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2009 고교야구 탐방]⑨선린인고, '아~옛날이여'는 이제 그만!


프로야구가 없던 1970~80년대 당시 야구팬은 고교야구에 열광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결승전이라도 열리는 날이면 응원의 함성은 서울 도심을 들썩거리게 했고 현재 진행 중인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 뒤지지 않을 만큼 높은 TV 시청률을 보였다.

1911년 창단한 선린상고는 제17회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전국대회 8회 우승과 14번의 준우승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서울의 야구 명문으로 통했다. 하지만 1995년 봉황대기 준우승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침체기에 빠져 있다.

선린상고에서 1998년 선린정보고로, 그리고 2001년에 다시 선린 인터넷고로 교명이 바뀌면서 슬그머니 야구 명문이라는 수식어도 사라졌다. 그러나 팀 성적에 비해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예나 지금이나 타 학교에 뒤지지 않는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등장한 김우열(68년졸)을 필두로 이해창(72년졸) 김광수(77년졸) 등이 OB 베어스와 MBC 청룡의 주전 자리를 꿰찼고, 80년대 들어서는 유지홍, 김건우, 박노준, 김상호, 이병훈, 송구홍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야구 스타들이 즐비했다.

90년대 들어서도 프로진출 이후 성공한 사례는 많다. 서용빈(90년졸) 이승호(95년졸) 경헌호(96년졸) 등이 수도권 팀의 주축으로 명성을 높였고, 현재는 권오준 손시헌 이종욱(이상 99년졸)이 대표적인 선린인고 출신이다.

2002년부터 모교에서 지휘봉을 잡은 박순영 감독은 예전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동문의 지원과 의욕이 떨어졌고, 결국 해체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다행히 원만하게 해결이 된 상태라며 그간의 맘고생을 털어놓았다.

"작년에 야구부가 해체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난 뒤 선수 수급이 원활히 되지 못해 걱정입니다. 지금 1학년이 4명 뿐이거든요." 총 25명의 선수 가운데 3학년(10명), 2학년(11명)을 주축으로 구성돼 있어 당분간은 팀을 꾸릴 수 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 성적을 내면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질 겁니다. 제가 팀을 맡은 이후 가장 기대가 되는 해거든요. 일단 애들이 하려는 의지가 강해요. 똘똘한 애들이 3학년에 몰려 있거든요. 제가 굳이 훈련을 채근하지 않아도 알아서 합니다." 박 감독은 특히 올 시즌 마운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제자들을 칭찬했다.

"3학년 투수들이 고른 기량을 갖고 있어요. 한두 명만 잘해서는 토너먼트 방식 속에서 1등은 벅차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해볼 만해요." 우완정통파-좌완-사이드암까지 제대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며 투수 쪽에 대한 신뢰감을 한껏 내비쳤다.

*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종속을 믿는다…정우민(우완, 192cm/95kg)

화곡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정우민은 덕수중학교를 거쳐 입학한 이후부터 투수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았다. 작년 추계리그에 처음 마운드에 올라 2승 1패를 기록하며 볼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정우민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주무기다. 컨트롤도 좋아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는데 평균 구속은 136km를 넘나든다. 2009 춘계리그 개막 이후 두 번째로 만났던 경기고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5.2이닝 동안 2안타 1실점 호투를 선보여 승리투수가 되었다.

큰 키에서 꽂는 볼의 위력이 위협적인 정우민은 농구나 배구같이 큰 키로 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운동신경이 둔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동기들은 '본인이 유독 그렇게 생각한다'며 전혀 아니라고 했다.

빠른 볼과 완벽한 제구력을 갖춘 윤석민(KIA)이 자신의 우상이며 동기 가운데서는 지난 2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3회 천우 스포츠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광주일고의 좌완 심동섭을 지목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인데 볼도 빠르고 볼 끝도 좋은 편이라고 경계심을 보였다.

* 임창용의 '뱀직구'를 닮고 싶다…안규성(우투좌타, 사이드암, 186cm/81kg)

신체조건이 우수한 안규성은 자양중학교를 거쳐 고교에 진학한 첫 해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받으려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재활로 세월을 보냈다. 좌타자라 간간이 대타로 나서면서 2학년을 보내다가 작년말 투수로 경기에 출전했고 다행히 통증이 사라졌다.

체중이 1학년 때보다 7kg이나 늘어 힘이 증가되면서 구속도 빨라졌다. 136km 안팎의 구속으로 사이드암치고는 빠른 볼을 갖고 있다. 거기에 브레이킹 볼의 각이 좋다는 점도 강점이다.

안규성은 대통령배와 청룡기 본선진출이 걸린 춘계리그에서 청원고(2-1승), 경기고(5-3승)전에서 연속 마무리로 출전해 총 3.2이닝 동안 피안타 1개에 무실점으로 역투,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제가 적극적이지 못한 편이라 타자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싶어요. 임창용 선수나 정대현 선수같은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가 되고 싶어요."

바다 건너 열리고 있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회 경기를 볼 때도 이들의 등판 장면을 유심히 관찰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투수 가운데는 정정환(좌완, 173cm)이 팀의 주전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 호타준족 주장… 송민섭(우투우타, 177cm/76kg)

중견수로 1번 타자를 맡고 있는 송민섭은 선린중학교 시절 국가대표로 뛴 기대주로 한양대 송명섭(4학년, 외야수)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2010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친형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 부모님의 걱정이 두 배 이상이라고 했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민섭은 어깨가 강하고 수비범위도 넓어 최고의 중견수라며 동기들은 그의 실력을 인정했다. "선수 인원은 적지만 더 뭉치고 하나가 되자고 다짐했어요. 해체설이 있고 난 이후 팀의 결속력이 더 좋아졌어요.(웃음) 프로에 진출한 선배는 작년 주장이었던 김진형(두산 2차 7번) 형 한 명 뿐이에요. 나머지는 모두 대학 진학에 어려움이 컸어요. 제 목표는 전국대회 2개 우승하고 졸업하는 겁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펼쳐보일 기회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돼버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송민섭은 "우선 팀 성적이 좋아야 스스로가 원하는 자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며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선봉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 모교의 자랑 '손시헌'같은 내야수가 꿈…맹준혁(우투좌타, 175cm/74kg)

구암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가 좋아 운동을 시작한 맹준혁은 선린중학교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팀내 3번으로 중심타선을 책임지고 있다. 1학년 때 잠깐 팀 사정으로 외야를 보기도 했지만 자신이 원했던 포지션은 원래부터 내야수였다.

올 시즌 2루수로 뛸 예정인 맹준혁은 타격에 있어서도 선구안이 좋고 볼을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 작은 체구지만 장타력도 갖추고 있다. 거기에 발도 빠른 편이다.

고영민과 같이 국가대표 2루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그는 최근 타격에 물이 올라 있는 상태. 춘계리그에서 장타를 기록하면서 자신감도 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황금사자기 대회가 시작되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고와 1회전에서 맞붙어요. 싸워본 적이 없는 팀이지만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선린인터넷고는 1980년 청룡기와 황금사자기를 동시에 석권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이후 근 30년간 정상의 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우승에 목말라 있다. 과연 선린상고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의 대활약을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2009 고교야구 탐방]⑨선린인고, '아~옛날이여'는 이제 그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