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기업가치 10조원, 올해 사상 최대 공모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 현대오일뱅크의 연내 상장(IPO)이 사실상 무산됐다. 당초 연내 상장이 유력했지만, 상장 전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지연되면서 공모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주가 폭락으로 증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수요예측에 대한 부담감도 큰 만큼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 굳이 연내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연일 최고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상반기까지 여유를 두고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금융당국에 연내 상장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월 한국거래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가 회계감리에 들어서면서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

증선위는 현대오일뱅크가 자회사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이익을 과다계상한 것을 문제삼았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현대오일뱅크와 글로벌 정유사인 쉘이 각각 6대 4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다.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이익 100%를 모두 자사 이익으로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6월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에서 공동기업으로 변경, 수익반영 비율도 지분율과 동일하게 60%로 수정했다. 이에 증선위는 다음주께 회의를 열고 현대오일뱅크가 회계를 자진해서 수정한 점 등을 고려해 경징계를 내릴 전망이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가 '몸값올리기'를 위해서라도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가 무리하게 상장을 시도했다가 자칫 제값을 못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올해 정유업계의 상장은 모두 물 건너가게 됐다. 앞서 SK루브리컨츠는 지난 4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실패, 상장을 철회했다. SK루브리컨츠 역시 당시 조 단위 'IPO'로 기대감이 컸지만, 고급 윤활기유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감리 징계 등을 고려한다면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 일정을 연내 상장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당사는 연내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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