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을 옆으로 눕혀 보면 '즐'이 된다. '꺼져라' '재수없어' 등의 의미로 요즘 10,20대에게 일반화된 인터넷 용어.
"인터넷에는 지위고하가 없다. 오로지 진실만이 통한다. 'e-세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인터넷에는 권위가 숨을 공간이 없다. 인터넷은 '자유'와 '공유'를 기본 이념으로 '웃음'을 통해 어떠한 권위주의의 껍질도 철저하게 벗겨버린다."
'아이뉴스24'가 창간 4주년을 맞아 요즘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사이트 운영자들과 가진 대담에서 나온 결론이다.
대담에 참가한 '3인방'은 김유식 디지탈인사이드 사장(디씨인사이드 운영자), 이종민 웃긴대학 사장,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 3명이었다.
최근 인터넷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웃음'과 '유머'인 점을 고려해 주제도 다소 익살스럽긴 하지만 '니들이 인터넷 문화를 알아?'로 잡았다.
사회는 '아이뉴스24' 이균성 기자가 맡았다. 대담 내용을 정리한다.
◆ '넷심'은 진보쪽?

사회: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넷心'이 천심인 것 같다. 인터넷이 초기에는 사회를 바꾸는 효율적 도구로만 알려졌는데, 이제 그냥 생활과 문화가 되어 현실 세상과 긴밀히 호흡하고 있기도 하다. 또 사회 각분야에서는 '넷心'을 잡으려는 노력이 치열하다. 어떤가. '넷心'이란 것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 있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유식(이하 김) : 인터넷인구가 2천800만명에 달한다. 노인, 어린이 빼고 국민의 대다수다. '넷心'이라고 따로 표현할 필요없이 민심이라고 해도 무관할 듯 하다. 치우친 부분이 있다면 젊은층의 인터넷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나이든 분들이나 소외계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넷心'이 민심인 것은 맞지만 나이와 성향으로 보자면 '진보'쪽이 아닐까.
최내현(이하 최) : 3∼4년 전만 해도 네티즌은 독립 집단으로 본 게 사실이다. 그럴만한 근거도 있었다. 히지만 지금 네티즌들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으로 이뤄졌다. 네티즌은 특수 계층으로 보는 게 타당한 건지 모르겠다.
김: 네티즌이 바로 국민이다.
이정민(이하 이) : 동의한다.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긴 하지만, 나이많은 사람들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에는 40∼50대도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보는데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매채가 인터넷"
사회 : 인터넷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 같다고 본다. 그러나 곧이 곧대로 보여주는 거울은 아니다. 이 거울은 때론 현실을 비틀어보기도 하고, 때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인터넷과 현실의 차이는 뭔가?
김 : 오프라인은 보수 기득권의 힘이 큰 편이다. 나이 한 살 더 먹은 사람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다. 인터넷에선 많이 접속하고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최 : 현실 세계에선 나이도 권위주의에 속하다. "너 몇 살이야"란 말이 그렇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나이와 직책 등 어떤한 권위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수라 해도 그냥 개인일 뿐이다. 글이 안좋고 생각이 그르다면 비난과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공평하다.
이 : 인터넷에 의해 파괴되는 권위주의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지금 어떤 상품의 유통과 마진구조에 대해 상인보다 네티즌이 더 잘 아는 세상이 돼 버렸다. 유통의 권위주의가 벗겨진 셈이다. 각 분야에서 권위와 권력을 일반 국민에게 돌려주는 매체가 바로 인터넷이다.
◆ '디씨 폐인'들의 수장, 김유식
◆ 인터넷의 키워드는 '자유'와 공유' 사회: 요즘 네티즌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디씨인사이드, 웃긴대학, 미디어몹 3개 사이트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네티즌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자유'와 '공유'의 정신이 통하는 것 같다. 김 : 맞다. 이 : 디씨인사이드(디씨)와 웃긴대학(웃대)으로 네티즌이 몰리고 있다.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또 공유하기 때문인 것 같다. 김 : 특별한 기술적인 장치는 없다. 초기에는 비회원제로 리플달기 쉬워 이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지금은 파급력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도 향후 기술발전에 맞춰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당동에서 떡볶이를 먹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 사회 : 인터넷하면, 보통 '다음', '야후'를 떠올린다. 최근 인기를 끈 사이트와 이들 사이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 : 전문 사이트는 고유의 칼라를 갖고 있다. 전 국민이 이용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다음폐인'을 찾긴 힘들다. 또 특별한 내용을 담을 게시판이 없다. 뭔가 이슈가 났다면 미디어다음에서 기사를 읽으면 그만이다. 포털내 사이트에서 특정 칼라를 찾아보긴 힘들 것이다. 이 : 서울 시내에 살지만(다음에 자주 들어가지만) 술먹을 때는 특정 술집(특화된 사이트)에 가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김 : 그렇다. 굳이 신당동에서 떡볶이를 먹고 싶은 것과 같다. 사회 : 네티즌이 콘텐츠를 직접 창조한다는 점도 차이인 것 같다. 김 : 맞다. 포털사이트는 많은 서비스에 콘텐츠를 하나 더 붙인 것에 불과하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을만한 공간이 없다. 네티즌들이 떠들어봤자, 리플 정도 붙이는 데 그친다. 사회 : 네티즌이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방법은 뭔가? 최 : 일단 뭔가 많이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이 : 디카는 디씨. 유머는 웃대. (이런 이미지를 갖고) 네티즌들은 관성에 따라 사이트를 찾아가 놀며 '자유'를 느낀다고 본다. 최 : 우리는 게시판이 아니라, 블로그다. 블로그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필명이 남아 있어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므로 글쓰기가 쉽지 않다. 반면, 우리가 편집권을 주겠다고 유도하고 있다. 신문과 비유하자면 1면에다 가장 좋은 글을 뽑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글만 잘쓰면 스타를 만들어주는 거다. 모든 것을 네티즌에 맡긴다. ◆"악성 리플은 네티즌 스스로가 제어" 사회 : 인터넷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많다. '거칠다', '정제되지 않았다' 등이 그런 우려다. 이런 모습이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보는가? 또 그렇다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김 : 자정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 초고속 인터넷이 확산된 것은 불과 3∼4년밖에 안됐다. 자정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제 네티즌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고 있다. 디씨인사이트의 경우, 방문자가 5배 늘었지만 욕설은 훨씬 줄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시간이 지난다면 자체적으로 정화된다고 확신한다. 사회 : 성숙한 네티즌이 많아진다면 악성 리플은 자동으로 '왕따'가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런 징후는 없나? 이 : 관리자가 사이트의 게시물을 일일이 제어하기 힘들다. 네티즌이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관리자가 일일이 제어하면 네티즌이 규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럴 경우 네티즌들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김 : 예전엔 관리자와 이용자가 싸우기도 했다. 그러면 싸움을 거는 쪽에 말리는 거다. 조금 진화된 경우에는 무시하는 게 아니라 네티즌들이 다독거린다. “너 그러지말고 참여해라”라고 말하면서 다정스럽게 접근하면 원만하게 해결된다.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최 : 내가 딴지에서 일할 때, 악질 리플러가 있었다. 그 사람은 ‘건전언어 구사합시다’란 글을 2천개나 올린 적도 있었다. 회사에서 글을 못쓰게 막아도 갖은 방법으로 지겨우리 만치 글을 올리고 또 올렸다. 결국 그 사람을 잡은 다음,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딴지일보’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그런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싫어서 음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의 경우, 하나의 애정표현이었다. 결국 자정은 되겠지만, 그렇다고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김: 오프라인에서 모든 범죄를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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