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4월. 코카콜라사는 '뉴코크(New Coke)'란 새로운 제품 컨셉을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시작했다.

당시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속 확산되고 있는 펩시콜라의 예봉을 꺾기 위해 마련된 뉴코크 전략의 핵심은 '달고 맛있는' 콜라를 만든다는 것. 콜라 시음대회인 '펩시 챌린지'에서 번번히 패배했던 코카콜라 입장에서는 사활을 건 마케팅 대전략이었다.
하지만 기존 코크 생산까지 중단하며 진행했던 '뉴 코크' 전략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수십년 동안 코카콜라를 애용해왔던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기 때문. 게다가 뉴코크 역시 판매량이 기대에 못하는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
'불패의 기업'으로 알려진 코카콜라에게도 '가슴 아픈' 실패 사연이 숨겨져 있었던 것. 코카콜라 뿐 아니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은 예외 없이 한번씩은 '브랜드 전략' 실패의 생채기를 지니고 있다.
매트 헤이그의 '브랜드 괴담(Brand Failures)'은 이처럼 뼈아픈 브랜드 실패 경험 99가지를 담은 '브랜드 X파일 보고서'이다.
'성공 사례만 챙기는 탓에 실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책은 특히 초일류 글로벌 브랜드들의 실패 사례들로만 엮어 만들었다.
이 책은 브랜드 실패 사례를 고전적인 실패, 아이디어 실패, 브랜드 확장 실패, PR 실패, 문화적 차이에 의한 실패, 사람에 의한 실패, 브랜딩 리뉴얼 실패, 인터넷 실패, 낡은 브랜드 실패 등 9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테면 씨리얼로 인도 시장을 공략했던 켈로그는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실패한 경우. '아침 식사 대용'으로 씨리얼을 대대적으로 마케팅했지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도 못했다.
녹록찮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현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브랜드 전략에 실패한 것.
스페인에서 실패했던 쿠어스 맥주의 사례는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긴장을 풀어라(Turn It Loose)'란 문구가 '당신은 설사로 고생할 것이다'는 말로 번역되었기 때문.
'성공을 원하는 사람은 실패를 되씹어야 한다'는 고전적인 명제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반면교사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철저하게 실패 쪽에 초점을 맞춘 이 책에 등장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한두번의 실패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거대 기업들이란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지 않을까?
'브랜드 괴담'을 읽으면서 실패를 피해갈 수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브랜딩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주요한 위험요소들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케팅, 브랜드에 폭넓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바탕으로 논의를 확장해 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출간한 지아이지오가 온라인 토론장인 '브랜드 X파일(www.brandxfile.co.kr)'을 열어놓은 것도 이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 매트 헤이그 지음, 지아이지오 커뮤니케이션즈 1만3천원 )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