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비용 축소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점포 정리로 은행 대면 창구가 매년 130여개씩 사라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영업점은 지난 10년간 360개 이상이 사라졌고, 우리은행도 300곳 가까운 점포를 없앴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지점과 출장소를 합친 점포 수는 총 3911개다. 지난 2014년 동기 5190개에서 1279개(24.6%)가 줄었다. 10곳 중 2~3곳이 사라진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2014년말 1169개 영업점을 운영했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808곳으로 361개 영업점을 폐쇄하면서 영업점 규모가 808개로 줄었다. 우리은행도 2014년 1180개에 달하던 영업점이 올해는 729개로 285곳이나 줄어 들었다. 신한은행의 폐쇄 점포도 10년간 206곳에 이른다. 반면 하나은행의 영업점은 2014년 613곳에서 올해 626곳으로 13곳을 늘렸다. 농협은행의 영업점은 같은 기간 1180곳에서 1112곳으로 상대적으로 축소 규모가 미미했다.
은행의 지점 통폐합은 점포 운영 비용과 인건비 절감을 위한 목적이 강하다. 강민국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해 평균 지점 운용 비용과 인력은 24억5000만원과 12.6명이다. 신한은행은 올해에도 6곳의 기업금융 점포를 소매금융 점포에 흡수 통합했다.
같은 이유로 현금인출기(ATM)도 연간 2000개가량 철수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도 고려해 지점과 ATM을 대거 정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고령층과 지방 거주자들의 금융 소외를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의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 점포는 1만3668개다. 전체 점포 1만4230개 중 84.8%가 수도권에 위치했다. 인구수보다 경제 규모가 지역 내 점포 수를 결정짓는 경향을 보였다.
지방 거주자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수도권 거주자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더 많은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고령층들의 금융 접근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70대 이상 노인들은 디지털 활용 능력이 취약해 영업점 방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은행들이 포용 금융이라는 사회적 역할보다 이익 창출에 매몰된 모습이다. 일반 영업점 축소는 소리 소문 없이 조속히 진행하지만, 은행 브랜딩을 강화할 수 있는 외국인 특화 점포 개점 소식은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하나은행은 전날(19일) 경기도 평택시에 평택외국인센텀점을 개점했다. 다국적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개점해 이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날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점포에 방문해 외국인 손님을 직접 응대하는 등 홍보에 힘을 실어줬다.
강민국 의원은 "은행이 적자 경영도 아닌데 비용 효율화와 비대면 은행 거래 증가를 앞세워 점포를 폐쇄하고, ATM을 무더기로 철수한다"며 "은행이 지켜야 할 공공성과 고령층 등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은행 점포 폐쇄 문제를 올해 국정감사의 안건으로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금융 접근성의 격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서 은행들이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준수하는지 점검해 소비자보호 실태 평가에 반영하거나, 은행 겸영 업무 추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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