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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2년, '안정적 정착' 평가 속 외식업 '휘청'


청탁 줄고 개정 후 농축수산물 매출도 살아나…외식·주류·화훼, '암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28일로 시행된 지 2주년이 되면서 오랜 병폐로 지적돼 온 선물 청탁 등의 부정적인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복잡해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데다 화훼, 외식 등 일부 업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외식업계의 타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국세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총 음식점 수는 72만1천979개로, 이 중 신규 창업한 음식점이 18만1천304개, 폐업한 음식점이 16만6천751개로 나타났다. 이에 연간 신규 창업 대비 음식점 폐업률은 91.9%를 기록했다. 음식점 10곳이 문을 여는 사이 9곳이 닫는다는 얘기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외식산업동향에서도 업계의 어려움은 여실히 드러났다. 외식산업경기지수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3분기에 67.51을 기록한 후 소폭의 등락을 유지하다 올해 2분기에는 68.98로 집계됐다. 수치로만 보면 2년째 제자리 걸음인 상태다.

또 외식산업통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시장경기동향은 2016년 67.7에서 52.1로 떨어졌다. 100을 초과하면 호전이지만 100 미만으로 기록되면 악화된 것을 뜻한다. 전통시장(음식점업)의 경우 66.3에서 34.4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전통시장 동향지수가 30대 수준을 기록한 것은 통계가 공개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도 외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2016년 9월(-2.0%), 10월(-2.3%), 11월(-3.7%)에 계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9%, 올해 2분기에는 2% 역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음식점과 주점 등이 점차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던 음식점들이 올해 1월 최저임금 인상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더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다수의 외식업체들이 가격 인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섰지만 운영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상한액이 3만 원에 머물러 있는 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커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일단은 음식점들이 버티고 있는 상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을 닫는 점포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주류업체들도 직격타를 입었다. 접대 문화가 예전보다 사라지면서 유흥업소의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위스키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위스키 출고량은 2008년 284만1천115상자에서 9년째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난해에는 158만6천975상자까지 떨어졌다. 2015년 대비로는 4.5% 줄어들었다.

이 영향으로 위스키업계 1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올해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지난해 4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세계 1위 럼 브랜드 바카디의 한국법인인 바카디코리아는 한국 진출 10년 만에 청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영향으로 주류업계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실제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히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매출에 더 크게 타격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우려와 달리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 매출에 큰 변화가 없었고,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회식이 사라지며 매출이 급감해 이에 대한 고민이 더 큰 상태"라며 "위스키를 주로 취급하는 고급 업소의 경우 김영란법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을 수는 있지만 맥주, 소주 등은 매출이 꾸준히 유지된 편이었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김영란법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 고가의 선물 수요를 위축시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실제로는 명절에 일시적인 매출 감소가 있었을 뿐 전반적으로 크게 타격이 없었다. 특히 지난 1월 김영란법 개정으로 선물 상한액이 10만 원까지 조정되면서 선물세트 매출도 올해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번 추석의 경우 백화점별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롯데가 전년 보다 9%, 신세계가 8.2%, 현대가 12.6% 올랐고, 대형마트 역시 이마트가 1.5%, 롯데마트가 4.5% 증가세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농축수산물의 판매량이 급감하며 명절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지만 개정된 후에는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세트 매출이 조금 타격을 입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화훼농가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화훼농가를 고려해 경조사비를 하향 조정하며 화환, 조화에 한해 기존 상한액 10만 원을 유지했지만 줄어든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아서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직후 꽃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40% 가량 감소했다"며 "상한액이 유지되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김영란법 시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익위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10일까지 시행한 '청탁금지법 인식도 조사'에서 공무원 응답자 503명 중 92.6%, 일반 국민 응답자 1천명 중 75.3%가 '김영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권익위가 올해 1월 김영란법을 개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 상향 조정으로 관련 상품 소비 장려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각자 비용을 내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졌고, 여러 민원들이 사라지는 등 사회 곳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다만 관련 규정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일반인들이 혼동하기 쉬운 규정과 관련해선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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