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산업기술연구회는 지난달 22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오길록원장이 중도사퇴함에 따라 공개모집에 의해 ETRI 원장을 선임키로 했다.
그 뒤 지난 6일 공모 마감결과, 모두 13명이 ETRI 원장후보에 응모했다. 13대 1의 경쟁률은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 공모중 사상 최고. 산업기술연구회는 12일 3명의 원장후보자를 선정하고 19일 이사회를 열어 신임원장을 최종선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산업기술연구회는 공모가 마감된 후 응모자에 대한 일체의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연구회가 밝힌 것은 최종공모 응모자가 13명이라는 것 뿐. 공모(公募)라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연구회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유능한 인사의 응모기회를 넓히기 위해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엄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투명한 심사를 거쳐 신임원장을 선정할 방침"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더구나 연구회 고위 관계자의 경우 연락두절 상태여서 비밀스런 공모에 대한 취재와 비판을 피한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IT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재상황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며 비난하고 있다. 말로는 공모라고 하지만 밀실행정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예전 ETRI 원장공모 과정은 처음부터 모두 공개했으나 이번에 전혀 딴판이다.
ETRI 노동조합도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응모자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자연스럽게 후보자에 대해 검증되는 측면도 많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번 공모는 철저한 비밀 속에 진행돼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힐난했다.
특히 ETRI 내외에서는 배순훈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장의 공모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확인된 바가 없어 추측만 무성하다. 배 위원장의 경우 ETRI 안팎에서는 위기에 처한 ETRI를 구할 수 있는 대안으로까지 부각됐었다.
다만 배 위원장은 10일 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대덕클럽 초청강연회 후 기자의 원장공모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나이 든 사람이 할 일이 많다"면서도 "(ETRI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임자는 아니다"라고 밝혀 응모에 나서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같이 비밀스런 공모 과정에 따라 갖가지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장관과 같이 국내 외에서 공부한 '삼성맨'으로 ETRI 원장이 이미 낙점됐다는 말에서부터 전직 장관이 강력히 밀고 있는 사람이 유력하다는 설까지 각종 유언비어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ETRI 신임원장은 투명하게 공개된 상태에서 선출돼야 한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현재 위기에 직면한 ETRI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ETRI 내외에서는 원장 응모자를 완전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출연연구원 기관장의 경우 공직에 해당돼 재산, 가족사항 등 프라이버시에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더라도 지원 현황은 밝혀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원장공모 후 3배수로 압축될 때까지 기간이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할 경우 3일 밖에 되지 않아 인물 검증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공개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TRI 고위관계자는 "연구회가 비공개를 추진해 오히려 의혹만 커지고 있다"며 "예전 공개로 할 때보다 비공개로 진행하다 보니 문제점이 더 많다"고 거들었다.
한편 이번에 응모한 인사로는 이번 ETRI 원장 직무대행, 임주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 박항구 현대시스콤 회장(전 현대전자 부사장), 이원웅 전 충남대 교수, 송문섭 팬택앤큐리텔 사장, 정규석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감사(전 데이콤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장, 박성렬 전 우림정보 사장, 천유식 머털테크 사장, 김현탁 ETRI 연구원 등도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단형 한국정보통신대(ICU) 교수, 박치항 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은 이번 공모 여부에 대한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대전=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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