키를 이용해 집을 보여줘도 될까?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상임위원 최재석 변호사는 "당연히 임차인의 허락없이 들어갔을 경우에는 무단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면서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임대인이 들어간다면 민사·형사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의 이익과 결부돼 있을 뿐 아니라, 후속 임차인이 제때 들어와야 원만한 보증금 회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임차인도 방 소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최 변호사는 "임대차계약 만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방을 보여주기를 거부하거나 방해해 임대인이 애를 먹기도 한다"면서 "이 경우 임차인으로서도 협조를 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보증금 반환 지연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전세의 경우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부동산 제도로 보증금 액수가 크기 때문에 후속 임차 없이 임대인이 일시에 지급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서로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하고, 적절한 조율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어 "다만 후속 임차인이 둘러볼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돼서는 안된다"며 "집을 보여주는 횟수나 방식을 합리적으로 정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또 "번호키로 된 잠금장치일 경우 집주인에게 비밀번호를 직접 알려주는 것이 꺼려진다면 공인중개사의 책임하에 계약 의사가 있는 후보자를 데려와 보여주게 하고, 비밀번호를 발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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