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이성필기자] 압박감은 상당했다. 양궁 강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 홀로 남아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고독감까지 모든 게 그를 감쌌다.

'얼짱궁사' 기보배(24, 광주광역시청)의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전이 그랬다. 이성진(27, 전북도청)이 8강, 최현주(28, 창원시청)가 16강에서 탈락해 모든 관심이 그에게 쏠렸다.

2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결승전 상대는 아이다 로만(멕시코)이었다. 한국인 이웅 감독의 지도를 받고 결승에 올라 '부메랑 효과'를 저지하는 임무까지 주어졌다.

살얼음판을 걸은 기보배는 세트 스코어 6-5(27-25 26-26 26-29 30-22 26-27 8-8)로 이기며 금메달를 목에 걸었다. 슛오프로 갈린 승부에서 좀 더 과녁 중앙에 쏴 극적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기보배의 금메달로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 단체전과 개인전을 휩쓴 김수녕을 시작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조윤정, 1996년 애틀랜타 김경욱, 2000년 시드니 윤미진, 2004년 아테네 박성현의 2관왕 계보를 다시 잇게 됐다. 2008년 박성현이 중국의 텃세에 개인전 은메달에 머무른 기억을 지우고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한국 양궁의 새 얼굴로 떠오른 기보배는 세대교체의 상징이다.

2004년 성문고 시절 주니어대표로 발탁,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을 이끌며 주목을 받더니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 여자부 1위로 성인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윤옥희, 주현정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밀어내고 태극마크를 단 뒤 얻은 금메달이라 더욱 놀라웠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관심을 모은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8강에서 탈락했고 지난해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32강에서 무너졌다. 실력보다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세트제의 희생양이 된 측면이 강했지만 일부 팬들은 그의 외모에 딴죽을 걸며 실력 이상의 것을 요구했다.

눈물을 펑펑 쏟은 기보배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저기서 그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며 다양하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오직 양궁에만 전념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3관왕에 올랐고 10월 런던 프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를 기세로 올림픽 단체전에서는 마지막 궁사로 나서는 대범함을 과시해며 금메달 획득에 공헌했다.

기보배는 "2004 아테테올림픽 2관왕 박성현의 기를 받고 싶다"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정상을 향한 정신 무장이 그에게 2관왕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을 안겨다 줬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런던(영국)=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