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 주도인 랄리(RaLeigh)에 자리 잡고 있는 랄리-더램 국제공항(RDU).
미국 남동부 지역 특유의 평화로운 풍경을 엿볼 수 있는 RDU공항을 빠져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동서로 연결하는 I-40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5마일 가량 달리면 첨단 산업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IBM, 노텔 네트웍스, 시스코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이곳은 미국 동부지역 첨단산업의 메카로 통하는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
◆ 육-해상 교통 요충지
지난 1959년 설립된 RTP는 노스캐롤라이나 지역 뿐 아니라 미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채플힐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을 비롯해 듀크(Duke),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NC State University) 등 지역 명문 대학의 꼭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 RTP는 담배 등 농업이 지배하던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을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I-40 고속도로를 옆으로 끼고 있는 RTP에 발을 들여놓으면 화려한 리서치 단지와 함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로가 첫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최적의 위치 조건을 갖추고 있는 RTP는 이제 미국 남동부지역을 대표하는 리서치 단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흔히 첨단산업 요람이라고 하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 지역 주민들은 주저 없이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를 ‘넘버 원’으로 꼽는다.
◆ UNC- 듀크 등 명문대학 대거 포진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RaLeigh), 더램(Durham) 시의 중간에 위치한 RTP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인력 풀과 최적의 교통 조건. 대학과 국제공항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대서양 연안의 윌밍턴 역시 불과 3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UNC, 듀크,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등 지역 명문대학에서 매년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인재들은 ‘막강 RTP 파워’의 젖줄이다. 미국 동부 지역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이들은 RTP를 세계적인 연구단지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냈다.
자동차로 달릴 경우 UNC는 15분, 듀크 10분, NC 주립대학은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그만큼 트라이앵글 파크와 이들 3개 대학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쪽으로 불과 5마일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랄리-더램 국제공항(RDU)은 RTP의 또 다른 강점. 25개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는 RDU는 하루에 600편 가량의 항공기들이 오가고 있다. 지난 해 RDU를 이용한 승객만도 840만 명에 달할 정도.
RTP 바로 옆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I-40번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다. 조용한 대학 도시인 랄리, 더램을 지나는 40번 고속도로는 늘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RTP가 노스캐롤라이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현재 RTP에는 약 140개의 연구기관이 입주, 3만8천500명 가량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최적의 교통 조건과 인력 풀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RTP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는 외부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미국의 유력 경제잡지인 포브스는 지난 2003년 5월9일자에서 RTP를 중심으로 한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을 ‘미국에서 세번째로 사업하기 좋은 곳’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IT산업의 메카가 실리콘밸리라면, 바이오테크 분야에서는 RTP가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IBM-노텔 등 IT기업 젖줄 역할

RTP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빅블루’ IBM이다. 지난 1965년 처음 RTP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한 IBM은 이 지역에서 1만3천명을 고용하고 있다.
IBM 뿐 아니다. 통신장비업체인 노텔 네트웍스가 4천명, 시스코시스템스가 2천500명의 직원을 이 지역에 파견해 놓고 있다. 이동통신 회사인 소니 에릭슨 모바일(300명), 미국 통신회사인 버라이즌(200명) 역시 RTP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RTP의 연구 영역도 다양하다. 우주에서 가상현실, 해부학, 첨단 제약학 프로젝트 등이 수시로 발표되고 있다.
정보기술(IT), 바이오테크 등을 전공한 수많은 대학생들이 RTP로 향하는 것도 이 같은 명성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리서치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들은 신규 참여 회사들에 임시 연구-실험 시설을 비롯한 각종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파크 리서치 센터(Park Research Center)도 빼놓을 수 없다. 12개 빌딩으로 구성된 파크 리서치 센터는 이 지역에 발을 들여 놓는 중소기업들엑 실험 공간을 제공, 연구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 서부엔 실리콘밸리, 동부엔 RTP
RTP는 미국 산-학-정 협동 작업의 산물이다. RTP가 문을 연 것은 1959년. 당시 미국내 비즈니스, 학교, 업계 지도자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하지만 RTP가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는 10년여에 걸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처음 RTP의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사회학 교수였던 하워드 오덤(Howard Odum). 오덤은 1952년 산학 공동 연구 단지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안했다.
로미오 게스트(Romeo Guest) 역시 RTP 초기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특히 게스트는 리서치 트라이앵글센터란 명칭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던 리서치 센터 설립 건은 1956년 9월 RTC 위원회(RTC Committee)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더램의 듀크 대학, 랄리의 NC 주립대학, 채플힐의 UNC를 축으로 하는 ‘황금의 삼각지대’를 구축하기로 한 것.
당시 위원회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 업계, 대학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1957년 말 3천559 에이커에 달하는 땅을 70만 달러에 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RTP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위원회는 와코비아 은행(Wachovia Bank)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물색, 1958년말 까지 125만 달러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1959년 1월 9일 당시 노스캐롤라이나 주 지사였던 루터 하지스(Luther Hodges)가 리서치 트라이앵글 인스티튜트 설립을 공표하면서 10년여에 걸친 대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1960년대 초반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RTP는 1965년 IBM과 환경 건강과학 연구소(Ns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 Health Science) 입주를 계기로 본격 성장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경기 침체 여파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바이오테크 분야 등에선 여전히 변치않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10년 동안 40개 가량의 회사가 새롭게 이곳 RTP에 둥지를 틀었다.
정부, 업계, 학교 지도자들의 공동 작업을 통해 탄생한 RTP는 40여년 역사 동안 미국 동남부 지역의 젖줄로 자리매김했다. RTP는 이제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와 함께 미국 첨단 산업의 양대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펑가된다.
/노스캐롤라이나=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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