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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보는 '쿠팡 플렉스'에 아파트 출입 '비번' 떠돌아…"범죄 악용 우려"


지역별 아파트 비번 모은 파일도 공유…"범죄 악용될까 우려"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 '쿠팡 플렉스'에 지원한 A 씨는 배송 신청을 위해 지역별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아연실색했다. 지역 내 아파트, 빌라 현관 출입 비밀번호가 아무 거리낌 없이 공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지원자가 "○○ 아파트 2차 101동 비밀번호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으면 캠프 관리자나 다른 지원자가 "'종'모양 누르고 1234#입니다"라고 답해주는 식이다. 지원자 간 소통을 위해 마련된 별도의 채팅방에선 아예 지역 내 아파트 동과 라인별 현관 비밀번호를 모은 파일이 '비법노트'처럼 공유되기도 했다.

A 씨는 "배송 편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한 지역을 맡아 고정적으로 배송하는 쿠팡맨이나 택배기사와 달리 신원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들락날락하는 오픈채팅방에서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게 맞는지 싶다"며 "쿠팡 소비자들은 아파트 현관 번호가 일반인들에게도 오픈되는지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맨을 대신해 본인 자동차로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 플렉스' 지원자 사이에서 아파트·빌라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떠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특정 다수가 수백 명 가량 모여 있는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비밀번호가 공유되고 있어 자칫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기자가 복수 지역의 오픈채팅방에 참여해 확인한 결과, 공동현관 비밀번호는 수시로 공유됐다. 특히 '문 앞 배송'이 기본방침인 새벽배송 오픈카톡방 안에선 지원자들끼리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일이 더 잦았다. 일부 지원자는 소비자가 새벽배송 신청 시 기재하게 돼 있는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꼭 쓰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그동안 택배기사 등 배송업 종사자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보관해왔다. 이 경우에도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택배가 일상화되다보니 소비자들도 어느정도 동의한 상태다. 아파트 차원에서 마스터 번호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쿠팡 플렉스'의 경우 직접 배송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쿠팡 플렉스'가 별다른 검증 없이 배송인력을 뽑고 있는 데다, 오픈채팅방에 참여하는 방법도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 ▲휴대폰 번호 ▲배송 희망 지역 ▲자차 배송 가능 여부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지원서를 제출만 하면 희망 지역의 오픈채팅방 주소와 참여코드가 문자로 전달된다. 실제 배송을 위해선 '쿠팡 플렉스' 앱을 설치하고 계정을 만들어야 하지만, 굳이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오픈채팅방에 참여해 익명으로 대화 내용을 살피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실제 지원서를 작성한 후, 오픈채팅방에 익명으로 들어가 지역 내 27개 아파트의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적힌 파일을 복사해오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대로 오픈채팅방을 나와도 쿠팡에선 누가 접속했는지, 정보가 유출됐는지 알 길이 없다.

계정을 만드는 과정도 어렵지 않다. '쿠팡 플렉스'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계좌정보, 자차 유무 정도이다. 이 같은 간편 지원 시스템 덕분에 '쿠팡 플렉스'는 시행 2달 만에 지원자가 9만4천여명 가량 몰렸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런 간편 지원 시스템이 범죄 가능성을 높일까 우려한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에 가입한 B 씨는 "새벽배송를 이용하기 위해 공동현관 출입번호를 쓴 적이 있는데, 그게 일반인들에게 공유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오픈채팅방에 있는 수백 명의 지원자 중 위험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적도록 하면서 '향후 배송을 위해 필요한 기간만 보관하겠다'고 했지만, 이 정보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다면 제대로 폐기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쿠팡 플렉스' 지원자들은 단시간 내 많은 상품을 배송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일부 빌라에선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건물 밖에 적어놓을 정도로 정보 민감도가 낮은 데다, 경비원들도 본인 업무에 치여 지원자들이 호출할 때마다 일일이 문을 열어주지 못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비밀번호를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오픈채팅방 안에서는 "새벽배송을 해야 하는데 경비 아저씨가 자리를 비웠다", "경비실에 신분증을 맡기고 마스터키를 받아야 하는데 문이 잠겼다", "공동현관 앞에서 경비아저씨를 호출하니 다짜고짜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호통을 쳤다. 결국 타사 택배기사의 도움을 얻어 겨우 안에 들어왔다" 등의 사연들이 쏟아졌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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