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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형님들 밀어낸 '무서운 아이' 이범영


황선홍 밑에서 '성장'하고 홍명보 아래서 '기회' 얻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아직 없다.'

간단 명료한 대답에서 갓 스무살의 젊음을 기반으로 한 패기와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황선홍 감독을 통해 과감하게 K리그에 데뷔해 형님들을 밀어내고 부산의 주전을 차지했고, 홍명보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낼 수 있었던 모양이다.

형님들 밀어낸 '무서운 아이'

부산 아이파크의 골키퍼 이범영(20)은 부모님의 반대로 축구와 인연을 맺지 못할 뻔했다. 그러나 축구와 사랑에 빠진 아들에 부모는 두 손을 들었고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만든 용인FC 산하의 원삼중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기술 연마에 나섰다.

2008 드래프트에서 2순위로 지명된 뒤 지난해 2월 용인 신갈고를 졸업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시즌 시작과 함께 부산은 서동명(35, 현 강원FC GK코치)이 주전으로 나섰고 정유석(32)과 경남FC에서 이적해 온 최현(31)이 버티고 있어 이범영은 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6월 2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컵대회에서 황선홍 감독은 이범영을 K리그에 데뷔시켰다. 꿈의 데뷔전, 관중도 1만 명이 넘게 들어찬 상태에서 이범영에게 보인 것은 오로지 그라운드의 녹색 잔디였다. 무슨 정신으로 뛰었는지 어떻게 실점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1군에 올라오니 경기 수준이 달랐어요. 압박감이 대단했고 실수 하나를 하면 아쉬움이 너무나 컸어요"라며 기억을 되살린 그는 프로가 무엇인지 제대로 실감했다며 당시를 되짚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8월 3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수원 삼성과의 겨루기. 정성훈의 기막힌 프리킥 골로 앞서가던 부산은 후반종료를 앞두고 '폭주기관차' 김대의에게 실점하며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이범영은 김대의의 킥이 '설마 들어가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당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이범영은 또 한 번의 공부를 했다. 이후 부산의 후반기를 책임지며 실전 경험을 제대로 쌓았다. 체력과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동계훈련을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준비를 했다.

경험이 쌓이면 포효하는 쇼맨십을 보여주고 싶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02년, 한일월드컵은 이범영을 빗겨가지 않았다. 원삼중 체육관에서 모여 응원을 했던 이범영은 이탈리아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에게 부폰은 안정적이면서도 동작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골키퍼로 각인됐다. 선방을 해낸 뒤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으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그런 역할을 이범영은 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리다는 한계(?)로 더 배우는데 집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선방 후에 팬들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고 싶은데 어린 선수가 건방지다고 그럴까 봐 못하겠어요.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라고 원대한 계획을 설명했다.

이범영이 화려한 동작을 보여주고 싶은 데는 썰렁하기 그지없는 부산의 홈구장인 아시아드주경기장에 볼거리를 하나라도 더 제공하고 싶은 의도도 숨어있다. 일종의 팬서비스 개념이다.

'황선홍명보' 감독에게 배우는 행운아...올해 6강 꼭 들고 싶어요!

골키퍼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이범영은 2일 '홍명보호'에 소집된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이집트에서 열리는 3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새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표정을 보였다.

홍 감독으로부터 들은 한마디는 선수생활에 큰 힘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U-19세 대표팀의 일원으로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 입소해 웨이트트레이닝 도중 올림픽대표팀 코치였던 홍 감독이 다가와 팀 사정을 물으며 "선홍이가 힘들겠구나. 네가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해줘 마음 깊이 새겼다.

황선홍 감독에 대한 감정도 남다르다. 황 감독이 선수시절 화려했던 공격력을 팀 전체에 이식시키는데 집중하는 것 같다는 그는 "선수 때 대단한 분이었는데 훈련할 때 직접 시범을 보여주는 등 열정적이다"라고 털어놨다.

그의 지도를 잘 받아들여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이범영은 "올해 팀의 목표인 6강 플레이오프에 꼭 들고 싶다. 자신도 있고 언제나 축구 생각에 빠져있다"라며 당차게 표현했다.

조이뉴스24 부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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