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키코 가입권유 없었나(강만수 장관)" "기업들, '꺾기'때문에 키코 가입했다 하더라(하재홍 아이레보사장)"
"우리 잘못으로 어려움 겪는게 아니다(김기문 중기협회장)" "은행가선, 어려움 있어도 잘 할 자신 있다고 말해야 한다(강만수 장관)"
9일 벤처·중소기업CEO들과 만난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8천억 원의 중소기업 지원자금 공급"을 약속했다. 키코(통화옵션 환헤지 상품) 가입으로 손실을 본 상장기업 중 "회생 가능한 기업들이 무조건 상장폐지 되는 일도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아우성'에 대한 답변이다.
한편으로는 기업들의 '파이팅'을 강조했다. "은행에 가서도 거짓말이 아닌 선에서는 어려움이 있어도 잘 할 자신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며 "대기업들도 한 번 씩은 고비를 겪고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주말까지도 예정에 없던 일이다. 정부는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주 초 중소기업청과 함께 서둘러 '현장행'을 준비했다.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인 지원책을 내놓겠다며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배석하도록 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액션 플랜'을 내놓겠다는 강력한 의사표현인 셈이다.
첫 행선지는 아이레보 사옥이었다. 이 회사는 국내 시장의 40%를 점유한 디지털 도어록 생산 업체다.
사옥과 생산 라인을 둘러본 강 장관은 대뜸 "어느 은행과 거래 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꺾기'도 많이 했다던데, 키코 가입 권유가 없었느냐"고 했다. 환차손을 보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하재홍 아이레보 사장은 "수출비중이 낮아 가입하지 않았지만, 다른 기업들은 '꺾기'도 많이 했다더라"고 했다. 은행들이 기업 대출이나 만기 연장을 조건으로 키코 가입을 강요한 사례들이 있다는 얘기다.
벤처산업협회로 자리를 옮겨 이어진 간담회에서도 '민원'은 이어졌다. 강 장관은 "듣는 자체가 문제 해결의 50%"라며 "문제가 있으면 그 때 그 때 얘기해달라"고 했다.
서승모 벤처산업협회장은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통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기보 본사가 위치한 부산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은행대출 만기가 돌아와 상환에 곤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각종 유가증권 담보대출들이 많은데 담보가치가 하락해 상환이 어렵다"고 했다. 서 회장은 "어렵더라도 상환 재촉은 자제하도록 해 달라"고 했다. "200%, 170%에 이르는 담보 비율도 완화해 달라"고 이어 말했다.
강 장관은 "(상환 어려움)그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서 패스트 트랙을 만들었지만, 은행 직원들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자기 책임 문제가 있으니 이러 저런 요건 하에서 완화해 주고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은행들이 필요한 자금은 한국 은행이 다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는 기업부채비율이나 외환보유고 모두 문제가 없는데 미국 금융위기때문에 함께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협회장도 "우리 잘못으로 어려움을 겪는게 아닌데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할 수 있는 최대의 지원"을 촉구했다. 강 장관은 "그것은 지난 번에 약속도 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한은 총재와 금융위, 청와대와 만난다(대책논의를 위해)"고 답했다.
컴에이지 김영욱대표는 기업주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사업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집, 아파트를 담보로 잡는다"며 "추가대출이라도 해서 돈을 더 넣어야 하지만, 은행에서 대출이 안 돼 2금융권의 자금을 알아봤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자율이 30%에 이르러 집을 다 주고 정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서승모 벤처산업협회장이 말을 보탰다. "기업주 문제는 무방비상태"라고 했다. "기업주가 무너지면 기업이 무너지는 연관 관계가 있다"며 기업주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수출중소기업들은 지금 상태에서 흑자도산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업들의 자구 노력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강만수 장관과 서승모 벤처산업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 금융위원회 임승태 사무처장, 이용두 서울지방중소기업청장, 재정부 구본진 정책조정국장 등이 참석했다. 최규옥 오스템 임플란트 대표와 메카트로 김희동 대표 등 7명의 기업인들이 동석했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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