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애플컴퓨터코리아는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매킨토시 컴퓨터에서도 인터넷뱅킹 시대를 열었다.
매킨토시 이용자들도 신한은행의 뱅킹 프로그램(신한 EzPlus 2.0 for Mac)을 다운받으면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03년말 기준 국내 은행거래의 30.4%가 인터넷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맥' 컴퓨터는 여전히 인터넷뱅킹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BM과 함께 컴퓨터의 대명사로 꼽혔던 맥 컴퓨터.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 더 '맥을 못추는' 맥 컴퓨터가 과연 관심을 다시 끌 수 있을까.
◆ 아킬레스건, "우리만 안돼"
지난해 3월 인터넷사이트 '프리뱅크(www.freebank.org)에서는 '맥 및 리눅스 환경에서도 인터넷뱅킹이 돼야 한다'는 주장의 '프리뱅크' 운동이 시작됐다.
이 모임을 만든 곽동수씨는 사이트에서 "국내 PC뱅킹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와 '익스플로러'에서만 동작하도록 제작, 운영돼 왔다"며 "이 때문에 20여만명에 달하는 국내 리눅스 및 매킨토시 사용자들은 누구나 쓰는 인터넷뱅킹조차 이용할 수 없다"는 말로 모임의 결성 취지를 밝히고 있다.
회원들은 매킨토시나 리눅스 컴퓨터에서도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가능한 은행과 거래하겠다며 현재까지 약 160억원의 입금예약액을 모았다. 이들의 노력은 결국 1년여가 지난 2004년 5월에야 일부 결실을 보게된 것.
'윈도' 이용자들은 당연하게 느끼는 서비스지만 맥이나 리눅스 PC 이용자들만 '소외되고' 있는 서비스는 인터넷뱅킹 말고도 더 있다. 온라인 쇼핑(결제), 각종 온라인 게임, 오피스프로그램(아래아 한글), 웹하드 서비스 등도 맥 이용자들에게는 남의 얘기들이다.
국가 프로젝트인 전자정부나 온 가정의 관심사인 EBS 교육방송도 윈도 운영체계에서만 가능한 현실이다.
◆ 아직도 "맥은 불편한 전문가용"
국내 맥 컴퓨터 이용자들의 대부분은 출판 관련 종사자나 그래픽 전문가들로 꼽힌다. 맥컴퓨터 대리점들이 충무로 등 출판사가 몰려있는 지역에 집중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애플컴퓨터코리아 김정현 부장은 "전문가용 파워맥 시리즈 뿐 아니라 범용 아이맥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더욱이 가격 면에서 100만~ 450만원 정도로 일반 PC 메이커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맥은 비싸다'는 생각이 여전해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맥 컴퓨터의 입지는 좁다. 시장조사 기관 A사 관계자는 "국내 데스크톱 시장의 경우 분기별 80만대 규모의 시장이지만 맥 컴퓨터는 4천~5천대 판매에 머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전체 시장의 채 1%도 안되는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 매장을 늘리고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의 지원이 뒤따라야 맥 컴퓨터의 재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특히 윈도 기반의 PC 독점 현상이 두드러지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좀 더 소비자에게 가까이'
애플코리아 마케팅 담당 김미루씨는 "앤드류세즈윅 지사장이 부임한 뒤 지난 2년여 동안 전국 대리점 정비에 들어가 지금은 전국 40여곳의 총판 및 대리점 체제가 갖춰졌다"면서 "앞으로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지역에 특별 전시장을 갖추는 등 범용 제품 시장 공략에 주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애플은 지난해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체험관'을 연데 이어 올해에는 부산, 대구의 중심가에도 체험관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특히 애플코리아는 전세계 1위의 점유율을 기록중인 MP3 플레이어와 최근 강력하게 밀고 있는 고급형 스피커 등을 앞세워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김정현 부장은 "한글과컴퓨터에서 맥용 '아래아 한글'도 개발키로 하는 등 소프트웨어 지원을 점차 늘리고 있다"며 "특정 벤더(제조사)에 종속, 기형적인 인터넷 환경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용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외국의 사례와 달리 특정 제품의 독점이 심각한 우리 인터넷 환경에서 맥 컴퓨터가 어떤 위치로 자리매김할 지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이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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