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볼, 땅볼, 땅볼... 9회까지 완봉.
KIA 외국인투수 로페즈가 조범현 감독에게 웃음을 안겼다. 또 한 번 임무를 120% 완수하며 로페즈는 '선발왕국' KIA의 '한국시리즈 에이스'로 우뚝 섰다.
로페즈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등판해 9회까지 혼자 마운드를 책임지며 완봉투로 비룡타선을 틀어막는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최종성적표는 9이닝 106구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팀의 3-0 승리의 토대를 홀로 일궈낸 역투가 아닐 수 없었다.
로페즈는 지난 16일 한국시리즈 1차전서도 선발 등판했다. 당시에도 8이닝 3실점 호투로 팀의 5-3 승리를 견인하며 KIA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은 바 있다.
이날도 로페즈는 몸쪽과 바깥쪽을 오가는 유인구로 SK 타자들을 꽁꽁 틀어막았다. 몸쪽 싱커를 비롯해 적재적소에 허를 찌르는 투구로 잇달아 범타를 이끌어내며 맞혀잡는 투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5회까지 던진 60구 중 싱커수만 무려 33구에 달했고, 싱커의 최고구속도 무려 145km(직구 최고구속이 146km밖에 안됐다)를 기록했으니 이날 로페즈는 싱커 구질로 SK를 제압한 셈이었다.
1회에만 3명 연속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한 로페즈는 2회에도 박재홍의 우전안타 외에 앞뒤로 3명의 타자를 또 다시 모조리 내야 땅볼로 솎아냈다. 3회초에는 선두타자 나주환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지만, 삼진 한 개와 내야땅볼 2개로 위기를 막아냈다.
범타 퍼레이드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4회부터 6회까지 로페즈는 볼넷 하나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탈삼진 2개를 비롯해 7명의 타자를 플라이볼과 땅볼로 처리했다. 그야말로 로페즈의 노련미에 비룡군단의 방망이는 맥없이 돌아갔고, 돌아온 결과는 '0'만 찍혀가는 전광판의 스코어보드 뿐이었다.
위기도 있었다. 3-0으로 앞서던 7회초 대타 이호준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정상호를 중견수플라이로 처리했지만, 곧이어 박재홍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수비 실책까지 보태져 1사 2, 3루에 몰린 것. 하지만 로페즈는 최정과 나주환을 삼진과 중견수플라이로 솎아내고 SK의 추격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오른 구위를 이어가자 조범현 감독은 로페즈에게 전 이닝을 맡겼다. 그리고 로페즈는 8회 2삼진과 3루 땅볼로 삼자범퇴, 9회마저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9회초에는 선두타자 박정권에게 내야안타를 내줬지만, 대타 김정남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고, 정상호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후에도 박재홍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초반부터 '땅볼'로 기세를 잡은 로페즈는 막판에도 '땅볼'로 경기를 마감지은 셈이다.
조범현 감독은 "KIA의 힘은 선발투수"라고 누차 강조했다. 계투진이 취약한 KIA로서는 선발투수가 최대한 이닝을 오래 책임져주는 것이 승리의 제1공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보답하듯 로페즈는 홀로 9이닝, 그것도 완봉으로 역투하면서 조범현 감독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로페즈... 한국시리즈 들어 KIA 마운드의 보물단지 1호임이 틀림없다.
조이뉴스24 /잠실=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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