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근로자 절반은 아파도 출근…35%가 질병 앓아


"일과 삶 균형 위해 대규모 유통사 영업시간 단축해야"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유통업계 서비스·판매직 중 절반은 아플 때도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간 없이 장시간 서서 일하는 근로환경 탓에 1개 이상의 질병을 앓는 근로자도 35.4%에 달했다.

이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대규모 유통업체가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휴게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유통서비스노동자 건강권·휴식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모색 토론회'에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같은 내용의 유통 서비스·판매 노동 실태 조사 및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직 등 2천2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 결과, 유통업계 판매직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3.3시간이었다. 유통 방문판매직(50.3시간)과 백화점 화장품 판매직(45.4시간)의 근로시간이 가장 길었다. 월 평균 후무일은 8.4일로 주말 휴무는 3일에 그쳤다. 연차 휴가 사용일은 절반을 조금(55.1%) 넘었다.

대형마트 식품판매직의 경우 41%, 유통 방문판매직은 37.7%, 대형마트 계산·판촉판매직은 36.5%가 질환이나 업무상 질병을 앓고 있음에도 근로자 10명 중 5명은 아플 때도 일을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질환은 허리디스크(24.1%), 족적근막염(22.2%), 방광염(18.2%), 하지정맥류(17.2%) 순이었다.

한 면세점 근로자는 "매장 근무 인원이 1명뿐인 상황에서 화장실이 왕복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어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며 "매장기 건조하다보니까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을 까봐 물도 못먹는다. 또 하루 평균 9~10시간을 근무하는 데 앉아있는 시간이 없다. 임산부도 꼬박 서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핵관리학부 부교수는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근로자 비율(50.6%)이나 아파서 출근하지 못한 근로자(15.7%) 비율 모두 근로환경조사에 포함된 근로자들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치"라며 "한국 유통 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가 일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더 많아 아프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유통업 근로자의 건강권과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에 대한 법제도적인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65일 24시간 운영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대형마트를 제외하곤 국내 주요유통업이 정기휴점제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12월 성수기 백화점 정기휴점 비율은 16.4%에 불과했다. 반면 주요 유통업 3개 업태의 주말 연장영업은 최대 95.8%에 달했으며 명절 당일 영업도 84.4%에 달했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도 유통업 서비스 판매직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개점 및 폐점, 영업시간 규제가 필요하다"며 "현재 유통업 근로자의 건강 및 노동조건,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업시간 자체를 줄여야 하므로 영업시간 규제 동시에 정기 휴점제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기웅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은 "현재 발의된 28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영업시간 제한 등이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이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며 "사실 유통법 자체가 유통산업 발전과 소비자 후생에 목표를 두다 보니 영업시간까지 제한하기는 어렵다. 해외에서도 완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성종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근로자의 건강권이 유통법 애초 목적에 포함돼 있진 않지만, 12조 2항에 근로자의 건강권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일을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만큼 근로자의 건강권 관련 부분에서도 정무가 문제제기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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