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 '햄버거집 회동' 고급 장교 8명, 1심서 전원 무죄

계엄 전 '햄버거집 회동' 고급 장교 8명, 1심서 전원 무죄

특검 "계엄 모의·가담…국헌문란 목적 임무수행"
재판부 "노상원이 짠 명목상 임무…본인들은 몰라"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이른바 '햄버거집 회동'에 참석해 계엄을 모의하거나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투입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인 8명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국헌문란 목적을 갖고 임무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 시계탑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2부(재판장 정수영)는 30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전 국방부 혁신기획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정근 전 특전사 3공수여단장과 안무성 전 9공수여단장, 김상용 전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 정성우 전 방첩사령부 1처장, 김세운 전 특수작전항공단장도 모두 무죄를 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은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약 6시간 전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한 이른바 '제2수사단' 단장과 부단장 역할을 맡기로 하는 등 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구 전 여단장에게 수사단장을, 방 전 기획관에게 부단장을 맡기고 계엄 선포 이후 상황을 종합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역할 등을 지시한 것으로 특검은 결론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이 비상계엄이나 제2수사단의 구체적인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제2수사단의 '명목상 단장과 부단장'에 불과했으며 구체적인 임무나 활동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이 당시 회동에서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수사단장과 부단장 역할을 맡게 된다는 말을 들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갑작스럽게 임무를 전달받아 구체적인 내용까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봤다.

계엄 선포 이후 정보사령부 산하 부대로 이동한 사실 역시 국헌문란 목적을 인정할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정보사 요원 소집이나 임무 부여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실제 소집된 요원들도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내려졌다.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로 병력을 출동시킨 혐의를 받는 김정근 전 여단장에 대해, 재판부는 급박하게 내려온 상관의 명령을 적법한 것으로 믿고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 서버가 외부로 반출되지 않도록 경계하라는 등의 지시만으로 명령의 위법성을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안무성 전 여단장은 선관위 관악청사와 여론조사기관 '꽃'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안 전 여단장이 포고령이 발령되기 전 출동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현장에서 민간인 출입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에 대해 재판부는 상부 지시에 대해 방첩사 법무실에 법률 검토를 요청하고, 상관에게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한 점 등을 무죄 이유로 고려했다. 출동한 부대원들에게 건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하고 이후 복귀 명령을 내린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김상용 전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은 합동체포조 편성에 관여한 혐의, 김창학 전 수방사 군사경찰단장은 국회 인근으로 병력을 출동시킨 혐의, 김세운 전 특수작전항공단장은 헬기로 병력을 국회로 이송한 혐의 등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 역시 계엄을 사전에 알았거나 국헌문란 목적을 인식한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또한 범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도 각각 징역 5~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선고 뒤 고위 군 지휘관으로서의 지위와 책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언제 인식했는지는 최초 명령을 받은 시점뿐 아니라 임무를 수행하고 종료할 때까지의 전체 과정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