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이성필기자] 지난해 한국 성인축구대표팀은 일본에 두 차례나 쓴맛을 봤다.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하며 결승 티켓을 내줬고, 8월 삿포로에서 열린 정기전에서는 0-3으로 완패했다.

한일전의 후폭풍은 상당하다. 삿포로의 굴욕을 겪은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후 11월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레바논 원정에서 패하면서 전격 경질당했다.

그만큼 부담스러운 한일전이다. 늘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온 대표팀으로서는 패하면 본전도 못 건지게 된다.

특히 11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결정전은 더 그렇다.

한국과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축구대회 4강에서 만났다는 점은 한일 모두에게 큰 자극제다. 일본은 이미 1968 멕시코시티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 최초의 길을 걸었다. 일본을 늘 경쟁 상대로 여겨온 한국 입장에서는 첫 메달이 절실하다.

일본은 최전방 나가이 켄스케(나고야 그램퍼스)와 좌우 날개 오츠 유키(묀헨글라드바흐), 기요타케 히로시(뉘른베르크)의 스리톱으로 한국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특징은 명확하다. 나가이는 순간적인 스피드로 상대의 수비를 흔드는 것이 장점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골을 넣는 등 득점력이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2골을 터뜨리며 원톱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라질 유학파 출신으로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도 일품이다.

오츠 유키는 멕시코전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는 등 킥력이 뛰어나다. 3골을 넣으며 일본 4강행의 일등공신이었다. 볼 간수 능력이 좋고 주변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도 뛰어나다. A대표팀에서도 뛰는 기요타케 히로시는 패스가 뛰어나다.

이들을 상대하는 한국의 스리톱도 개성은 확실하다. 박주영(아스널)을 중심에 두고 김보경(카디프시티), 남태희(레퀴야)가 일본 수비진을 후벼팔 것으로 예상된다.

준결승까지 박주영, 김보경이 한 골씩 넣었고 남태희는 골이 없다. 맏형 박주영은 예선 스위스전 1골 외에는 침묵하고 있는 골 감각을 깨워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부응해야 한다. 미드필드에서 아무리 볼을 연결해도 박주영이 해결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기요타케와 세레소 오사카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보경은 새 소속팀 카디프시티의 홈팬들 앞에서 실력을 과시하면서 한국을 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J리그에서 뛰어 일본의 수비라인 특징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드리블과 돌파력이 좋은 남태희도 마무리 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승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카디프, 런던(영국)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