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시판에도 올렸지만 다시 한번 간곡히 조심하라는 뜻에서 올립니다. 아이디는 모르겠구요. 별명은 '수야' 전화번호는 01X-XXX-XXXX …'
지난해말 원조교제를 하는 1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등장, 3개월 이상 운영됐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공간의 성매매가 청소년에게 노출됐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이 커뮤니티의 등장으로 청소년들이 버젓이 성매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성매매의 온상이 된 이 커뮤니티는 인터넷업체 A사의 '좋은조건 좋은만남'. 인터넷에서 성매매를 의미하는 속어 '조건만남'을 풀어쓴 이름이다. '조건만남'은 남녀 양측이 조건을 내걸어서 만난다는 뜻.
'좋은조건 좋은만남'에서 성매매는 더이상 감출 대상이 아니었다. 이 커뮤니티는 오히려 회원들이 성매매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제공, 타 회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설명해주는 공간이 마련될 정도로 회원들은 성매매 사실을 당당히 드러내놓고 있다.
이곳에는 각종 성매매 관련 피해사례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성매매를 하지 말도록 경각심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성매매를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들이 많았다는 것.
예를 들면,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이상한 걸 자꾸 요구하면서 계약조건을 어긴다' 혹은 '돈을 줄 것처럼 말해놓고선 약속했던 돈을 주지 않았다', '경찰이라고 남자가 우기면서 폭력을 행사한다' 류의 글을 게재돼 있었다. 글을 읽은 회원들은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과 함께 각종 위기 대처법들을 댓글로 올려놓기도 했다.
특히 '이놈조심' 게시판에는 성매매시 조심해야 하는 남자들의 리스트가 게재됐다. 심지어 어느 회원은 "지금껏 만났던 사람들중의 최악"이라고 적어놓은 다음, 남자의 인상착의와 휴대폰 번호, 자동차 등을 상세히 설명해놨다.
또 커뮤니티 한쪽에는 '갠적으로 일이 젤 잘된다고 생각하는 요일을 말씀해주세여~'라는 내용으로 설문조사도 실시되고 있다.
이 커뮤니티의 심각한 문제점은 성매매 알선 커뮤니티와도 연계돼 있다는 점. 단순히 정보교환 장소를 넘어서서 성매매를 알선해주는 장소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커뮤니티의 운영자가 바로 포주가 된 셈이다.


작년 12월 4일에 개설된 이 커뮤니티는 청소년보호위원회의 모니터링에 의해 발각돼 폐쇄됐으며 지금은 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라 부업이나 직업개념으로 발전"
인터넷이 성매매의 온상지로 떠오른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미 채팅이나 커뮤니티 또는 메신저를 통해 성매매가 빈번하다. 인터넷이 곧 '사이버 포주'가 된 셈이다. 유흥가는 청소년유해구역으로 지정돼 청소년의 출입이 차단되지만 이곳에는 금지구역도 없다. 사이버 성매매가 청소년들에게 완전히 노출된 것이다.
인터넷업체들은 사회적인 지탄을 받지 않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필터링 장치를 마련,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성매매는 각종 필터링 장치들을 비웃으며 보란듯이 활개치고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사이버 성매매는 밤낮도 없다. 게다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인터넷 성매매 모니터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성매매 실태는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청소년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유형 ▲공개 게시판을 통해 성매매 파트너를 구한다고 공개광고하는 유형 ▲쪽지를 통해 성매매를 제의하는 유형 ▲1:1 대화신청을 통해 성매매를 제의하는 유형 등이 있다.


성매매 제의자는 20∼20대 남자 성인이 주종을 이뤘으며 1회 성관계 댓가로 제시되는 금액은 시간당 10만∼20만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청소년들이 하교를 마치는 오후 5시경부터 7시30분까지 채팅사이트 등에 성매매에 관한 글들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 모니터링 담당자는 "청소년의 성매매를 알선하고 사고파는 일명 '원조교제 아르바이트가 눈에 많이 띄었다"면서 "이제는 단순한 용돈벌이용 원조교제가 아니라 일종의 부업이나 직업개념까지 언급할만한 수준에 달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성매매 경험이 있는 남성들의 경우, 만나기 전에 사진이나 연락처를 요구하면서 자신의 연락처는 주지 않고 만날 장소와 시간만을 알려주는 등 단속을 의식해서 조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 '조건' '영계' '원나잇'…매달 신조어 등장
5월 1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청소년보호위원회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를 암시하는 단어중 하나인 '영계'를 다음(www.daum.net)의 검색창에 입력한 결과, 268개의 커뮤니티가 검색됐다.
'조건'의 단어로는 519개의 커뮤니티가 검색됐다. 이들중에는 성매매 사이트들이 상당하다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설명했다.
세이클럽(www.sayclub.com)의 경우에도 '조건만남'(8개), '원나잇'(2개), '영계검색'(8개), '섹스파트너'(27개) 등의 단어가 포함된 커뮤니티들이, 네이버(www.naver.com)에도 '조건만남'(5개), '원나잇'(37개) 등의 단어들로 구성된 커뮤니티가 검색됐다.
'원조교제', '조건만남', '영계', '조건남', '조건녀', '원나잇' 등 성매매를 지칭하는 용어들은 너무나도 많다. 사실상 매달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채팅, 커뮤니티, 메신저 등 전달하는 도구들도 다양해지고 있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하지만 '조건'을 'ㅈㄱ'으로 '원나잇'을 '원 나 잇' 등으로 검색할 경우, 그 커뮤니티의 수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디지털카메라가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청소년들의 외모 뿐만 아니라 성기까지 드러내는 사진들도 등장, 노출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노예만남, 지방여행, 휴대폰 제공 등 다양한 사례들로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관계자는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성적인 노예가 되려는 사람과 돈을 주고 노예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고 스폰서를 구하고 연결해주는 커뮤니티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일회성 성매매가 아닌 돈을 주고 계약 연애를 하려는 사례들까지 있어 점차 성매매가 사이버 포주에 이어 유형이 다양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청소년들에게 휴대폰을 주겠다고 제의하는 경우도 있어 청소년들이 이 때문에 성매매에 참여할 위험성도 있으며 일부 남성들은 여행 도우미를 구한다는 글도 게시해 같이 동반 여행 해주면 비용을 주겠다고 제의하는데 판단력이 없는 청소년들이 그대로 믿어 성매매로 연결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 "개인신상공개보다 더 강력한 처벌 나와야 효과"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모니터링 자료를 통해 ▲보다 엄격한 금칙어 적용 ▲실명가입의 의무화 ▲유해환경 감시도우미 상시 운영 등 다양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각종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날이 지날수록 교활해지는 성매매 방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란 힘들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청소년들의 사이버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개인 신상공개'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부여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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