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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SW산업 위기 극복을 위하여


 

아이뉴스24가 올해 연중기획으로 추진중인 'SW산업을 살리자' 기획과 관련,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이 특별 기고문을 보내 왔다.

안 사장은 특히 외적인 문제 제기에 앞서 업계 스스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사장의 기고는 그의 자기 반성이자, 업계를 대표하는 CEO의 한사람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다짐으로 읽힌다. 아이뉴스24는 본격적인 기획 시리즈에 앞서 안철수 사장의 특별기고문을 싣는다. [편집자 주]


올해는 필자가 SW를 처음 개발한 지 16년, SW 기업을 설립한 지 9년이 된다. IT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고, 초고속 인터넷이나 반도체, 모바일 기기 등 몇몇 분야에서는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훌륭한 인프라나 하드웨어의 내실을 채워주는 SW 분야는 과거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우리 나라가 글로벌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SW 분야를 근간으로 한 지식정보산업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이라는 것을 누구나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구호만 외치고 있는 사이 선진국과는 차이가 더 벌어지고 중국, 인도 등 제조업에만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이던 나라들에마저 추월당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SW 개발 업체는 물론 고객 마인드, 정부 정책 등 관련 부문 모두의 노력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필자는 SW 업계에 몸 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업계 내부의 문제를 중심으로 먼저 해법을 찾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는 세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경영의 위기, 시장의 위기, 세계화의 위기가 그것이다.

첫째, 경영의 위기는 경영자가 해야 할 기본 과제를 성실히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인사 관리, 제도 정비, 실적 관리, 장기 비전 제시, 리스크 관리 등 과제 가운데 한 가지라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면 회사가 휘청거릴 수 있다.

실제 이러한 경영 관리의 부재로 국내 대표 SW 업체들이 한때 경영권 문제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국내 벤처업계가 모두 당면한 현실이며 경영자들의 자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SW 기업은 당장 영업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많은 수익이 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다듬어야 한다. 철저한 사업계획 하에 핵심역량을 강화하거나 신규 사업에 투자해서 영업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흥망성쇠가 반복되는 기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점은 좋은 시기에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얼마나 잘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는 기업은 다시 잘 되는 시기를 맞이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기업은 망하게 마련이다.

어려운 시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시기가 지속되면 편법적이거나 정당하지 못한 수단을 써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이나 조직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유혹에 넘어가 혹시 잘못된 경영 관행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존립 근거는 영업이익이다. 이 기본을 등한시한 채 이러한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면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다음으로 어려운 시기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쳐야 한다. 잘되는 시기에는 문제점이 잘 보이지 않으며, 문제점이 보이더라도 고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시기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바로잡으면 대내외 여건이 좋아졌을 때 다시 좋은 시기를 맞이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시장의 위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SW 업체에서 할 수 있는 타개책은 가장 기본인 연구개발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다. 벤처 규모의 SW 기업의 생명력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에서 나온다.

정부 정책이나 지원이 너무나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기는 하지만, SW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정책이나 지원 등 외부적인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SW 기업도 경쟁을 통해서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이며, 언제까지나 지원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세계화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자만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연구개발에 정진해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한 기업이 모든 영역을 다 잘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승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협력 방법에는 인수합병 뿐만 아니라 합작 회사, 전략 제휴, 업무 제휴 등 많은 모델이 있으니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업계에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보았으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업체, 고객, 정부의 협력을 통해서 성장하는 SW 산업 전체에서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일부분일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들도 상품으로서 SW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한국 벤처인 1세대 이종문 미국 암벡스 회장은 우리 나라가 지식형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에 대한 구조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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