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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성] '화려한' 디스플레이의 반성


 

"'D' 자만 들어가면 안되는 게 없다"

얼마전 만난 반도체 업계 전문가가 불쑥 꺼낸 말이다. '디스플레이', '디지털카메라'처럼 요즘 각광받는 분야의 머릿글자가 모두 영문자 'D'로 시작된다는 뜻이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04 하계 한국 디스플레이컨퍼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컨퍼런스는 시작한 지 4년만에 국내 디스플레이 전문 컨퍼런스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올 행사에도 700여명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그런데 이날 행사를 지켜본 기자는 전시회 참가자 규모나 내용보다 주최측이 내세운 'Time for Right Turn'이라는 슬로건에 눈길이 꽂혔다. 무슨 얘긴가.

행사를 주관한 디스플레이뱅크 권상세 사장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겉보기에 화려한 것만 쫒아, 내실이 없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실속있는 균형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삼성과 LG가 대변한다. 전후방 산업, 즉 장비나 재료 산업과의 균형발전 없이 '세트' 일변도의, 불균형한 성장위주였다는 '반성'인 것이다.

세계 1위를 달린다고 떠들어대는 TFT-LCD 분야만 보더라도 독일의 '머크'에서 액정의 80~90%를 공급받는다. '프리즘 시트'라는 필름은 3M이 90% 가량을 독점적으로 제공한다. 삼성과 LG가 세트 판매로 '무늬'만 1위를 외치지만 실제로 실속을 차리는 것은 이들 외국 기업들인 셈이다.

'이젠 내실을 다지고, 바른 길로 향할 때'라는 컨퍼런스의 '대 주제'는 그래서 가슴을 파고든다.

그렇다면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장비재료 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을 통한 공동발전이니, 전문인력 양성이니 하는 '거룩한' 얘기야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권영세 사장은 "국제적인 컨퍼런스를 자주 가져야 한다"는 현실적인 하나의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외 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획득에 어려운 중소기업들도 그들이 개발한 기술 및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컨퍼런스'를 통해 더 많이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과 대만에 뒤쳐진 일본만 해도 디스플레이 전문 전시회가 한해 4번 열린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우등생을 목청껏 외치는 우리나라는 이렇다할 국제적인 디스플레이 전문 전시회 하나 없는 형편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학술행사 'IMID'를 미국의 세계적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SID와 공동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한 업계의 노력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로 자위를 해 보지만, 정부와 업계가 디스플레이 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묘안과 청사진을 하루 빨리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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