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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族 느는데"…길 잃은 로드숍 화장품


업계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 우려"…이니스프리 상생협약 눈길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로드숍 화장품 업계 시름이 깊다. '원 브랜드숍 시대'가 저물면서 새로운 유통채널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판로를 다각화할수록 가맹점주의 반발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판매를 두고 브랜드 본사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로드숍 화장품 시장 1, 2위인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 가맹점주들은 최근 브랜드 본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에 온라인 판매 정책 변경을 요청했다. 본사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화장품을 상시 할인 판매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생존권이 위태롭다며 온라인 판매 중단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한 가맹점주는 "2008년 원 브랜드숍을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20평 매장에 정직원 7명, 아르바이트생 12명을 고용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며 "이젠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제품 테스트만 하고 사질 않는다. 장사는 잘 안 되는데 인건비와 임대료는 계속 오르니 집사람과 처남이 맞교대를 하면서 근근이 버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의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에선 럭셔리 브랜드가, 국내에선 스몰 브랜드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중저가의 로드숍 화장품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온라인몰'과 다양한 제품을 파는 'H&B스토어'가 새로운 유통망으로 떠오르면서 원 브랜드숍을 찾는 소비자가 줄고 있다.

그나마 로드숍 브랜드 실적을 떠받쳐 주던 중국인 관광객도 지난해 사드 논란 이후 발길을 끊은 상태다. 사실상 화려한 시절을 함께 했던 주요 고객 대부분이 사라진 셈이다.

이는 로드숍 브랜드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미샤'로 국내 원 브랜드숍 시대를 연 에이블씨엔씨 매출은 2012년(4천523억원) 정점을 찍은 후 점점 줄어 지난해 3천733억원에 그쳤다. 업계 1위인 이니스프리는 2016년까지 매출 성장을 이어왔으나, 작년부터 역성장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해 이니스프리 매출액은 6천4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9% 줄었다.

이에 로드숍 브랜드들도 신 유통채널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문제는 본사의 이 같은 노력이 자칫 가맹점 수익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가맹점주들은는 "인터넷으로 가격을 확인한 후, 매장에서 산 물건을 반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본사가 제품을 싸게 안 내놔도 온라인 쇼핑몰이 자체적으로 할인쿠폰을 뿌리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수익이 안 나오면 가맹 계약이 끝난 후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면 그만 아니냐"라고 지적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엔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다.

업계가 호황일 땐 가맹비나 인테리어비 등 가맹점주 비용을 줄여 주겠다는 업체가 많지만, 불황엔 업종 변경에 따른 모든 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억 원의 권리금도 못 받고 나올 상황에서 갑자기 대규모 투자를 하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본사 역시 시장 변화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브랜드 경쟁력 자체가 사라져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모두 공사(共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No)세일 정책과 오프라인 판매만 고집하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스킨푸드'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로드숍 화장품 업계에 잡음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본사 입장에선 브랜드 존폐 기로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가맹점주 눈엔 본사가 혼자만 잘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브랜드가 살아야 가맹점주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변화 없인 도태"…이니스프리 자발적 상생협약 '눈길'

그럼에도 가맹점주의 최소수익은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이니스프리가 지난 25일 가맹점주와 체결한 상생협약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니스프리는 온라인 사업 강화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가맹점주의 주장을 받아들여 내년부터 직영 몰에서 발생한 수익을 가맹점과 나누기로 했다. 소비자가 직영 몰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가맹점 A를 선택하면, 이니스프리는 해당 제품 매출을 A로 이관하는 방식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6월부터 3차례나 가맹점주협의회와 협상을 진행하며 이러한 상생안을 도출해냈다. 덕분에 가맹점주협의회는 11월 7일부터 아모레퍼시픽 신 본사 앞에서 무기한 진행하기로 했던 집회 계획도 철회했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가 서로에게 흠집 내지 않고 상생안을 마련한 긍정적인 사례다.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 활로를 모색하되 가맹점의 정당한 이익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유통채널에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며 "가맹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보전 정책 등을 마련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유통채널을 다각화하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가맹점과의 협의가 가장 먼저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제품 등 유통채널 별 제품을 만들거나,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해답이 될 수 있다"며 "예컨대 A 제품을 가맹점과 온라인에서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데 드는 고정비 등을 고려하면 가맹점의 수익성이 더 낮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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