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유행어, 모르면 '대략 낭패'

'스크롤의 압박이 심해 대략 낭패'

인터넷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문장 중 하나이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고 네티즌의 언어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도저히 뜻을 짐작할 수 없는 문장이다.

'압박, 대략, 낭패'에 대한 각 단어의 뜻을 알고 있어도 위 문장처럼 배열해 놓으면 전체의 뜻을 알기 힘들다. 위 문장은 인터넷에서 '글이 너무 길어 마우스 스크롤이 힘드니 곤란하다'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압박, 대략, 낭패'는 사전적 의미의 단어가 아닌 네티즌들만의 언어다. '압박'은 인터넷에서 '정도를 넘어 과한 것'이란 뜻으로 쓰인다. 빼어난 미모나 혹은 너무 못난 외모를 볼 때도 사용된다. '부담스럽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무엇이든 좋거나 나쁜 것을 대할 때 '압박'이라는 단어를 이용하면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

'대략 낭패' 역시 네티즌에게는 인기있는 유행어중 하나. '대략'은 인터넷 만화의 대사중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에서 유래돼 '대략 난감하다' 등의 유행어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대충, 대강'의 뜻이 있으나 뒤에 붙는 단어들과 조합해 새로운 의미가 됐다. '당황스럽다'는 뜻을 가진 말로 한 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하오체'와 어울리며 큰 인기를 끌게 된 단어이기도 하다. 최근 '하오체' 사용을 네티즌 스스로 자제하고 있으나 '대략'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는 상태.

'효과, 효력이 없다'는 뜻의 '무효' 역시 네티즌들만의 의미가 따로 있는 인터넷 언어. 주로 댓글에 많이 쓰이는 '무효'는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를테면 누군가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을 올렸다면 네티즌들은 '출처가 없으므로 무효'라는 말을 쓴다. 즉 '출처가 없어 당신의 자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영어 발음을 그대로 적어 유행어가 된 단어도 있다. 바로 '원츄(want you)'. 이 단어는 문법과 의미가 무시된 채 '추천하다, 최고다, 멋지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제목에 '원츄'라는 말만 넣어도 네티즌들은 곧 '흔히 볼 수 없는 멋지거나 재미있는 자료'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전 인터넷 유행어가 '아햏행, 스타쉬피스' 처럼 아예 뜻이 없는 단어이거나 '쌔우다(하다), 방법하다(혼내주다)' 처럼 신생어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의 유행어는 현재 존재하는 단어의 의미를 네티즌들이 자신만의 의미로 바꿔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인터넷 언어의 유행은 무분별한 '하오체'의 사용이나 의미를 알 수 없는 신생어의 사용을 네티즌 스스로 정화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으나 자칫 어린 네티즌들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오해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