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에 대한 국회와 헌재와의 공방이 국회 진상조사위에서 벌어졌다.
특히 이날 진상조사위에서는 강 장관의 발언 파문의 진위를 따지는 당초 목적에서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위'라는 민주주의 기본권 논란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향후 헌법전문과들과 정치권에서는 사법권의 독립과 국민의 알 권리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철용 헌재 사무처장은 기관보고를 통해 ▲기재부 세제실장이 헌재 재판관과의 접촉여부는 불명확하지만 만난 사실이 없고 ▲헌법 재판관이 종합부동산세 결정 방안을 기획재정부 관계자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며 ▲기재부 세제실장 등이 지난 10월 22일과 23일 헌재에서 수석연구원을 만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또 ▲헌재가 기재부 세제실장의 면담을 먼저 요청했다는 기재부 측의 말은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고 ▲수석연구원이 기재부 관계자에게 선고시기나 사건과 관련해서는 일체의 언급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 사무처장은 이어 "헌법재판소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할 수 있는 일체의 언급이나 행동은 없었음을 확실히 한다"며 "헌재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이번 사태를 초래한 강 장관이 헌재에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장관의 강 장관의 발언 실수보다 정치권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헌재의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진상조사 자체를 부정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종부세 위헌판결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헌재를 불러 청문절차를 거치는 것에 대해 장관의 발언 실수보다는 정치권의 과잉대응으로 헌재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도 "헌재의 판결은 국민의 권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 사건과는 다르고 특히 종부세 판결의 경우 조세전문가가 헌재 연구관에게 어떤 설명의 기회를 원천 봉쇄할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문제를 계기로)앞으로 헌재도 예규를 만들어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 제한하면서 권위를 스스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사무처장은 이에 "헌재의 특수성이 있지만 아무리 공정하고 바른 재판을 한다 하더라도 불필요한 국민의 오해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운영절차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야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또 헌재가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당장 모든 의혹에 대해 당당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강 장관의 발언과 헌재 판결이 다르다면 의혹은 자연히 해소되겠지만 발언과 일치한다면 국민들은 강 장관의 예상대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불허의 후폭풍이 올 것"이라며 "헌재에서 (진상 규명에)적극 협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분명히 강 장관은 헌재 재판관에게 영향을 주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헌법 위반 여부가 있으면 헌법 재판관도 탄핵할 수 있는 것이 국회의 권리인데 소상히 얘기를 듣고 판단하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국회 무시가 아닌가"라고 헌재 측을 질타했다.
하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헌재를 행정부가 하부기관인 양 표현하는 것이 안 된다는 것이 이번 기회에 만 천하에 알려진 것이고 이런 부분에서는 강 장관이 많은 기여를 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현장검증, 헌재 내 CCTV 제출 등 야당의 요구에 대해서는 "마치 의혹이 있는 것처럼 몰아넣고 있다"며 강하게 거부했다.
하 사무처장은 또 "헌재는 입법부, 행정부와 독립적 지위에서 헌법정신에 입각해 일하고 있는데 헌정역사상 사례가 없는 국회 조사기관이 된다는 점에서 헌재 재판관들이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힌다"고 항변했다.
'기재부 세제실장 등과 헌재 연구원이 10월에 4차례나 만날 필요가 있는가'라는 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이 사건의 중요한 점은 기재부가 헌재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이다"며 "헌법재판소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누구라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헌재는 13일 있을 종부세 위헌소송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기관보고 연기를 요청했으나, 국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정대로 하되 구두로 약식 기관보고를 받는 절충안으로 회의를 속개했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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