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위정현 "韓 e스포츠, 임진왜란 직전 같다"


"美·中에 e스포츠 경쟁력 잃어…게임 부정적 인식 거둬내야"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임진왜란 직전, 부산포 앞바다에 떠 있는 수백 척 함대를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병자호란입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7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국내 e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이같이 진단했다.

1990년대 말 동네 PC방 대회를 시작으로 e스포츠 산업을 태동시킨 한국은 종주국에서 이제는 중국과 미국 등에 주도권을 다 빼앗길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년여간 한국 게임과 e스포츠 산업 전반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위정현 학회장은 "e스포츠는 2018 아시안게임에 시범 종목에 채택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불이 확 번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우위를 점하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기 직전"이라고 우려했다.

◆"韓 e스포츠 산업 경쟁력 잃어…美·中에 상대 안돼"

e스포츠 산업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중계 플랫폼 ▲경기장 ▲지식재산권(IP) ▲선수 등으로 나뉜다. e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플랫폼과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경기장, e스포츠 종목이 되는 게임 IP,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 등이 각각 중요 요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모든 요소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e스포츠 산업이 일종의 머니게임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자본의 논리와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미국·중국 등에 이미 상대가 안된다는 것.

위정현 학회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선수 차원의 경쟁력은 확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한국 양궁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양궁 선수들이 양산된 것처럼, e스포츠 역시 선수 차원에서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게임 플랫폼 경쟁력은 트위치 등 글로벌 중계 플랫폼을 확보한 미국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플랫폼 참여자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이익을 배분할 수 있는 플랫폼 설계 능력은 다인종 사회인 미국만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IP 역시 미국 게임사가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미국 라이엇 게임즈의 IP다.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종목도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소유다. 1억 달러라는 역대 최대 규모 상금을 내건 '포트나이트' 대회도 미국 게임사인 에픽게임즈가 주최한다.

또 중국은 대형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시장과 산업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e스포츠의 글로벌 인기와 규모에 맞춰 10만 명 정도의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중국 정도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임 부정적 인식 거둬내야…생태계 조성 등도 필요"

이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 e스포츠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가 차원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둬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약보다 게임이 위험하다고 여기고, 게임을 지하로 밀어 넣는 사회에서 게임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냐"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게임을 공격하기 이전에 아이들이 제대로 된 여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부터 개선해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게임을 활용한 공부 방법을 활성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게임을 통해 기를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중소 게임사들을 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e스포츠 종목이 자생적으로 많이 생겨나야 하는데 지금은 지금은 생태계가 무너져 있고, 중소기업은 붕괴되다시피 하다"며 "이런 부분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스포츠 협회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으로서 위상을 갖춰야 한다"며 "급격하게 바뀌는 국내외 상황에 대해서도 대응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교육 및 리그 활성화 중요…종주국 틀 벗어나야"

e스포츠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최우선 방법으로는 조기교육을 꼽았다. 기존 스포츠 종목들처럼 재능있는 아이들을 우선 발굴해야 한다는 것.

또 지역별, 학교별 리그 활성화를 통해 지역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기존 스포츠처럼 체계화된 훈련 조직 역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 글로벌 인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인종적 포용력을 갖추고, 글로벌 인재를 끌어모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

위 학회장은 "종주국이라는 인식에만 멈춰있어서는 안된다"며 "게임을 거부하는 이들은 우리나라를 닫힌 사회로 유도하겠지만, 게임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를 새로운 열린 사회로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