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열흘간의 추석연휴를 앞두고 택배업계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를 특별수송기간으로 정하고 24시간 비상근무 중이다. 올 추석은 역대 최장기간인 만큼 택배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날 전망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택배 전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하루 5만개의 이상의 물품을 배송하는 CJ대한통운 은평터미널의 아침은 예상과 달리 평화로웠다. 이른 새벽, 벌건 눈으로 컨베이어벨트 위 택배 상자를 골라내느라 분주한 택배기사들의 모습은 온데 간 데 없었다. 대신 전국 각지에서 모인 택배상자를 최종 배송 지역별로 자동 분류해주는 '휠소터(Wheel Sorter)'가 눈에 띄었다.
전국 다섯 개 물류센터에서 도착한 택배상자는 레일을 타고 이동하다 인텔리전트 스캐너(ITS)가 설치된 커다란 부스를 통과했다. ITS가 택배상자 상단의 운송장 정보를 인식하면 이에 따라 작은 바퀴들이 달린 휠소터가 회전하며 택배상자를 지정된 구역으로 밀어 넣었다. 택배기사들은 이를 배송차량 앞에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하면 된다.

오전 9시, 4천600개의 택배 물량이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아갔다. 모든 택배기사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 손수 분류작업을 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작업환경이 급진전한 셈이다. 덕분에 물량이 평소보다 50% 가량 증가하는 명절에도 택배기사들이 꼬박꼬박 아침밥을 챙겨먹을 수 있게 됐다.
실제 이날도 택배기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탑차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다. 7년 경력의 택배기사 김모씨(52세·남)는 "레일 위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택배 상자를 약 7시간 동안 골라내다 보면 배송 시작 전부터 눈이 침침하고 허리가 시큰거렸다"며 "휠소터가 들어온 후부터는 아침이 한결 여유롭다. 체력 부담이 줄어드니 고객들에게도 보다 친절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분류업무가 줄어드니 배송 속도도 빨라졌다. 과거에는 오전 내내 분류작업을 하다보니 배송은 오후에나 가능했지만 휠소터 도입 후에는 오전·오후 하루 2배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은평터미널에 속해있는 220명의 택배기사들은 3교대(오전 7시·9시 30분·10시 30분)로 나눠 출근한다. 예컨대 9시 30분 출근자가 도착하면 그때까지 택배상자를 옮기던 7시 출근자는 배송을 시작한다. 오전 10시 배송이 가능해진 이유다. 오전 배송을 마친 택배기사는 오후에 집하장으로 돌아와 남은 물량을 싣고 2차 배송을 실시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든 물량의 하차가 완료될 때까지 택배기사 전원이 집하장에서 대기했지만 지금은 배송 중에도 분류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며 "하루 배송 물량이 250개라면 과거에는 이를 모두 오후에 배송했지만 현재는 오전에 150개, 오후에 100개 나눠 배송하기 때문에 퇴근시간도 1~2시간 앞당겨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택배기사들의 개인 시간이 늘어나고 집하 영업시간도 증가해 택배기사들의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은 내년 상반기까지 1천227억원을 투자해 전국 200여개 서브터미널에 휠소터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추석에는 택배기사들이 직접 물건을 분류하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가능성도 높다.
다만, 하루 2배송으로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전 배송을 마치고 오후에 다시 집하장으로 이동해야 해 시간과 유류비가 두 배로 든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에서 6번째로 큰 은평구(29.72㎢)를 비롯해 서초·강남·강서구 등은 면적이 워낙 넓다보니 외곽에 위치한 터미널을 하루 두 차례씩 오고가는 데 부담이 크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은평터미널 뿐 아니라 CJ대한통운 내부적으로도 이동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토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내년 10월 경기도 광주에 CJ대한통운 메가 허브가 들어오면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으므로 휠소터 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부재중 발송된 택배, 위탁배송지 미리 안내하면 '땡큐'
올 추석은 연휴기간이 긴 만큼 집을 비우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는 이번 황금연휴 해외여행객이 사상 최대 규모인 11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택배업계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고객이 부재중인 데다, 연락까지 두절되면 당혹스럽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부재중인 경우 고객에게 전화를 걸면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전화 연결이 되더라도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수차례 반복해서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진다"며 "명절처럼 물량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체되다보니 급한 마음에 고객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재중인 경우, 택배기사의 수고를 덜면서도 안전하게 택배를 수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CJ대한통운를 비롯한 많은 택배사들은 택배 배송 전 예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 만약 배송 예정시간에 집을 비운다면 배송사원 연락처로 전화 또는 문자를 남겨 택배를 어떻게 할지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택배업체가 서비스 중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CJ대한통운 택배앱의 경우 '푸시 메시지' 기능으로 방문할 택배기사의 사진과 연락처, 현재 위치 등을 제공한다. 이를 활용해 '부재시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면 택배기사들이 한결 수월하게 배송을 마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요 택배사 물품의 이용자 배송 추적도 가능하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기사 1명마다 하루 평균 200개의 택배를 배송하는데 한 집에서 1~2분씩만 지체해도 총 배송시간이 최대 3시간까지 늦어질 수 있다"며 "부재중인 경우 위탁배송지를 미리 알려주면 택배기사들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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