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여주인공(산드라 블록)은 냉동상태에서 깨어난 20세기 인물(실베스터 스텔론)에게 "몸을 합치는 것은 비위생적"이라며 사이버 섹스를 권한다. 느낌은 공유하되, 건강은 해치지 말자는 의도였겠다.
20세기 이전에는 몸을 합쳐야 제 맛이 났으나, '데몰리션 맨 시대'에서는 그것을 고집하는 게 '시대착오'라는 발상이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데몰리션 시대'는 2032년으로 설정 돼 있다.

이 영화가 나온 게 수년전이고, 그때만 해도, '그저 영화 속의 이야기이려니…', 하고 치부했을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이를 연기한 산드라 블록이나, 실베스타 스텔론, 그리고 마르코 브람빌라 감독조차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산드라 블록의 권유는, 2032년이 아니라, 당대 이슈가 될 듯하다.
국내 게임 업체 씨엠넷(대표 신도철)이 곧 내놓을 성인 게임 <쓰리필(3feel)>은 산드라의 권유가 지금 당장에도 유의미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문제작'이다. 수많은 산드라가 스크린을 박차고 나올 듯하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오감(五感)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삼감(三感)을 통해 '사이버 섹스'을 현실화시킨다. 오감 중에 혀와 코를 통한 맛은 구현하지 못했지만, 눈과 귀 그리고 피부를 통한 맛은 현실에 상당하게 근접시켜 놓은 것이다.
그래서 게임 제목 또한 <쓰리필>인 것이다. 또, 그것만으로도 <데몰리션 맨>에서 표현된 '산드라의 느낌'은 가질 만 해 보인다.
<쓰리필>은 특히 '산드라의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해놓았다. 우선 시각 효과의 극대화가 눈에 띈다.

'사이버 자아'라 할 수 있는 게임 속 캐릭터의 행위가 더 생동적이게 하도록 애로 배우의 실제 행위를 모션 캡쳐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래서 다소 끊기는 듯한 느낌이 있으나 비교적 자연스러운 몸짓을 느끼게 하고 있다.
또 사이버인 만큼 시각적 대리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남녀의 몸, 옷, 행위 장소를 고급화(?)하는 데에도 상당한 배려를 하였다.
음성 효과의 경우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정도이다.
이 게임은 또 '헵틱(Heptic)', 혹은 '바이브레이터'라는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진동으로 상대의 촉각을 자극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행위처럼 고감도로 촉각을 자극하진 않겠지만, 피식 웃음으로써 느낌을 극대화하는 것.
단지 이 정도면, '섹스 산업의 천국'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선보였던 것이다. 미국의 '3D 섹스 게임즈'가 대표적이다. 오히려 이들 게임은 그래픽 수준이나 음향 효과 측면에서 <쓰리필>을 앞섰다고 할 수도 있을 게다.
<쓰리필>이 '섹스 산업'의 거국이 낳은 이들 게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것은, 게임을 '커뮤니티'와 결합해 선보였다는 점이다.

이 게임을 하려면 인터넷에 접속한 뒤 게임방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방에는 다양한 상대가 있을 수 있고, 그곳에서 게임은 시작된다. 물론 게임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이용료에 관한 것은 아직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
이 게임에서는 특히 게임을 하며, 상대의 얼굴을 화상으로 감상하고, 채팅까지 할 수 있다. '사이버 오르가즘'의 극대화로 치닫는 것이다.
이미 상당수 독자가 의심하고 있겠지만, <쓰리필>은 국내 게임 업체가 만들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온라인 게임을 심사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쓰리필>이 아직 심사를 청구하지 않았았고, 또 심사소위가 열려야 확정될 수가 있지만, 그 정도라면 아마도, 성인 전용이라 해도 통과하기가 어렵잖겠냐"고 예측했다.
사실 제작사인 씨엠넷도 국내 시장에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신 사장은 "인터넷 때문에 국가와 지역을 넘어 세계적으로 '문화적 동질화'가 빨라지고 있고, 그 중 섹스는 세계인의 큰 화두인 점을 감안할 때 <쓰리필>이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가별로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쓰리필>은 주로 미국과 일본을 공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은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쓰리필>을 해외에 공급할 협력 업체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해외 성인 포털 사이트에만 수출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음란 사이트를 통해서 증명된 사실이다.
따라서, 이 게임을 해외에서 운영하고, 그 운영업체가 한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리가 개발한 게임을, 외국 서버에서 즐기며, 외국 회사에 돈을 주는, 아이러니 한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사이버 섹스는 보통 사람의 상상력보다 빠르다.
문의: 042-828-6622.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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