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KBS2 '1박2일', MBC '우리 결혼했어요', SBS '패밀리가 떴다' 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주말을 휩쓸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생명력은 바로 캐릭터 구축에 있다.
'하찮은 형' 박명수, '바보 형' 정준하, '돌아이' 노홍철, '허당' 이승기, '은초딩' 은지원, '신상녀' 서인영, '달콤 살벌한 예진아씨' 박예진 등.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고유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프로그램 내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는 출연자의 성격과 개성 그리고 프로그램 내에서의 역할을 극명하고 강렬하게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이로 인해 이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안방 시청자들에게 바로바로 각인되는 효과를 낳게 하며, 이런 특징화된 유형이 제2, 제3의 유사 캐릭터를 반복 재생산해내게 된다.

하지만 원래 예능인이 아니었던 일부 출연자들의 경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앞으로의 활동이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크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기존의 '중성적 이미지'를 버리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거듭나고 있는 가수 황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원래 내 모습을 좀 더 많이 보여드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서 터프한 '황장군'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게 된다는 뜻일까.
'신상녀'라는 수식어와 한 몸이 된 가수 서인영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솔직 당당하고 자기주장이 분명한 신세대의 모습으로 큰 사랑을 얻고 있다. 하지만 패션이나 외모에 지극히 신경 쓰는 모습이나 옷과 구두 등 신상품이 나오면 거침없이 구입하는 이미지로 인해 그를 '된장녀'로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또 솔직한 입담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행동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 프로그램에서는 오히려 생명력을 잃을 수도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MC로도 활동 중인 그는 방송에서 게스트로 나온 가수 이효리에 대해 "무대 위에서는 최고로 섹시하다. 하지만 나는 노래를 잘한다"고 말했다. 평소 그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오해를 살 수도 있었을 아찔한 순간이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 이승기는 실수투성이에 빈 틈 많은 모습으로 '허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MC 강호동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믿는가하면 ARS 서비스인줄도 모르고 존댓말로 통화를 하는 그의 어수룩함은 엉뚱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인기 가수에서 연기자로 입지를 다져가는 중간 단계에서 예능 캐릭터의 고착화는 그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는 이미 MBC 드라마 '일지매'의 출연을 고사하고 당분간 '1박2일'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예능의 이미지를 벗기 전 코미디가 아닌 정극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이승기와 달리 연기자로 이미 입지를 굳힌 후 예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경우이긴 하지만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의 '달콤 살벌한 예진아씨' 박예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쌩얼' 공개와 함께 엉뚱한 캐릭터로 분한 그의 모습이 이후 정극 연기와 '오버랩'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를 낳기도 한다.
한국 나이로 올해 31살의 가수 은지원은 초등학생 같은 행동으로 '은초딩'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1990년대 후반 인기 남성그룹 '젝스키스'의 리더로 데뷔할 때만 해도 그는 무표정을 내세운 카리스마의 대명사였다. 이후 솔로로 활동하면서도 그는 힙합가수로 나름의 활동 영역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은초딩'이라는 정형화된 캐릭터에 매몰돼가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가 최근 '1박2일' 멤버들 사이에서 가장 불성실한 태도로 미션에 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온 게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한 연기자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오는데 주변에서 만류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출연해보고도 싶지만 아무래도 드라마에서의 이미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가수나 연기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 연예인의 경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출연이 자칫 이미지와 캐릭터의 고착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장기간 일정 무리의 출연자들이 동고동락하면서 꽃 피워낸 캐릭터일 경우 더욱 그렇다.
스타들이 '리얼'에 충실하다보면 때로는 대중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도 드러내 보여야 할 때가 있다. 반면 본인조차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인정받을 때도 있다.
최근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타들은 그 여파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명과 암이 두드러진다. 대중적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있어 이미지는 '양날의 칼'과도 같은 셈이다.
조이뉴스24 /김명은기자 dra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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