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설의 허실-4] 비오면 인터넷속도 느려진다?


 

장마철이 다가왔다.

장마는 네티즌에게도 지루한 시기다. 비가 자주 내리는 통에 햇빛을 볼 기회도 줄고 바깥나들이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인터넷 서핑을 즐기려고 컴퓨터 앞에 앉지만 인터넷 속도도 느리고 해당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하얀색 화면도 제법 눈에 띈다.

장마철엔 주말마다 내리는 비가 야속하다. 비 소리를 들으며 집안에 갇혀 있는 것도 불만인데 인터넷은 가끔 먹통이기 일쑤여서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이때 누구나 갖는 궁금증이 있다.

'우리집만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는 걸까? 딴 데도 마찬가지일까?'

장마철을 앞두고 '비가 오면 인터넷속도가 느려지나요?'라며 묻는 네티즌들의 질문이 제법 눈에 띈다. 정말 비가 오면 초고속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는 걸까?

◆ "비가 오면 일부에서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사실"…KT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왜 비오는 날에는 인터넷 속도가 느린가요?'라는 네티즌들의 질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제법 높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인터넷 속도가 줄어든다고 대답했다. 비가 오는 날 인터넷 속도가 빨라진다는 대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네티즌들은 "회선이 물에 잠겨 장애를 일으키므로 속도가 느려진다"면서 침수가 주된 이유라고 대답했다. 간혹 일부 네티즌들은 "비오는 날, 집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많이 접속하므로 인터넷 속도가 떨어진다"며 대역폭 초과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네티즌들의 대답이 신빙성 있게 들린다. 이 질문을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 1위업체인 KT에 물어봤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비와 일부 상관있다"고 대답했다.

KT 관계자는 "지하에 매설된 광케이블과 달리 옥외에 설치된 광동축 케이블망은 비와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회선에 방수처리돼 있지만, 회선을 연결해야 하는 연결함, 단자 등에 구리선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물이 들어가면 인터넷 속도가 저하된다"고 말했다.

또 "비 뿐만 아니라, 건물의 내·외부의 온도차이가 심할 경우, 회선 연결함에 습기가 맺히게 되면 인터넷 속도가 저하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비오는 날, 최대 0.5Mbps 가량 인터넷 속도 늦어져

초고속 인터넷 제공업체인 KT가 비오는 날 속도가 저하된다고 인정했다. 이번 가설은 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얼마나 느려지는 걸까?

초고속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벤치비'(www.benchbee.com)의 도움으로 5월 한 달간 서울지역 KT와 두루넷 초고속 주요 인터넷 서비스의 접속통계를 분석했다.

대상 서비스는 KT ADSL 라이트와 ADSL 프리미엄 그리고 두루넷 케이블 라이트와 케이블 프리미엄, 두루넷 ADSL 네오 등 5개다. 2004년 5월중 서울지역에 15mm이상 비가 내린 날은 총 4일, 30mm이상 비가 온 날은 그중 2일이다. 다른 달에 비해 5월의 강수량은 적은 편이다.

5월 총 샘플수는 2만4천865개이며, 이중 비오는날 샘플수는 3천177개이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가 온 날은 모든 서비스의 다운로드 속도가 0.1~0.5Mbps 낮아졌으며 패킷손실율도 예외없이 비가 온날은 평일에 비해 저하된 것으로 밝혀졌다.

5월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4.14Mbps인데 비해 비오는날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3.91Mbps로 0.23Mbps 가량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5월 평균 업로드 속도도 0.57Mbps며 비오는날 평균 업로드 속도는 0.56Mbps로 미미하게나마 낮아졌다.

특히, 비가 30mm 이상 온 5월 9일(강우량 30mm)와 5월 28일(강우량 67mm)의 경우, 다운로드속도가 3.61Mbps, 3.92Mbps 등에 머물어 비가 많이 온 날엔 인터넷 속도가 더욱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접속상태와 데이터손실을 확인하는 패킷손실율(Packet loss)은 비오는 날 평균이 0.45%로 5월 전체 평균인 0.4%에 비해 다소 높아 불안정함을 보였다. 또 인터넷 접속속도를 확인하는 왕복지연율(Round Tree Time)도 비오는날 평균이 27.69ms으로 5월 평균인 26.19ms에 비해 느렸다.

이번 데이터 분석에서의 주요 변수는 비로 인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어 테스트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비오는 날 인터넷 속도가 오히려 평일에 비해 상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데이터를 보면 그런 염려는 우려에 그쳤다.

벤치비 이준노 과장은 "날씨도 상황에 따라 다르며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도 제각각이므로 변수들이 많아 테스트를 통해 차별화된 데이터를 추출하는 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 "접속자가 많아 인터넷 속도 느려진다는 것은 사실 아니다"

사이트 접속자가 폭주하면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듯, 비가 와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인터넷 속도가 떨어지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KT와 초고속 인터넷 커뮤니티업체는 신빙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KT는 "인터넷을 상시 이용하는 숫자가 높으며 그 대역폭이 전체 대역폭의 절반 정도 수준이므로 비가 와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더라도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진 않는다"고 대답했다.

벤치비 이준노 과장은 "비가 온 날 각 가정의 인터넷 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해 품질측정 결과가 나쁘게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 볼 수도 있다"면서 "2004년 5월의 벤치비 품질측정 통계에서는 비가 온 날의 품질측정 회수가 특별히 증가한 부분이 없어 일단 비가 오는 날의 일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이 나쁜 쪽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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